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서린 우즈 | ||
최근 뉴욕에서는 한 꿈 많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망생이 하루 아침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명한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며 고향을 떠났던 이 여성은 스트립 클럽을 전전하다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욱 가슴 아픈 것은 가족을 비롯한 고향 사람들은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그녀가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이는 그녀가 가족들에게는 브로드웨이 소극장에서 배우로 일하고 있다고 속였기 때문이었으며, 불행하게도 그녀의 이런 ‘이중 생활’은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인해 모두 들통이 나고 말았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캐서린 우즈(21)는 어려서부터 무용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오하이오 주립대 악단의 지휘자로 일하고 있던 아빠의 예술적 재능을 물려 받은 듯 무용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3세 때부터 발레, 재즈 댄스, 탭 댄스 등을 두루 섭렵했으며,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각종 지역 대회 및 전국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항상 “내 최고 목표는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것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녀는 결국 지난 2002년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뉴욕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났던 이 꿈 많은 뉴욕행은 작은 도시에서 자란 그녀에게는 고난과 시련의 시작에 불과했다. 예상했던 대로 브로드웨이에서 작은 배역을 하나 따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레스토랑 종업원이나 무용 과외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간간이 오디션을 봤지만 매번 낙방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그녀는 결국 어긋난 길을 택하고 말았다. 어쩌면 브로드웨이 진출의 교두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스트립 클럽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그녀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약 4개월 동안 ‘프리빌리지’라는 성인 클럽의 밀실에서 반나체로 춤을 추는 스트립 댄서로 일했으며, 본명 대신 ‘에바’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살해되기 몇 주 전 고향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이 같은 사실을 털어 놓기는커녕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브로드웨이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프리빌리지>라는 연극에서 배역을 따냈다고 말한 그녀는 “드디어 꿈이 이루어질 것 같다”라며 부모를 안심시켰다.
딸이 시체로 발견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말하는 부모는 “실력도 있고 꿈도 있던 아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된 것은 지난 11월27일 저녁 무렵이었다. 당시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함께 동거하고 있던 전 남자친구 데이비드 호운(23)이었다.
▲ 폴 코르테즈 | ||
도대체 누가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아파트에 몰래 침입해서 그녀를 살해하고 도망간 걸까.
경찰은 즉각 호운을 용의자 명단에 올렸다. 힙합 가수로 활동하고 있던 그는 우즈의 고향 친구로 함께 뉴욕으로 이주해서 인근 빌딩의 도어맨으로 일하고 있었다. 비록 우즈와는 헤어졌지만 함께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용의선상에 오른 또 한 명의 남성은 트레이너 겸 요가 강사이자 우즈의 전 애인이었던 폴 코르테즈(25)였다. 뉴욕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만나 한때 우즈와 사귀었던 그는 평소 거친 성격과 위협적인 태도로 결국 우즈와 헤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경찰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사건 당일 보여준 그의 이상한 행적에 있다. 살인 추정 시각인 오후 6시30분~7시 사이 그가 우즈의 휴대폰에 일곱 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곱 통 모두 우즈가 전화를 받지 않아 연결은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7시 이후 그는 더 이상 한 통의 전화도 걸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의심스러운 점은 그녀의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코르테즈가 서성대는 모습이 포착되었던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내 아파트에서 그녀의 아파트까지 걸어 가면서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아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가 우즈와 헤어진 후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위협하거나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
이에 반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호운의 알리바이는 점점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살인을 저지르고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말끔한 모습으로 아파트를 빠져 나와서는 차를 옮겨 놓은 후 다시 아파트로 올라가서 경찰에 신고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20분 안에 가능하리라고는 보기 어려웠던 것.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수사는 한 제보자에 의해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TV를 통해 코르테즈의 모습을 본 한 여성이 “그에게 강간을 당했던 적이 있다”면서 신고를 한 것. 이에 즉시 경찰에 의해 강간 혐의로 체포된 그는 지문 채취를 통해, 그리고 최근 마무리된 DNA 검사 결과에 의해 결국 우즈의 살인범으로 확인됐다.
코르테즈는 어떠한 이유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 하지만 우즈와 함께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던 한 동료는 “우즈와 헤어진 후 그녀가 다른 남자들을 만나자 질투심에 사로잡혔거나 다시 재결합하자는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그는 현재 2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최고 2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할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재판은 당분간 계속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