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풀피플넷’ 사이트. 철저하게 조건을 따져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 사이트에 대해 ‘외모지상주의’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
문제는 이 사이트가 철저히 얼굴만 보고 회원을 뽑는 소위 ‘얼짱 클럽’이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못 생기거나 키가 작거나 뚱뚱한 사람은 회원 가입을 할 수 없다. 심지어 대머리인 경우도 퇴출 대상이며, 아무리 돈이 많고 학벌이 좋아도 일단 ‘얼꽝’이면 접근 금지다. 평범한 얼굴의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다.
현재 영국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얼짱들만의 사교 사이트’인 ‘뷰티풀피플넷’의 실태를 들여다 보았다.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사교 클럽에 가입하려면 얼굴과 몸매는 기본이요, 덤으로 재력까지 갖춰야 한다. 이에 일부에서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한편 빈부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비도덕적인 사이트”라며 비난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 사이트는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매일 500명 정도가 신규 가입을 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지금까지 ‘뷰티풀피플넷’에 회원 가입을 신청한 사람은 29만 명. 이 중 가입에 성공한 사람은 약 6만 5000명에 불과하다. 즉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회원 가입이 허용된 셈이다. 이쯤 되면 자신들을 가리켜 스스로 ‘엘리트’ 혹은 ‘선택받은 VIP’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현재 사이트가 개설되어 있는 나라는 덴마크를 비롯해 지난 2005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영국과 미국, 그리고 스웨덴,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호주,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모두 11개국이다.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곳은 덴마크로 약 2만 4000명 정도며 그 다음으로는 미국(약 1만 5000명)과 영국(약 1만 1000명)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 사이트가 신규 회원을 심사하고 가입을 허용하는 방법 역시 여타 사이트와는 다르다. 모든 심사 과정과 회원 가입 여부는 철저하게 ‘민주적(?)’인 방법, 즉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회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신규 회원을 선발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린다. 이때 사진은 가급적 얼굴이 크게 나와야 하고, 선글라스와 같은 장신구로 얼굴을 가려서는 안 된다. 여성들의 경우 비키니 사진, 남성들의 경우에는 근육질의 몸이 드러난 사진이면 점수를 많이 받는다.
또한 자신의 프로필을 자세하게 기입하는 것도 필수다. 가령 나이, 신장, 몸무게를 적는 것은 기본. 이밖에 직업이나 연봉도 자세하게 기입해야 하며, 사는 곳(부모와 함께 사는지, 아파트에 사는지, 주택에 사는지)도 적어야 한다.
이렇게 등록된 사진과 프로필은 3일 동안 웹사이트에 올려지며, 기존 회원들이 꼼꼼하게(?) 심사하게 된다. 이때 여성 신규 회원은 남성 회원들이, 그리고 남성 신규 회원은 여성 회원들이 투표로 뽑는다.
점수는 “Yes! Certainly!(열렬히 환영!)” “Hmm, Yes, Ok(나쁘진 않음)” “No! Not at all!(절대 안됨!)” 등 3등급으로 나눠 매겨지며, 최종적인 평점을 통해 회원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어렵게 가입한 이 사이트의 회원으로서 받는 특권은 대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단지 ‘미남 미녀’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이 다일까.
물론 아니다. 이 사이트는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 달에 25달러(약 2만 3000원), 3개월에 50달러(약 4만 6000원), 6개월에 75달러(약 6만 9000원), 1년에 150달러(약 14만 원) 등의 회비를 내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일단 정식으로 회원 가입이 이루어지면 기본적으로 채팅룸에서 채팅을 할 수 있으며, 회원들과 이메일이나 연락처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또한 게시판 토론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회원들의 사진첩을 열람하거나 자신의 사진첩을 개설할 수도 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을 가지거나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의외인 것은 이성 친구를 찾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데이트 사이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이유는 아직까지는 온라인 상에서 이성을 사귀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데다 또한 미남 미녀들인 덕분에 굳이 온라인에서 애인을 찾지 않아도 워낙 다른 곳에서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는 비즈니스 모임이나 정보 교환 및 공유, 할인 혜택 등의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회원들은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스폰서를 통해 그들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령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회원제 바나 클럽에 입장하거나(간혹 공짜로 입장) 회원들만을 위한 파티에 참가할 수도 있다. 또는 몇몇 인기 있는 클럽이나 레스토랑, 쇼핑몰에서는 이들에게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회원들만을 위한 여행 패키지 상품이나 항공권을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처음 사이트를 개설한 로베르트 힌체는 “스폰서를 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원들이 모두 미남 미녀인 데다 젊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들이며 또한 트렌드세터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홍보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다. 현재 이 사이트와 제휴한 업체들로는 마티니,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이 있으며, 독일의 경우 루프트한자, 에어 베를린 등이 할인 항공권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직장을 얻고, 집을 구하고, 친구를 사귀는 일도 부쩍 잦아졌다. 그야말로 철저하게 폐쇄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새로운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모델 및 배우 에이전시에서 이들 회원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덴마크의 경우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진들 중 80% 이상이 이 사이트 회원이었으며, 최근 독일에서는 한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이 사이트에서 뽑기도 했다. 배우나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방송계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인 셈이다.
한편 이 사이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힌체는 “외모만 중시하는 쓰레기 같은 사이트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변명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사이트가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한 예로 덴마크 여성은 50번 도전 끝에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살을 빼서 날씬해진 것은 물론 얼굴도 예뻐졌으며, 자신감도 생겼다.
내년에는 일본 홍콩을 비롯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노르웨이 등지로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희망자만 많다면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사이트가 개설될 수 있다고 하니 안 그래도 외모가 우선시되는 풍토에 기름을 붓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