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하(오른쪽)와 남편 지상욱. |
2010년 5월 비로소 심은하가 대중 앞에 나선다. 연예인으로서의 컴백은 아니지만 자유선진당 지상욱 서울시장 후보의 아내로서 대중에게 돌아오는 것. 심은하의 컴백은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지난 4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2가 육의전 빌딩에서 자유선진당 지상욱 서울 시장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열렸다.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은 지 후보의 부인 심은하의 개소식 참가 여부는 당일 오전 불참으로 결론 났다. 지 후보 측은 심은하의 불참 이유를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심은하가 유명 연예인일지라도 남편의 선거사무실 개소식 참여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개소식에는 간부, 당원들, 선거 사무 관계자들을 제외한 일반인에게 다과류의 음식물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공직선거법 112조 규정 때문인데 행여 심은하를 보기 위해 개소식을 찾은 일반인이 선거사무실 측이 제공한 다과류를 먹게 될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된다. 과연 일반인들이 개소식까지 몰려와 다과류를 먹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그만큼 ‘심은하’라는 이름이 갖는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지만 심은하는 여전히 신비주의에 둘러싸여 있다. 최근 들어 남편 지 후보와 함께 외출한 모습이 매스컴에 포착되곤 했지만 여전히 그는 대중과 소통의 폭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예상과 달리 그의 선거운동 참여는 최소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지 후보 캠프조차 심은하 카드 사용에 신중한 모습이다. 지 후보는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된 직후 자신을 심은하의 남편으로만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한 만큼 자신을 정치인 지상욱으로 봐 달라는 의사 표현이었다.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통해 정치권에서도 주목받는 정치인이 된 지 후보는 자신에게 유명세를 안긴 ‘심은하 남편’이라는 한계를 최대한 빨리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거사무실 개소식 현장에 10여 명의 연예부 기자들이 몰려들 정도로 지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가 연예계에서도 큰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탓인지 개소식에 참석한 변웅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지상욱 후보는 배우 심은하와 결혼해 지금까지는 ‘배우 심은하의 남편’으로만 알려졌다”며 “하지만 6월 2일 이후에는 ‘심은하 남편 지상욱’이 아닌 ‘지상욱 서울시장의 부인 심은하’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지 후보 캠프에서는 부인 심은하의 선거운동 참여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심은하 효과’를 이미 충분히 누린 상황에서 그가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할 경우 괜한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지 후보 측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경우 심은하의 적극적인 행보도 고려할 수 있다. 그만큼 지 후보 캠프에서 후보 부인 심은하는 ‘뜨거운 감자’다.
지 후보 역시 지난 4월 28일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해 “제가 심은하의 남편이기 때문에 대변인이 됐고 서울시장 후보가 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외국의 경우를 볼 때 정치인 부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본인의 직업에 충실한 경우도 많이 있다. 이젠 모든 가족이 올인해서 선거를 치르는 그런 문화도 바뀌어야 되지 않나”라는 입장을 보였다.
심은하와 가까운 연예관계자들 역시 그가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심은하의 지인인 한 영화관계자는 “대중들 앞에 서는 게 부담스러워 톱스타임에도 연예계를 은퇴한 사람이 남편 선거운동을 위해 다시 대중들 앞에 서진 않을 것 같다”며 “남편이 출마한 만큼 최소한의 역할은 하겠지만 정말 최소한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까진 심은하가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의 정치인 부인으로서의 행보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신당동 인근 주민들 역시 심은하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를 직접 본 이는 거의 없다. 여전히 심은하의 신비주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는 것.
그렇지만 만약 지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낙선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에는 적극적인 선거운동이 예상된다. 지 후보는 지난해 신혼집이던 양재동 빌라에서 신당동 소재의 고급 빌라로 이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지 후보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이사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곤 했다.
지 후보가 현재 주소지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서울 중구가 지역구가 된다. 중구의 경우 지 후보 거주지인 신당동을 중심으로 주택재개발 사업이, 또한 을지로, 신문로, 남대문, 서소문 등 시내 중심가에선 도시환경정비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 후보의 집은 남산 기슭의 고급 빌라인데 그 인근에는 고급 빌라가 밀집해 있지만 조금만 내려오면 오래된 주택들이 올망졸망 붙어 있다. 진입로 역시 차량 두 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지 후보는 도시와 환경, 건설·토목 등을 20년 이상 연구해온 토목공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기술정책연구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지 후보는 개소식에서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제대로 된 집과 건물과 다리를 만들 수 있는 지 연구하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라며 이 부분을 강조했다. 만약 지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할지라도 그가 제시한 정책 방향과 자신의 강점 등은 내년 총선으로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서울 중구는 이런 문제들이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지역구다.
한편 정계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자칫 정치권과 연예계를 대표하는 여성 아이콘인 나경원 의원과 심은하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나 의원이 먼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통과하면 자연스레 대결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 그렇지만 지 후보 측에서 심은하를 전면에 내세우려 하지 않는 데다 이런 형태의 구도가 형성되는 데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항간에선 나 의원과 심은하의 진정한 맞대결이 내년 총선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에는 맞대결이 불가능해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서 맞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나 의원의 지역구가 서울 중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