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방한했던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 청와대사진기자단 | ||
이 책은 로라의 음주, 약물복용 전력과 함께 임신을 하기 위한 엄마로서의 눈물겨운 노력, 그리고 ‘말썽꾸러기’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그녀만의 은밀한 내조법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먼저 지금은 대학생이 된 쌍둥이 딸을 임신할 때의 상황. 1980년대 초 로라는 조지와 가정을 꾸몄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갖기 위해 3년 동안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를 기다리다 지친 부시 부부는 입양기관에다가 입양아 신청까지 했다.
입양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고도 로라는 자기 아이를 갖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배란촉진제를 써봤지만 효과가 없자 로라는 태반에서만 생산되는 생식선 자극 호르몬을 주입받기 시작했다. 기적은 이 방법에서 일어났다. 로라는 배란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쌍둥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 이어졌다. 로라는 임신기간 내내 뭔가가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그녀의 육감은 사실로 들어맞았다. 그녀는 쌍둥이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독혈증에 걸려 결국에는 예정보다 5주 먼저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들을 출산해야 했다.
로라는 자신의 한 친구에게 “굉장히 위험한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슈퍼마켓에 갔을 때 나는 아기용품이 있는 쪽으로 갈 용기도 갖지 못했다. 뱃속의 아이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끝까지 떠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로라는 천신만고 끝에 낳은 두 딸 제나와 바바라를 스스로 ‘기적의 쌍둥이’라고 불렀다.
텍사스 출신인 로라는 완벽하게 착하지도, 공부나 운동을 아주 잘하지도 않았다. 한번은 큰 자동차 사고를 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파티를 즐긴 후 로라는 그들을 태우고 자동차를 몰았는데 일단정지 팻말을 무시하고 그냥 달리다가 충돌사고를 낸 것. 시속 50마일로 달리던 자동차는 상대편 자동차를 그대로 들이받아 로라의 고교시절 남자친구가 죽는 씻기 어려운 비극을 겪었다. 지금도 로라의 무릎에 있는 조그마한 흉터가 바로 이때 생긴 것이다.
로라는 대학시절 굉장히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책에 따르면 로라는 다니던 서던메서디스트대학에서 알아주는 ‘파티걸’이었다. 동아리파티 등을 찾아 다녔고 맥주, 보드카 등을 즐겨 마셨고 담배도 많이 피웠다. 2004년 로라에 관한 책을 썼던 키티 켈리는 대학시절의 로라에 대해 ‘10달러어치의 대마초만 주면 만사가 오케이인 그런 여자였다’고 표현했다.
▲ 로라 부시 전기 표지. | ||
젊은 시절 로라의 정치성향은 보수적인 조지 부시와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그녀는 언제나 민주당 지지자였고 베트남 전쟁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아울러 낙태를 지지하는 입장에 섰다.
하지만 그녀의 이 같은 진보적인 의식은 조지를 만나면서 크게 바뀌게 된다. 젊은 시절 조지는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술꾼인 데다가 술을 마시면 굉장히 지저분해지고 시끄러워지는, 지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그런 남자였다. 활자와 관련해 조지가 유일하게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신문의 헤드라인과 스포츠 섹션뿐이었다. 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남녀는 서로가 맘에 들었고 결혼에 성공했다.
신혼 시절 조지가 학생이라면 로라는 사감과 같은 그런 관계가 형성됐다. 로라는 조지에게 술을 자제하게 했으며 정치적인 야망을 갖게 해주었다. 로라는 조지에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들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도 가르쳤다. 로라는 조지의 삶에 있어서 일종의 조타수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부시가 십자말풀이를 하고 야구 점수를 체크한 뒤 9시쯤 잠을 자러 침실로 가면 로라는 신문이나 잡지나 책을 읽기에 바빴다고 한다. 로라는 자신의 남편에게 뭘 알아야 되고 뭘 읽어야 할지를 알려 주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갰다.
자연히 야생마 같은 조지 부시는 로라에 의해 순한 양같이 변해갔다. 요즘도 조지는 중요한 약속을 하기 전 자신의 비서에게 “로라에게 점검 받았나. 로라의 반응은”이라고 습관적으로 질문한다고 한다. 조지는 로라가 사람들에 관해서 자신보다 더 좋은 직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가 마침내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로라는 백악관을 다시 꾸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전선이 훤히 보이는 등 구석구석이 너무 초라했기 때문에 창고에 처박혀 있는 여러 물건들을 빼내서 꾸미는 작업을 했던 것. 그럼에도 로라는 전임 영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의 형편없는 실내장식 감각에 대해서는 험담을 늘어놓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친한 친구들에게 “어안이 벙벙했다”고 소회를 털어 놓았다고 한다. 이후 로라는 힐러리의 주방장을 해고하고 텍사스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주방장을 고용했다.
스스로 나서길 좋아하는 힐러리와는 달리, 은근하지만 강력하게 남편의 일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실수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로라의 내조 방식이 새삼스레 미국 정가에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