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페이스북
택배기사들의 파업선언은 처음 있는 일로 파업에 들어가면 700~800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택배시장 절반이상을 점유하는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는 직영기사를 포함해 1만 7000여 명에 달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택배 서비스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택배연대노조는 “택배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CJ대한통운이 공식사과를 하지 않고 있으며 재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에서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동안 택배 근로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월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 인근에서 일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으로 사망했다. 같은 달 옥천터미널에서는 상·하차 업무를 하던 50대 하청 노동자가 작업 도중 쓰러져 숨졌다. 지난달 말 대전물류센터에서 후진하던 트레일러 차량에 30대 노동자가 치여 목숨을 잃었다. 사고 직후 대전지방노동청은 대전물류센터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달 대전 허브터미널 사고는 CJ대한통운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안전요원을 배치했더라면, 조명이 조금 더 밝았다면, 도크 간격이 조금 더 넓었더라면, 하차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서 사망하는 일은 없었다”며 “CJ대한통운이 노조를 인정해 허브터미널에 노조가 있었다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택배연대노조는 “택배기사들의 파업과 택배대란을 막을 수 있는 열쇠를 CJ대한통운이 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노조를 인정해 단체협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필증을 발급받아 합법노조로 공식 출범했다. 노동부가 전국 단위의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한 것은 택배연대노조가 처음이다.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대리점과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업체들은 대리점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면서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은 체결하지 않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사업자 신분이라 대리점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해도 보호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이런 점들은 택배연대노조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CJ대한통운은 노동부의 택배연대노조 설립허가에 대해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연대노조와 단체교섭 상대방은 각 대리점들이다. 당사는 직영기사를 제외하면 택배기사와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노조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당사와 대리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병합돼 서울행정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대법원이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노동부도 지난 달 CJ대한통운의 교섭해태 행위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빠른 택배보다 안전한 택배를 위해 노조는 몸 건강히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 만들기 위해 교섭을 요청했지만, CJ대한통운은 거부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파업에 나서려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당사는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유가족 분들에게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철저한 현장점검을 진행하겠다. 이를 통해 완벽한 개선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라며 “대전터미널 정상화 시점까지 대체터미널을 통해 배송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 택배연대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