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남편들로부터 갈취한 돈이 무려 수만 달러에 이른다. 계획적으로 결혼에 성공한 후 남편들의 재산을 탕진한 그녀의 기막힌 사기행각에 현재 많은 미국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더글러스 라이스가 카일 맥코넬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여름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였다. 당시 홀로 지내고 있던 그는 외로운 마음에 채팅에 의존하는 시간이 많았고, 다행히도 맥코넬이라는 여성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이해해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교제하길 3개월. 맥코넬과 결혼식을 올린 그는 신혼 생활의 단꿈에 푹 젖어 있었다. 하지만 불행의 그림자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맥코넬은 그에게 “멀리 렌 바타글리아라는 삼촌이 한 분 살고 계신다. 그분이 나에게 매달 용돈을 조금씩 보내주고 계시는데 입금하기 위해서 당신 계좌 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을 했다.
이에 아무런 의심 없이 계좌를 알려준 그는 그후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바타글리아라는 사람은 어이 없게도 삼촌이 아니라 그녀의 또 다른 남편이었다. 물론 그녀가 바타글리아와 연락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름만을 이용했던 그녀는 이런 수법으로 라이스의 계좌에서 몰래 총 1만 1000달러(약 1000만 원)를 인출했으며, 남편 모르게 계좌에 등록된 집주소까지 바꿔 버렸다.
주소가 바뀌었기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인출 내역을 전혀 받아 보지 못했던 라이스는 그렇게 한 집에 살면서도 자신의 통장이 텅 비어 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카일 맥코넬 | ||
이에 놀란 아버지는 곧 아들에게 돈의 행방에 대해 물었고, 라이스는 그때서야 뒤늦게 맥코넬의 사기극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후 그는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에서 자신과 또 결혼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남편들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쳤다는 데 경악했다.
그가 이렇게 그녀로부터 갈취당한 액수는 통장의 돈 외에도 모두 합쳐서 2만 달러(약 19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당시 그녀는 적어도 세 명과 동시에 결혼한 중혼녀였고, 지난 2004년에도 비슷한 사기를 벌인 후 유죄를 선고받은 전과자였다.
지난 2004년 8월 당시 남편이었던 리처드 맥코넬로부터 2만 5000달러(약 2300만 원)를 빌렸던 그녀는 “바타글리아라는 삼촌이 계시는데 그분이 곧 수표를 발행해주실 예정이다. 그때까지만 돈을 좀 빌려 쓰고 수표를 받으면 바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후 그녀는 세 차례에 걸쳐 바타글리아라는 이름으로 총 14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의 수표를 발행했다. 하지만 이 수표가 모두 거짓이었던 것은 물론이었다.
맥코넬의 대학생 아들인 찰스 맥코넬은 “새엄마는 어딘지 모르게 냄새가 나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내 수업료 3000달러(약 280만 원)를 가져가서는 갚지 않았다”면서 분을 토했다.
늘 사소한 거짓말을 해댔던 새엄마가 못미더웠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하소연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부도 수표를 발행한 사실이 발각된 후 그녀는 줄행랑을 쳤지만 지난해 6월 곧 체포되었다. 보석금을 내고 잠시 풀려났던 그녀는 법원의 소환명령을 무시한 채 다시 종적을 감추어 버렸고, 그 상태에서 앞서 말한 라이스라는 남성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녀의 수법은 늘 비슷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어리숙하고 외로움 타는 남성들만을 목표로 삼았다. 결혼에 성공한 후에는 남편에게 자신이 재산을 관리하겠다면서 안심시킨 후 몰래 계좌에서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그녀는 남편들의 신용카드를 통해 수천 달러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은 “워낙 감추는 것이 많은 여성이라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그녀가 지금까지 몇 명의 남성과 결혼을 했었는지조차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그녀의 변호인단은 그녀의 중혼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가 여러 명의 남성과 결혼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한 번에 한 명씩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가령 라이스와 결혼할 당시 이미 맥코넬과의 결혼은 서류상으로 정리가 끝났으며,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만일 그녀의 중혼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녀는 최고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