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의 빌미가 된 협박사건은 작년 10월에 일어났다. 시부야는 전문대학에 다니는 21세 여성한테 동거를 강요하면서 “여기서 본 사실을 발설하면 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죽게 된다” “여기서 나가면 살을 깎여서 온몸이 저민 고기처럼 된다” 등등의 말로 협박했다고 한다. 본인은 일부 발언 내용은 인정했으나 “꿈속의 일을 말한 것뿐”이라며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시부야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된 것은 6년 전이다. 그에 따르면 시작은 꿈 속에서 계시받은 주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집에서 점 치는 일을 하던 그가 상담하러 온 여자들한테 꿈에서 본 주문을 맘속으로 외우자 어떻게 된 일인지 여자들이 눌러 살게 됐고, 동거하는 여자들이 늘어나자 일부다처 형태로 살고 있다는 것. 그는 “어떤 주문인지는 무서워서 말 못한다. 입 벌리면 죽는다”고 능청을 떨었다.
그냥 모여서 집단생활을 한 것만이 아니다. 74년 결혼한 첫 부인과는 99년 이혼했다. 이후 9명의 여성들과 혼인신고를 했는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일곱 달 후에 이혼하기를 거듭했다. 여기에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10대와 20대 여자 한 명씩을 합해서 동거녀가 11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혼한 후에도 시부야의 성을 그대로 따르는 여자들이 많았다니 대체 이들은 어떤 여자들일까.
시부야는 체포되기 전날 자택에서 매스컴의 인터뷰에 응했다. TV뉴스에 나온 시부야 집 내부는 깨끗이 청소돼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소파 위에 길게 옆으로 누운 채 대답했다. 여자들 몇 명이 소파를 중심으로 마룻바닥에 빙 둘러 앉아서 시부야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분위기는 일견 화기애애했다.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여성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젊어 보였다. 복장이며 스타일이 20대 여성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가슴선이 드러난 티셔츠나 배꼽티를 입고 있었으며 미니스커트에서 뻗어나온 팔다리는 늘씬늘씬했다. 기자들의 촌평에 의하면 모두들 상당한 미인이었다고 한다.
도대체 서로 어떤 관계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여자가 발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저 모두 한 자매라고 보면 돼요. 우리끼리 한 자매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11명 중에는 진짜 자매도 있다. 이 집은 처음에는 시부야 명의였으나 현재는 이 여자들의 공동명의로 돼 있다. 시부야 말에 따르면 “나는 병약하다.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상속문제로 탈이 나지 않도록 집이며 토지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사랑을 주는 여자들한테 보상을 해는 건 마땅하다”고 한다. 생활비는 매달 95만엔(약 7백8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정작 시부야 본인은 무직이어서 여자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가사는 분담한다고 한다. 인터뷰를 통해서는 이 여자들이 감금상태도 아닐 뿐더러 억지로 집단생활을 강요당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경시청은 지난 1월26일 아침부터 시부야의 집과 자동차 등을 수색해 다량의 최면술 관련 책과 스턴건, 최루스프레이 등을 압수했다. 이런 것들이 왜 필요했을까. 자신이 과거에 일본 자위대의 간부였고 주변에 스파이가 있다며 떠들고 다니던 시부야가 점을 본다 면접을 한다 하면서 여자들에게 최면을 걸고 세뇌작업을 하거나 적어도 마인드컨트롤을 가한 건 아닐까.
혐의 자체는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편. 하지만 이런 집단생활이 신흥·사이비 종교의 폭력적인 범죄와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과연 그는 여성들을 세뇌하고 협박하고 감금한 범죄자일까 아니면 일부다처제의 꿈(?)을 이룬 중년남성들의 희망일까. 수사 결과가 궁금할 따름이다.
송미혜 일요신문재팬 기자 ilyo-jap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