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세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달아오르곤 하지만 또 금세 식는다. 그렇게 세간의 관심이 조금씩 식어가는 데 반해 남겨진 유가족의 아픔은 더욱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유가족들의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 잔인한 일은 이렇게 큰 상처는 대부분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상처를 동반하곤 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유가족들은 사망, 와병, 이혼, 경제적 위기 등의 다양한 ‘합병증’까지 이겨내며 힘겨워하고 있다.
연예인 자살 사건이 발생한 뒤 가장 세간의 이목을 오래도록 집중시킨 유가족은 고 안재환의 유가족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자살’이라는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은 “경찰 수사 결과를 못믿겠다”며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재수사에서도 결론은 자살이었다. 이에 유가족은 정선희에게 ‘(고 안재환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밝혀 달라’며 만남을 거듭 요청했지만 정선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3월엔 고 안재환의 모친 유영애 씨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안재환이 세상을 떠났을 당시 부친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친 유 씨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직접 취재진을 만나 강한 어조로 경찰 수사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며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은 그에게 암이라는 큰 병을 건넸다. 두 달가량 복부 통증이 지속돼 병원을 찾았다가 간암 4기 판정을 받은 것. 이미 기력이 많이 약해져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라디오 DJ, 케이블 방송에 이어 공중파로까지 활동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정선희 역시 아직까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선희의 한 지인은 “연예계 활동은 재개했지만 여전히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한편 고인의 둘째 누나 안미선 씨는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으로 변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무속인으로 인해 더욱 강렬하게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는 고 정다빈의 모친이다.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 내내 ‘자살’인지 ‘의문사’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경찰 수사는 자살로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살에 대한 의혹을 버리지 못한 고인의 모친은 고인의 사망 시각 전후 전화 통화 내역과 당시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의 통화 내역,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사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2009년 3월엔 tvN <ENEWS>에서 그가 무속인인 영매를 통해 죽은 딸과 만나는 접신 장면이 방송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ENEWS> 제작진은 “고 정다빈 2주기 추모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모친을 만났는데 ‘딸을 도저히 못 보내겠다’고 토로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접신을 요청했다”며 “고 정다빈이 사실상 어머니와 남동생을 부양해왔던 터라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모친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몇 년 새 줄을 잇고 있는 연예인 자살의 시발점은 바로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이은주였다. 당시엔 연예인 자살이 생소했던 터라 우울증이라는 자살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다양한 루머가 나돌았다. 특히 사채 등으로 인해 고인의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루머가 지배적이었으나 이런 루머와 달리 유가족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뒤 부모가 이혼에 이르게 됐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그런 터라 이은주 1주기 당시에도 부친은 홀로 고인의 위패가 안치된 청아공원을 찾았고 모친과 오빠는 소속사에서 개최한 추모 행사에 참석해 각각 고인을 추모했다.
스타 남매의 어머니로 세인의 부러움을 샀지만 결국 자살로 남매를 모두 잃은 고 최진실 최진영 남매의 모친 정옥숙 씨. 그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인들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참고 이겨나가야 되는데 포기하고 떠나면 남은 가족들의 심정이 너무 아프다”면서 “박용하 씨 떠났을 때도 남의 일 같지 않고 가슴이 아파 며칠씩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얼마 전 자살한 고 박용하의 유가족에 대해서도 걱정의 소리가 높다. 이미 고인의 부친 박승인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암 투병 중이다. 빈소에서도 휠체어를 탄 모습이었던 터라 부친의 건강을 두고 우려하는 지인들이 많다. 발인과 화장터, 장지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인의 부모는 삼우제에 맞춰 고인의 묘소를 찾았다. 3일 내내 빈소를 지키며 사실상의 상주 역할을 한 동료 연예인 소지섭이 고인 대신 아들 노릇을 하겠다며 고인의 부모를 위로해 주위를 숙연케하기도 했다.
한편 자살로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장례식 내내 시끄러웠던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 씨의 유가족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지 이중 계약 논란이 불거진 뒤 아들 배동진 씨가 잠적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고인의 첫 부인의 아들인 배 씨는 고인을 ‘아름다운 추모원’에 안치하기로 계약하고 3000여만 원을 받았지만 투병 중인 고인의 병간호를 맡았던 두 번째 부인의 딸들이 ‘분당추모공원 휴’와 계약해 놓은 터라 고인은 ‘분당추모공원 휴’에 안치됐다. 빈소에서 이로 인해 소란이 있었지만 배 씨가 “장례를 무사히 치르도록 도와주면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돈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결국 배 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하고 말았다.
또 다른 논란거리인 병원비 미납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병원 측에서 최대한 유가족을 배려해 병원비를 천천히 낼 수 있도록 배려해준 터라 별다른 문제가 야기되진 않았지만 유가족 입장에선 앞으로도 한동안 병원비 문제로 힘겨울 전망이다. 고인의 병간호로 이미 많이 지쳤던 데다 장례식에서도 이런 복잡한 상황들이 불거져 나온 탓인지 장례 절차가 끝난 뒤 두 번째 부인의 딸들 가운데 첫째인 배주영 씨가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