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대중지 <더 선>의 ‘페이지3 걸’로 등장,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킬리 헤이젤. | ||
재미있는 것은 이 ‘왕가슴 모델’들이 비단 남성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들은 물론이요,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또한 서민층이나 상류층 할 것 없이, 그리고 좌파나 우파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폭 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야말로 ‘국민 왕가슴’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페이지3 걸들의 흥미롭고 아찔한 스토리를 들여다 보았다.
킬리 헤이젤(19). 요즘 영국인들 사이에서 이 이름 다섯 자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현재 페이지3 걸 중 가장 잘나가는 이 소녀는 DD컵을 자랑하는 왕가슴 중에 왕가슴이다. 예쁘장한 외모에 167cm의 다소 아담한 체구도 그녀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
얼마 전에는 그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미드필더인 조 콜(24)이 그녀 때문에 난투극을 벌였던 것.
이처럼 페이지3 걸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자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영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스타 등용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페이지3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니었다.
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더 선>의 페이지3는 처음에는 그저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에만 만족했을 뿐 스타 발굴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진부 편집장인 제프 웹스터는 “첫 장을 넘기면 풍만한 가슴이 바로 눈에 띄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마치 환한 빛으로 주위를 밝게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라의 무명 모델들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져만 갔다. 이처럼 페이지3 걸을 거쳐 스타로 발돋움한 경우로는 80년대 영국 팝계를 휩쓸었던 사만다 폭스가 있다.
그렇다면 페이지3 걸들이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웹스터는 가장 먼저 ‘자연미’와 ‘편안함’을 꼽는다. 제프 웹스터는 “모델을 선발하는 데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이웃집에 사는 평범한 소녀 이미지다. 마치 길을 가다 마주칠 법한 소녀들만을 뽑고 있다”고 강조한다. 천박하거나 뇌쇄적인 이미지보다는 풋풋하고 평범한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것.
▲ 평범한 은행원에서 ‘페이지3 걸’을 통해 스타가 된 니콜라 타펜든. | ||
일부에서는 영국인들의 특수한 ‘젖가슴 문화’를 페이지3 인기의 이유로 꼽고 있다. 유럽인들 중 유달리 여성들의 젖가슴에 열광하는 민족을 꼽으라면 단연 영국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
실례로 영국에는 ‘유방’을 의미하는 은어만도 셀 수 없이 많다. 멜론, 바주카포, 주전자, 접시 위의 계란 프라이 두 개, 분화구, 러브 벌룬, 러브 쿠션 등은 모두 여성의 유방을 의미하는 은어들이다.
페이지3의 인기를 증명하듯 심지어 모델 에이전시에 자녀들의 사진을 보내거나 직접 손을 잡고 찾아오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여학생들 역시 매일 교실에서 ‘가슴이 얼마나 자랐는가’를 놓고 열띤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헤이젤의 뒤를 이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왕가슴 스타인 니콜라 타펜든 역시 평범한 은행원에서 하루 아침에 ‘국민 스타’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경우. 투자 은행에서 근무하던 타펜든은 어느날 용기를 내어 꿈에 그리던 페이지3에 자신의 반라를 실었다.
혹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부끄러운 마음에 화장도 짙게 하고 헤어 스타일도 바꿨지만 회사 동료들은 즉시 그녀를 알아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염려와는 달리 동료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쳐주었으며 진심으로 그녀의 ‘데뷔’를 축하해 주었다.
이에 회사까지 그만두고 본격적인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녀는 3년이 지난 지금에는 페이지3에 고정적으로 사진을 싣는 스타로 당당하게 성장했다. 또한 그녀는 현재 사업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료 모델 두 명과 함께 페이지3 걸을 전문으로 양성하는 ‘걸 매니지먼트’사를 설립한 후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독특한 문화적 현상에는 영국인들의 ‘마더 콤플렉스’ 즉 ‘마마보이’ 기질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