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오토모(왼쪽)와 AV배우로 전향한 고바야시. | ||
지난 2001년부터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한 오토모 아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팀내 최다 득점(91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배구계 최고 인기스타다. 그런 그가 리그가 한창 진행중인 지난 1월13일 갑작스런 결혼 발표와 함께 임신 2개월임을 밝힌 것이다.
일본 배구협회의 간부는 “너무 놀랍고 당황스럽다. 임신을 이유로 국가대표 팀에서 빠지는 일은 전대미문”이라며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배구협회의 아라키다 부위원장은 “보도를 통해 오토모의 임신을 처음 알았다. 내가 현역이었을 때의 여자 배구계는 임신은커녕 이성교제도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 더구나 지금은 리그가 한창인데 (오토모는) 운동선수로서의 자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오토모가 속한 ‘NEC 레드로켓츠’는 엄격한 선수 관리로 유명한 팀이라는 사실. 한 스포츠라이터는 “NEC는 연습이 혹독하기 그지없다. 이성교제는 물론이고 머리염색도 금지다. 그 때문인지 NEC를 떠난 선수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는 것일 정도다. 그러나 정작 NEC의 요시카와 감독은 지난 2002년 팀의 주축선수와 결혼해 다른 선수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팀 분위기 때문인지 NEC에서는 오토모처럼 의외의 행동을 하는 선수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04년 신인상을 탄 가와무라 메구미(22)는 193cm의 큰 키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에 미련 없이 배구를 그만두고 모델의 길에 들어섰다. 뛰어난 체격조건을 엉뚱한(?) 분야에 활용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선수는 2001년에 NEC를 그만둔 고바야시 아사미(23·예명)다. 그는 당시 일본 주니어 대표를 그만두고 AV 배우가 됐다. 그런데 새로 나올 자신의 신작 비디오를 홍보하기 위함이었을까. 오토모의 1년 후배인 그녀는 최근 언론의 인터뷰에 순순히 응해 여자 배구 선수들의 이성관계에 대해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다.
“실업 배구단의 생활은 훈련이 고되기는 하지만 일단 훈련이 끝나는 오후 5시부터는 자유시간이다. 기숙사 생활도 코치나 감독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규칙이 생각만큼 엄격한 것은 아니다. 가끔 불시에 취침점호를 하는 일도 있었는데 ‘화장실에 갔다’고 대충 둘러대면 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실업단에는 레즈비언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NEC에는 없었다. 보통 운동선수들은 시합 전날에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기숙사 안에 남자가 들어오는 일도 가끔 있다. 다들 자유롭게 섹스를 즐긴다.”
사실 일본 여자 배구선수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언론에 비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전부터 여자 선수가 감독이나 코치 등과 관계를 맺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한 배구담당 기자는 “지금은 탤런트가 된 전 국가대표 선수가 감독의 정부(情婦)라는 소문 때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도 있는가 하면, 그 선수 본인이 ‘나뿐만이 아니다. 다른 유명선수도 코치와 사귀고 있다’고 언론에 폭로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 일본 여자 배구선수들에 대해 방송국의 배구 중계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 대표급 선수들은 대부분 남자친구가 있다. 우리와 함께 술을 마실 때도 반드시 남자친구가 데리러 올 정도. 물론 음담패설도 OK. 우리가 ‘배구선수들은 덩치도 큰데 어떻게 섹스를 하느냐’는 짖궂은 질문을 해도 ‘보통이죠, 정상위!’라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어떤 인기선수는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임신 소동을 일으킨 오토모 아이는 지난해 여름, 옷을 갈아입고 입욕(入浴)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된 적도 있었다. 몰래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들의 출처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비슷한 시기에 그녀는 과감한 포즈를 담은 개인 사진집과 DVD를 발매하기도 했다. 그 후로 채 1년도 되지 않아 ‘속도위반 결혼’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지나치게 규율을 강조하는 풍토에 대한 반작용일까. 일본 스포츠계의 이면에서는 일반인들이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소동도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