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일본의 <주간겐다이>가 공개한 김정철의 학창시절 사진들. | ||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신 주체의 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해 나아가는 것은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혁명적 의지이며 최대의 숙원이다. (중략) 얼마 전 당중앙위원회는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한결같은 염원을 담아 백두의 정기를 그대로 이어받으신 존경하는 김정철 동지를 우리 당의 수뇌부에 높이 추대할 것을 엄숙히 선포하였다.’
위는 <주간겐다이>가 독점입수했다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서기국 지표’라는 기밀문서의 앞부분이다. ‘당내에 한함’이라는 주의가 써있고 날짜가 지난해 9월25일로 돼있는 이 문서에 따르면 김정일의 후계자로 사실상 김정철이 지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주간겐다이>는 다음의 세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첫 번째는 김정철을 당중앙위원회 책임부부장으로 추대한 것이다. 북한의 당이나 정부의 주요기관에서 최고 위치에 해당하는 부장직은 김정일 본인이 겸임하거나 공석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몇 명의 부부장이 존재하며 그들 중에서 뽑힌 제1부부장이 모든 일을 통괄하고 있다. ‘책임부부장’은 그 제1부부장들을 통괄하는 것으로 로동당의 ‘넘버 투’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김정철의 초상화 사진을 각급 당조직의 회의장과 사무실에 걸어놓으라는 지시다. 이 또한 후계 결정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북한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김정철의 초상화 사진이 함께 걸린다는 사실은 김정철이 그들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을 나타낸다.
세 번째는 ‘주체92년(2005) 9월25일’이라는 날짜가 지닌 의미. 9월25일은 김정철의 생일이다. 지난해 김정철의 25번째 생일날 김정일은 성대한 파티를 열어줬다. 차남을 후계자로 삼았음을 확실하게 나타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후계자 결정에는 북한의 후원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승인도 필요하다. 김정일의 지난 1월 중국 방문은 경제시찰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래서 나도는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