▲ 저스틴 베리가 13세이던 지난 2000년 자신의 방에서 포르노방송을 하던 모습. | ||
그가 자신도 모르게 포르노 세계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홈페이지 개설 대행 사이트까지 운영할 정도로 컴퓨터에 능숙했던 그는 틈만 나면 데스크톱으로 인터넷서핑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당시 13세였던 베리는 그날도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한 친구의 소개로 인터넷 업체에서 무료 웹캠을 사은품으로 받은 그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호기심에 한껏 들떠 있었다.
그가 웹캠을 설치한 이유는 단 하나. 또래의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별로 인기가 없고 소심했던 그는 화상 채팅을 통해 많은 친구를 사귀길 바랐다. 물론 비슷한 나이의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그가 웹캠을 설치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처음 웹캠을 설치한 후 한동안 그는 또래의 10대 친구들이 말을 걸어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대화방에는 비슷한 나이의 소년소녀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마침내 한 아저씨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어서 또 한 사람이 대화에 참여했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이들의 대화에 끼면서 모두 네 명이 동시에 채팅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아저씨들이었지만 이들은 베리를 어린애 취급하기는커녕 친절하고 자상했다.
베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분들은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늘 나에게 ‘똑똑하다’ 혹은 ‘잘생겼다’고 추켜세워 주었다”고 말하면서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 있던 자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시간들이었다고 밝혔다. 어릴 적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하자 그에게는 늘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졌던 것.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벌어졌다. 대화가 한참 무르익어갈 무렵 한 남자가 그에게 이상한 제안을 했다. “윗옷을 벗고 3분 동안 앉아 있으면 50달러(약 5만원)를 줄게.”
처음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베리는 곧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수영장에서는 공짜로 웃통을 벗는데 이쯤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시키는 대로 윗옷을 벗었다. 그가 천천히 티셔츠를 벗자 남자의 입에서는 “멋지다” “근사하다”라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의 첫 포르노방송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 후 단순히 옷을 벗기만 해도 쉽게 많은 돈이 벌리자 그는 어른들의 갖가지 요구에 응해주기 시작했다. 샤워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으며, 특별 고객의 요구에 따라 자위하는 모습도 방송했다.
어떤 어른들은 웹캠을 고급형으로 교체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어른들은 개인 포르노사이트를 개설하는 비용을 대주기도 했다. 개인 사이트까지 운영하게 되자 베리는 점차 자신이 중요한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10대 사장’이 됐다는 자부심과 스타라는 뿌듯함, 그리고 돈이 가져다 주는 매력에 빠진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쁜 일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해서 5년 동안 그가 벌어들인 돈은 수십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의 고객 수는 1천5백 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의사 변호사 교사 사업가 등 소위 엘리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저스틴의 엄마인 카렌 페이지는 아들의 포르노방송에 대해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안에 앉아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고 있는 날이 허다했기 때문에 그저 친구들이랑 채팅을 하는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위험을 알아챈 한 고객은 훗날 베리에게 작은 아파트 임대 비용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베리는 마음껏 고객을 상대할 수 있었으며, 본격적으로 포르노방송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의 온라인 포르노사업은 이듬해 오프라인으로까지 퍼졌다. 한 고객이 직접 그를 컴퓨터 캠프에 초청한 것이다. 하지만 베리는 그곳에서 캠프에 참가한 것 외에도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으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출장 서비스’도 시작됐다.
하지만 2003년 1월. 마침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우연히 인터넷에서 그의 포르노 동영상을 발견한 것. 이 친구는 동영상을 반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유포하기 시작했으며, 베리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그는 마침내 보험 사기죄로 멕시코로 도망가 있는 친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멕시코에서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는 “다시는 포르노 따위는 하지 않을 테야”라는 굳은 다짐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털어놓은 그의 ‘포르노스토리’는 오히려 아버지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동업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그는 다시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번에는 멕시코 매춘부와 섹스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의 사이트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동 포르노사이트로 자리잡았으며 그 역시 순식간에 최고의 포르노 스타로 떠올랐다. 이렇게 번 돈은 매춘부를 알선한 아빠와 반씩 나눠 가졌다.
하지만 해가 지나면서 베리는 점차 이 생활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빠와 결별을 선언한 그는 홀로 미국으로 돌아와 자살을 기도했는가 하면 그것마저 여의치 않자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종교에 심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번 빠졌던 돈의 마력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마치 중독이라도 된 양 계속해서 포르노방송을 통해 돈을 벌었으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었다.
그러던 지난해 6월 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뉴욕타임스> 기자의 도움으로 마침내 새 삶의 기회가 찾아왔다. 강한 의지로 포르노 늪에서 빠져 나오길 갈망하고 있던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기자는 FBI에 수사를 요청했고, 베리는 적극적으로 수사에 도움을 주었다. 그의 고객 중 3백 명의 명단을 FBI에 넘긴 그는 “특히 아이들과 생활하는 교사들 중 일부가 이런 추악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 나 같은 인생을 사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수사에 협조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모든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 놓고 현재 상담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베리는 “이제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이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