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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된 챈드라 레비의 사진. | ||
이 사건은 9·11테러라는 범국가적인 비극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정치인과 여대생의 섹스 스캔들’이라는 화두로 미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였던 사건.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던 이 사건이 최근 미국 유명 정치인들의 ‘섹스 클럽’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실종 당시 워싱턴연방교정국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여대생 챈드라 레비와 깊은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게리 콘디트(53)는 아직도 그녀의 실종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인턴 근무를 마치고 캘리포니아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실종된 레비는 아직까지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은 상태. 그녀와 내연의 관계임을 인정한 유부남인 콘디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지만 그는 거짓말 탐지기를 무사 통과하고 스스럼없이 DNA 검사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수사에 협조하면서 살인 혐의를 말끔히 씻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 사건은 수사에 진전이 없자 ‘단순 실종’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레비의 부모측 변호사인 짐 로빈슨이 <글로브> 최근호에서 “레비는 콘디트의 동료들에 의해 납치되어 살해됐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다시 한 차례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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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챈드라 레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게리 콘디트 하원의원. | ||
콘디트는 워싱턴 정가 막후 세력들의 모임인 일명 ‘TLG(The League of Gentle-man)’라는 변태적이며 양성애적인 비밀 섹스 클럽의 회원이었다. 그는 같은 고향 출신의 레비를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으로 불러들여 밀애를 즐겼으며, 젊은 여성들과 정치인들을 연결시키는 이 사교 모임에 종종 그녀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비는 여성들을 한낱 섹스도구로 전락시키는 이 모임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냈으며,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숨겨진 이중성을 깨닫고는 분노했다. 또한 콘디트가 자신을 클럽의 다른 여성들처럼 헤픈 여자 취급하며 그의 동료와 잠자리를 가질 것을 요구하자 배신감에 휩싸인 그녀는 ‘섹스 클럽’을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에 대한 배신감이 그녀에게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동료 의원들로부터 ‘그녀를 죽이라’는 압박에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하던 콘디트 대신 일을 저지른 사람은 그의 절친한 동료였던 두 정치인이었다. 로빈슨의 주장에 의하면 한 명은 주지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하원의원을 지낸 바 있고 한 차례 대선에도 출마한 적이 있는 거물급 인사라는 것.
변호사 로빈슨은 또한 워싱턴을 떠나기 직전 이들로부터 유괴된 레비는 차 안에서 살해되었으며, 시체는 볼티모어 항구에 버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도 여태껏 시체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바로 바다 한가운데 버려졌기 때문이라는 것.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콘디트는 물론 알려지지 않은 두 거물급 인사들의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난 것과 다름 없다. 이미 콘디트는 지난 3월 열렸던 캘리포니아주 중부지역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 현재 재선 길이 막힌 상태.
이 패배에는 ‘레비 실종 사건’이 터지면서 낱낱이 파헤쳐진 바람기 가득한 그의 사생활 또한 한몫했다. 항공 승무원인 안나 마리 스미스(40)와의 염문설, 전 비서와의 불륜 등 언론에 차례대로 공개고 말았던 것.
현재 로빈슨 변호사의 이러한 충격적인 발언이 터지자 콘디트 의원측은 바짝 긴장하며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로빈슨이 주장하는 바가 모두 사실이라면 오는 11월 무렵 미 정계는 다시 한 번 ‘섹스 스캔들’에 휘말릴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