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3일
코로나19는 ‘언택트 사회’를 만들었다. 재택근무, 재택수업, 온라인 쇼핑 등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비대면 생활이 가능하게 하려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위험과 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택배, 퀵서비스, 택시와 같은 일명 ‘이동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누군가의 언택트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길 위를 달리는 우리 아버지들의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택배기사 이영안 씨는 “남들은 택배가 힘들다고 해도 나는 택배라는 것이 참 좋아요. 내가 땀 흘린 만큼 버는데 뭘 더 바라요. 내가 욕심을 많이 내면 일 많이 하면 그만큼 돈을 다 가져가는데”라고 말한다.
하루 평균 200여 개의 짐을 지고 2만 5000보를 걷고 달리는 택배기사들. 1분 30초에 한 곳씩 200군데를 거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매일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땀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택배 기사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퀵 서비스 기사 도재윤 씨는 “자식들이 해달라는 것도 못 해주고 남보다 능력 있는 아빠도 안되고 그러다 보니 말 그대로 완행 아빠 같아요. 항상 퀵 서비스처럼 사랑도 빠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달리는 직업에서 이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항상 달려가는 퀵 서비스 기사들. 하루 평균 200여 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면 밥 한번 제대로 먹을 시간도 없다.
그런 일상 속에서도 밥 한술 뜨자마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가족. 그들이 매일 달릴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은 사랑하는 가족이 아닐까.
택시기사 이재춘 씨는 “혼자 교대 기사 없이 택시를 2년 운전했어요. 그 돈을 모아서 조그마한 방 하나에 사글세 살다가 전세를 얻어갔어요”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0km 이상을 손님과 함께 달리는 택시 기사. 손님들과 가까이 마주하는 직업인 만큼 사람에게 받는 상처도 수두룩하다. 무례한 손님들의 폭언과 폭행에도 그들은 가족을 위해 운전대를 놓을 수가 없다.
한편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기사 식당은 든든한 밥심으로 매일 10시간 이상의 운전을 가능하게 해주는 택시 기사들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어준다.
화물 트럭 기사 구양호 씨는 “장거리 화물을 하다 보면 가족과 함께 있어 주질 못하잖아요. 그 미안함 때문에 집에 가도 몸이 아파도 아프단 소리를 안 해요”라고 말했다.
길 위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길 위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화물 트럭 기사들이다. 한 달 평균 1만 km를 달리고 한 번 운송을 시작하면 보통 72시간 정도를 차에서 지낸다.
화물차 곳곳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흠뻑 묻어 있다. 화물 트럭만큼이나 묵직한 삶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본다.
지하철 노인 택배원 이형열 씨는 “기억력이 없으니까 이걸 다 외어야 하는데 외울 수가 없잖아요. 적은 거 보면서 가는 거죠”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바쁜 현대인들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 이곳이 직장인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를 배송하는 지하철 노인 택배원들이다. 평균 65세 이상인 그들이 일하는 이유는 지하철 노선만큼이나 다양하다.
하루 평균 2만 5천 보를 걷는 지하철 노인 택배원들은 어떤 인생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한편 내레이션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아버지’의 대명사로 평가받는 배우 손현주가 참여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