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와 마산대우백화점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의 기존 사업과 큰 시너지가 없는 만큼 교보생명 지분과 마산대우백화점에 대한 매각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서 포스코와 맞붙었던 롯데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교보생명 지분과 대우백화점을 둘러싼 포스코와 롯데의 이해관계를 따져봤다.
지난 5월 14일 대우인터내셔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정밀실사 작업을 거쳐 채권단과의 최종 조율을 통해 7월 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인수전 기간 동안 생보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대우인터내셔널 보유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해 포스코는 전량 매각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지난해 정준양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을 때부터 교보생명 지분 처리 방향이 눈길을 끌어왔는데 포스코 측은 항상 “별도 매각할 것”이란 입장을 보여 왔다. 사업 시너지도 없는 데다 생보업계의 괜한 오해를 살 필요도 없는 까닭에 일찍부터 매각 방침을 밝혔던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 팔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태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마산대우백화점이 ‘포스코 패밀리’에 합류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마산대우백화점은 지난 1997년 11월 개점한 이후로 마산의 대표적인 향토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2008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13회 한국유통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산대우백화점에 대해 포스코 측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공식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포스코 내부에선 이미 매각으로 방향이 잡힌 상태라고 전해진다.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적합한 상대를 물색해 매각하는 것이 옳다는 쪽으로 정준양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정서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포스코가 고려할 수 있는 ‘적합한 상대’ 물망에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서 맞붙었던 롯데그룹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무혈입성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난데없이 롯데가 출사표를 내밀면서 인수전을 2파전 양상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롯데와의 경쟁에서 포스코가 결국 승리했지만 올 초 적정가격으로 거론되던 2조 3000억~2조 6000억 원보다 1조 원 가까이 높은 인수 금액을 써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모로 포스코에게 달갑지 않은 상대인 롯데가 마산대우백화점 매각 상대로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화점이 위치한 마산 지역은 프로야구팀 롯데자이언츠가 제2 연고지로 삼고 있을 정도로 ‘친 롯데’ 성향이 강한 곳이다. 때문에 롯데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당시 마산 지역에선 대우백화점이 롯데 품에 안길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 당시 불거진 롯데의 ‘들러리설’ 역시 포스코-롯데 간에 대우백화점 거래가 오갈 가능성을 불 지피는 대목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이었던 지난 2월 14일 롯데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인수전 참여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가 등으로 정부와의 밀월설을 낳아온 롯데가 준정부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소유 대형매물 M&A(인수·합병) 흥행을 위해 인수전 막차를 탔다는 시각도 있었다.
결국 포스코가 예상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고 인수전 승자가 되면서 롯데의 들러리 참여설이 힘을 얻었다. 만약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을 앞두고 정부와 롯데 간 교감이 있었다면 정치적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포스코가 롯데를 마산대우백화점 우선 매각 대상자로 고려해볼 수도 있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선 마산대우백화점은 물론 교보생명 지분까지 롯데에 매각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마산대우백화점과 관련해 롯데 측은 “내부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 인수 여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포스코와 롯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부 간의 역학관계를 주시하는 재계 인사들은 여전히 포스코-롯데 간에 ‘깜짝 빅딜’ 발표가 나올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