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8월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모습. 박은숙 기자
현재 자천타천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해찬, 이종걸, 김진표, 이석현, 박영선, 송영길, 설훈, 안민석, 우원식, 윤호중, 이인영, 신경민, 박범계, 김두관 의원과 송파을 재선거에 출마한 최재성 전 의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다. 추미애 현 당 대표의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만 20명가량이다. 이들은 당대표 도전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판세를 관망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에 당내 모든 의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원래 줄서기가 횡행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심할 거다. 민주당 지지율이 워낙 높으니 공천에서 배제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오기가 더 어렵다. 공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눈치 보기가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현재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당권주자 후보 측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우리 의원님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 안한다 말할 수가 없다. 일단 지방선거에 총력을 다 해야 하는 시기다. 지방선거 이후에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코앞인 시점에서 전당대회와 관련한 언급을 하면 자칫 당보다 자기 선거를 더 챙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해당 당권주자는 출마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미 지지자들과 모임을 갖는 등 사실상 전당대회를 대비한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예비후보로 분류되는 또 다른 중진 의원 측 관계자는 “아직 출마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당내 여러 분들을 만나 (출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권주자들이 전당대회 준비 성격의 식사모임을 자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내에서는 ‘누가 주최한 모임에 누가 나갔다더라’ ‘누가 누구랑 만났다더라’는 소문이 돈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유력 당권주자가 만나자는데 안 만날 수도 없고, 만났다가는 그 사람 편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친문(친문재인) 표심 잡기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누가 친문 표심을 잡느냐가 승부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1일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홍영표 의원은 비문 성향 노웅래 의원을 78 대 38의 압도적인 차이로 이겼다.
친문 진영의 조직력은 지난 2016년 전당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친문 양향자 광주 서을 지역위원장은 재선인 유은혜 의원을 더블스코어로 압도하며 여성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양 위원장은 원외 인사인 데다 당시 정치 입문 4개월 차였다.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김진표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지원 사격해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차기 당권경쟁에서 친문 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전 의원을 돕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경기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전 의원의 만남을 주선했고, 전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는 “대한민국이 (미투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말 높은 도덕성을 가진 후보를 뽑아야 한다”면서 사실상 전 의원의 경쟁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진표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 지역구가 경기도에 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였지 않나. 그래서 경기지사 선거에 적극 참여한 것“이라면서 ”전 의원을 도운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 관계 때문이다. 차기 당권경쟁에서 친문 표심을 얻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역시 당권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경기 김포가 지역구이지만 최근 친문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선 전해철 의원을 물밑 지원했었다.
민주당은 5월 말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지방선거 기간이지만 당권주자들과 의원들의 시선이 벌써부터 차기 전당대회에 쏠리고 있는 이유다.
8월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결과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친문 패권주의 논란이다. 이미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까지 친문, 친노 인사가 선출된 상황이다. 당 대표까지 친문 인사가 당선되면 과거 문 대통령을 괴롭혔던 친문 패권주의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가 당선된 것도 친문 진영이 패권주의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추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 동조했던 인물로 친문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친문 진영의 지원 사격으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논란을 의식해 친문 진영이 친문 인사 대신 추 대표를 밀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당시 친문 진영과 추 대표가 비밀협정을 맺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후 추 대표는 친문 진영에 적극 협조하며 친문보다 더 친문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리하자면 현재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면 친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패권주의 논란을 의식해 전혀 의외의 인물로 교통정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의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 내에서 비문(비문재인)은 있을지 몰라도 반문(반문재인)은 없다. 반문으로 불리는 분들은 거의 분당사태 때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으로 가지 않았나. 지금은 비문 인사들도 친문이 되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친문이 모든 주요 보직을 장악해도 과거처럼 ‘친문 패권주의’라며 반대하고 나설 인물은 없을 것”이라면서 “대통령도 민주당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친문 진영이 그렇게까지 눈치를 볼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