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풍속업소인 ‘이메쿠라’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출근길 전철을 ‘세트’화 한 업소의 인터넷 홍보 사진. | ||
도쿄 중심부 시부야의 한 빌딩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전철역 그대로였다. 정면에는 표를 파는 창구가 있고, 역무원 복장을 한 젊은 남성이 앉아있다. 이메쿠라 점포인 ‘덴샤(電車)니 고(GO)’라는 곳이다. 점포 이름을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전철로 가다’쯤 될까.
이메쿠라란 이미지클럽(Image Club)의 일본식 표현으로 어떤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 점포를 그에 맞게 꾸며 놓고 고객을 맞는 일본 풍속산업의 대표적 장르 중 하나다. ‘덴샤니 고’는 점포를 출퇴근 길 전철처럼 꾸며 놓고 전철 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치한이 저지르는 성범죄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이곳의 경우는 이렇다.
역무원이 고객을 맞는다. 차표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승차권과 특급권이다. 승차권은 점포에 들어 올 수 있는 입장료, 특급급은 들어와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요금을 의미하는 듯했다. 승차권은 2000엔, 특급권은 코스별 시간에 따라 요금이 달랐다.
이곳 사정을 잘 아는 일본인 A 씨와 함께 45분짜리 코스로 9000엔의 특급권을 샀다. 역무원이 차표(번호표)를 건네준다. “번호를 부를 테니 호출된 손님은 전철에 타십시오. 전철이 곧 들어오니 대합실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말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대합실은 딱딱한 나무 벤치에 신문 가판대 등이 설치돼 있는 등 전철역을 연상시킨다. 대합실 앞에는 문이 닫힌 열차가 놓여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2~3분 기다렸을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5번선에 열차가 들어옵니다. 5번선 열차를 기다리는 손님은 선 앞에 서 주십시오” 곧 이어 열차가 도착하는 벨이 울리고, 열차에 불이 들어온다. “문이 열립니다. 주의해 탑승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출퇴근길 전철의 완벽한 재현이다.
차내에는 교복 차림의 여자 종업원 1명과 회사원 차림의 여성과 교복 차림의 여성이 서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함께 간 A 씨가 교복차림의 여성에게 접근,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여성 두 명 모두 이곳 종업원이다. A 씨는 정석대로의 행동에 들어간다. 뒤에서 살며시 다가가 엉덩이에 손을 대자 여자 종업원이 움찔했다. A 씨의 행동은 점점 대담해진다. 등 뒤에서 가슴으로. 치한의 스릴이 이런 것일까. 콩닥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A 씨가 스커트 밑으로 손을 대자 회사원 차림의 여자 종업원이 말을 건다. “자리를 옮길까요?”
A 씨는 치한 경험을 좀 더 즐기고 싶어했지만 45분이라는 제약 때문에 여자의 말을 따른다. 여자 종업원의 손에 끌려 간 A 씨의 말에 따르면 전차의 연결부분으로 발을 옮기자 컴컴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른바 침대칸. 오픈 상태지만 주변은 전혀 보이지 않은 개인룸 상태라고 한다.
이메쿠라는 최근 들어 상황 설정도 최근 들어 더욱 자극적으로 바뀌면서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다. ‘덴샤니 고’처럼 전철내의 치한을 비롯해 교사와 여학생, 환자와 간호사, 직장 상사와 여사원, 도둑과 마님 등도 있다. 한결같이 성인 비디오에 나올 만한 스토리다.
이런 곳을 자주 찾는다는 B 씨가 최근 가본 곳은 신주쿠의 또다른 이메쿠라 ‘호스’. B 씨에 따르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런 식이란다.
선불 계산을 마친 뒤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면 여고생복 차림의 여자 종업원이 기다리고 있다. 얼핏 17~18세쯤 됐을까. 거리에서 교복 차림으로 걸으면 영낙 없는 여고생이다. 설정 신은 교사와 여학생이다. 룸은 3평 정도. 일본 고교에서 사용하는 1인용 목제 걸상과 의자가 놓여있고 곁에는 싱글 침대. 방에서 조금 떨어진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의 스타일은 교사 주도형, 학생 주도형 두 가지가 있다. 양측 모두 서로를 희롱하며 즐기는 설정이지만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가 다르다. 물론 스토리는 정해진 게 없다. 대부분은 교사가 된다.
“요즘 학생들 복장 위반이 많아. 먼저 복장 검사부터 해볼까. 가슴이 너무 큰데 그 속에 뭐 감춘 것 아니야” “아무 것도 없어요” “가슴이 그렇게 클 리 없는 데 뭐가 들어있는 지 직접 확인해야겠다.”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면 여자 종업원은 스스럼없이 교복 상의을 벗는다는 것이다. 검사를 계속하는 척한다.
“위에는 숨긴 게 없고, 다음은 스커트다. 교칙은 무릎에서 10㎝까지로 돼 있는 데 너무 짧아. 무릎쪽으로 더 내려” 스커트를 내리자 핑크색 팬티가 눈에 들어온다. “교칙에 속옷은 흰색이나 베이지색으로 돼 있는 데 왜 핑크색이냐. 팬티를 압수해야겠다”
여자 종업원은 교칙위반이라는 말에 포기한 척 침대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는 신체검사로 1시간 정도의 탐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B 씨에 따르면 이메쿠라를 즐기는 방법은 상황 설정에 얼마나 빠지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기본 상황은 모두 점포에서 리얼하게 준비한다. 선생과 학생의 코스는 칠판이나 교탁까지 준비해 교실처럼 꾸미고, 체육 시간을 상정해 뜀틀이나 매트까지 준비한 곳도 있다.
‘의사와 환자’의 경우 방에는 청진기나 진찰용 침대 등 세트가 준비돼 있다. 물론 주사기도 준비돼 있다. 의사역을 맡은 고객이 진찰을 명분으로 여자 종업원의 몸을 더듬고 은밀한 행위를 즐기도록 완전히 세트화돼 있다. 이른바 성인들의 의사놀이다.
‘직장 상사와 여사원’은 직장내 성희롱을 연상하면 된다. 점포는 물론 사무실로 꾸며져 있다. 책상과 의자, 소파도 있다. 일하고 있는 여사원을 불러 업무에 대한 호통을 치기도 하고, 업무에 빠져있는 여사원을 뒤에서 안는 등 은근한 행위도 즐길 수 있다.
‘도둑과 마님’은 고객이 도둑이 되고, 여종업원이 마님이 되는 시츄에이션이다. 불 꺼진 방에 은밀히 숨어 들어가 잠자고 있는 마님을 희롱하는 것이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이들 상황은 한결같이 ‘변태’를 연상시키는 행위지만 일본인들이 느끼는 감도는 다르다. 풍속 애호가들은 일본인의 풍속에 대한 개념을 ‘욕망을 건전하게 충족시켜주는 활력소’ ‘개인과 사회를 연결해 주는 가교’라고 말한다. ‘회사인간’으로 하루 종일 일터에서 씨름하는 남성들에게 말 그대로 회춘, 즉 ‘봄을 안겨다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반적으로 풍속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은 게 일본의 현실이다.
다만 최근 들어 어지간한 자극으로는 고객을 끌지 못하자 점점 자극적인 것이 등장하는 것이다. 때문에 업체들은 새롭고 도발적인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동시에 여름 등 비수기 때에는 백화점 세일을 하듯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일본 풍속업체들의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메쿠라의 경우 새로운 자극물을 내놓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는 만큼 업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 설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 재일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