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을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전신성형 후 매춘에 뛰어든 중국인 여성의 스토리를 기사화 한 일본 잡지 <주간 포스트>(왼쪽)와 <주간 겐다이> 지면. | ||
남편을 죽이려 한 혐의로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용의자는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출신인 스즈키 시오리(33)다. 그녀는 1993년 ‘맞선 투어’를 통해 중국에서 남편과 처음 만났고 그 다음해 일본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는 남편인 스즈키 시게루(54)의 이름으로 5000만 엔(약 4억 2500만 원)의 생명보험을 든 후 2004년 4월에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인슐린을 대량으로 주사하여 사고사로 위장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그녀의 ‘남편 죽이기’ 시도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약 6개월 전에는 ‘실수로’ 남편에게 뜨거운 물을 부어 전치 5개월에 달하는 중화상을 입혀 상해 혐의로 체포된 경력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 체포다.
남편은 현재 식물인간 상태다. 지인에 따르면 ‘인슐린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아내가 날 죽일지도 모른다. 만일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검을 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시오리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살해방법과 함께 인슐린을 제공했다는 다구치 구미코(41)란 여인이 공범으로 잡히면서 시오리의 해명은 점점 군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은 그뿐만이 아니다. 시오리가 시부모가 살해된 사건에 관여했다는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그녀가 결혼한 다음해인 1995년 12월에 누군가가 시부모를 살해한 후 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이 사건도 그녀가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른 일이라고 추정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오리와 시어머니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결혼했을 때 “국적이 다르니 아이를 낳지 마라”거나 “너에게 줄 유산은 없다”고 말하는 등 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남편 앞으로 약 1000만 엔(약 8500만 원)의 화재 보험금이 지급됐다. 당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살인 후 방화를 하는 것이 중국인 범죄단의 수법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녀를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어 체포는 하지 못했다.
시오리 부부는 평소에도 돈 문제로 불화가 잦았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중국의 가족에게 돈을 보냈는데, 그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 특히 그녀가 두 아들을 중국으로 보내면서 송금 액수에 관련된 다툼이 더욱 늘어났다. 그녀는 2002년 ‘아토피 치료’라는 명목으로 두 아들을 중국에 데려다 놓은 후 혼자서 귀국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도로 데려오기를 희망했지만 그녀는 “중국의 학교가 더 낫다”며 거부했다. 이를 두고 남편을 죽인 후 돈을 챙겨 혼자서 중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중국으로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원래 남편이 모든 돈 관리를 했기 때문에 그녀는 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며 불평했다고 한다. 남편이 화상을 입고 입원해 있을 때조차 “전기세를 낼 수 없다. 밥 먹을 돈도 없다”며 돈 이야기만 했다는 것이 이웃의 증언이다.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려던 그녀의 계획과는 달리 수사가 시작되면서 돈에 손을 못 대게 되자 그녀는 결국 치바의 집을 떠나 혼자 도쿄로 올라와 돈을 벌기로 한다. 남편이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1000만 엔(약 8500만 원)을 들여 전신을 성형한 후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본 남성과 결혼하여 일본에서 살던 여동생의 소개로 윤락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후 그녀는 단골손님의 도움으로 자신의 윤락업소인 ‘메시아’를 오픈하고 ‘사쿠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겉보기엔 ‘평범한’ 마사지 업소였지만 다양한 매춘업을 ‘병행’했다. 주위 윤락업소 업주에 따르면 그녀의 업소는 호텔에 여성들을 단체로 파견하기도 하고, 심지어 난교파티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시오리는 업소에서 직접 손님을 받기도 했는데 전신성형 덕분인지 그녀의 인기는 늘 최고였다.
그녀의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있다는 한 남성은 “마사지 후 그녀가 1만 엔만 추가로 내면 섹스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섹스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서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말로 절실하게 돈이 필요해 보였다”고 말했다.
윤락업으로 버는 돈으로는 부족했던 것인지 그녀는 최근 몇 년 동안 ‘맞선투어’를 통해 중국인 여성과 일본 남성을 이어주는 중개업에도 손을 뻗쳤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결혼을 성공사례로 이용하여 여성들을 모집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자신의 업소에서 일할 중국 여성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일본 경찰에서는 이 사업의 배후에 여권위조나 직업알선을 해주는 중국 마피아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단순한 살인미수 사건이 각종 의혹이 더해지면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셈.
일본인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가족 죽이기도 마다하지 않은 이 ‘배금녀’의 범죄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