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 출범식 당시 김정태 회장(오른쪽)과 함영주 행장. 사진=KEB하나은행 블로그
함영주 행장은 현재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일한 현직 은행장이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해 6월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함 행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은 앞서 지난해 5월 함 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주요 시중은행장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도 함영주 행장이 유일하다.
함 행장은 2015년부터 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사청탁을 받아 9명을 부당채용한 혐의와 함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남녀 비율을 4 대 1에 맞춰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올해 1월 함 행장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금융감독원은 관치 금융 논란에도 지난 26일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면담해 함영주 행장의 3연임에 대한 사실상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함 행장이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하나은행의 경영 안정성과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하나은행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추천한다. 임추위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인 윤성복 이사회 의장, 차은영 사외이사, 백태승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감원은 은행담당 부원장보 등 간부급들이 김정태 회장을 제외한 윤성복, 차은영, 백태승 사외이사를 면담했다.
금감원의 이번 면담에 대해 ‘관치금융’이라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하나은행장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 리스크 등을 점검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으로 관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27일 해명자료에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면담은 민간은행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주주와 고객을 대신해 금융회사 경영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것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정태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함영주 행장의 3연임은 당초 무난한 것으로 전망됐었다. 두 사람은 하나은행에 합병된 서울은행 출신들이다. 서울은행 입사년도는 김 회장이 1981년, 함 행장이 1980년으로 빠르다. 나이는 김 회장이 함 행장에 비해 네 살 더 많다. 김 회장은 2015년 9월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통합 하나은행 초대 은행장으로 함 행장에 힘을 실었다. 함 행장은 2017년 3월 연임에 이어 오는 3월 3연임을 노리고 있다.
김 회장은 2017년 최순실 씨 인사청탁 의혹과 2018년 채용비리 논란으로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모두 불참했다. 2017년 국감에선 함영주 행장이 대신 출석해 최측근으로서 면모를 보인 바 있다.
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이었던 이상화 씨는 최순실 씨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대출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씨는 2016년 2월 신설된 글로벌영업 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태 회장은 최순실 씨의 부탁을 받은 청와대 측으로부터 이 씨의 승진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정기인사도 끝났고 글로벌영업 2본부장 자리는 이 씨가 승진하기 직전에 만들어져 논란이 거셌다.
2017년 국감 현장에서 함 행장은 “이상화 씨를 승진시키기 위해 김 회장으로부터 조직개편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행장으로서 스스로 모든 일을 지시했다”며 김 회장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 행장은 경영성과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7년 2조 1122억 원, 지난해 2조 92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함 행장의 두 번째 임기 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왔다. 함 행장은 진통 끝에 통합 이후에도 서로 달랐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인사제도를 올해 1월 통합하는 성과도 냈다.
함 행장의 3연임은 사실상 김정태 회장의 의중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김 회장이 임추위원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회장이 악재를 만난 함 행장의 3연임에 힘을 보탤지 여부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5일 임추위를 개최했고 28일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군을 2명으로 압축한 뒤 하나은행 이사회에 전달한다.
하나은행 이사회는 내부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오는 3월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 선임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이사회는 함영주 행장(상임이사)과 사외이사 5명, 비상임이사인 곽철승 하나금융지주 전무와 이주형 상임감사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곽철승 전무는 김정태 회장의 의중을 하나은행 이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부재 시 단계별 대응 방침이 모두 수립돼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영공백과 지배구조 리스크는 기우다”라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