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희선.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고 최희선은 대구 무용예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하며 지금까지 그의 춤이 이어오고 있는 대구 대표 명무(名舞)이다. 이번 무대는 10주기 추모 헌정공연이다.
최희선 명인은 1929년 대구에서 출생, 십대 후반 대학을 다니며 박지홍에게 전통춤을 배우고 무용계에 입문했다. 대구 약전골목을 오가며 봤던 기생들의 춤과 소리에 끌려 춤을 시작했다.
1957년 문화극장(구 국립극장)에서 발표공연을 가지며 전통춤과 창작품에 몰두했다. 1958년에는 제1회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스승 박지홍과 함께 하회별신굿탈놀이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외에 경북도 문화상 수상, 대한민국국민훈장 목련장, 아시아드 문화예술축전 안무상, 연기상, 대한민국무용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1970년 서울에 무용연구소를 개설,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한 창작활동을 하며 후학 양성과 대구 전통예술 발전에 앞장 서 왔다.
이번 무대는 고 최희선 선생의 무용 철학을 담은 생전의 유작과 예술적, 인간적 교류를 했던 무용가들의 헌정공연으로 선보인다.
달구벌 입춤을 현 시대에 전파하고 있는 그의 큰제자 윤미라가 연출을 맡고 최미나(달구벌입춤보존회 회장), 임관규(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장유경(계명대 무용학과 교수), 윤미라(경의대 무용학부 교수) 등 국내 최고 무용수들의 독무와 이를 잇는 20여명의 제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옛 대구의 멋스런 정서가 녹아 있는 박지홍제 최희선류의 달구벌 입춤을 시작으로 한량무, 선(扇)살풀이 춤, 무악지선, 한(恨), 윤미라 안무의 달굿, 박지홍제 최희선류를 윤미라가 재구성한 입춤을 선보인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렉처오페라 시리즈Ⅲ, 모노오페라 ‘목소리’
대구오페라하우스 렉처오페라 시리즈 - 풀랑의 모노 오페라 목소리 공연.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렉처오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프랑시스 풀랑의 모노오페라 ‘목소리’(대표 박인건)가 11월 20일 저녁 7시30분과 21일 오후 3시 별관 카메라타에서 선보인다.
예술장르 전반에 두각을 나타낸 장 콕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 ‘목소리’는 프랑스 신고전주의 작곡가 프랑시스 풀랑(Francis Jean Marcel Poulenct, 1899-1963)의 작품이다.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를 비롯한 세 편의 오페라와 독창적인 음색의 곡들을 남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였던 풀랑은 그가 생전에 존경했던 클로드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를 빛낸 작곡가로 꼽히고 있다.
오페라 ‘목소리’는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리는 내용의 작품으로, 단 한명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모노(혼자 연기하는 극의 형태)오페라’란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그녀(elle)’라 불리는 한 명의 주인공이 같은 장소에서 한 대의 전화기로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오페라에 익숙해져 있던 관객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막으로 구성된 공연이기에 이날 렉처오페라 공연을 통해 모든 아리아와 장면들을 가감 없이 만나볼 수 있으며, 소극장인 ‘카메라타’ 무대에서 진행돼 ‘그녀’의 노래와 심리상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렉처오페라 ‘목소리’는 국립오페라단과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등에서 활발한 작품활동 중인 이혜영이 연출을, 대구오페라하우스 피아니스트 장윤영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최상무 공연예술본부장이 해설을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단막이라고는 하지만, 단 한명의 아티스트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모노오페라의 특성상 주인공의 역량에 작품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렉처오페라 ‘목소리’를 이끌어 갈 주인공은 바로 소프라노 심규연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미국 뉴욕 맨해튼음악대학 석사를 거쳐 보스턴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 오페라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소프라노 심규연은 2015년 미국 델라웨어오페라단 ‘라크메’의 주역으로 데뷔하여 호평받았고, 지난해에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심청’의 주역으로 서는 등 국내·외에서 오페라 전문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렉처오페라 시리즈는 전문가의 해설이 곁들어져 오페라 입문자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대구오페라하우스만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대구시향, 환상의 프랑스 클래식…뒤카, 이베르, 라벨 “상상의 이야기가 클래식 음악이 되다”
11월 27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의 지휘 아래 프랑스 작곡가 뒤카와 라벨의 동화 같은 작품과 이베르의 플루트 협주곡을 만나본다. 플루트 협연은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을 역임한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맡았다.
첫 곡은 프랑스 근대 작곡가 폴 뒤카의 교향적 스케르초 ‘마법사의 제자’이다. 이 작품은 1797년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동명의 발라드(담시, 이야기를 담은 시)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앙리 브라즈의 글을 바탕으로 1897년 완성됐다.
마법사인 스승이 외출한 틈에 제자가 물을 긷는 주문을 빗자루에 걸어 벌어지는 소동을 음악으로 재미있게 그린다. 1898년 파리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이 곡은 미키마우스가 마법사의 제자로 등장하는 디즈니의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가 제작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해학적 분위기의 표제음악이다. 서주, 스케르초, 코다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쾌한 주선율을 따라 다채롭게 변화되는 리듬과 강약 조절로 섬세하게 묘사된다.
이어 프랑스 음악계의 심미파로 불린 자크 이베르의 ‘플루트 협주곡’이 연주된다. 감각적인 선율미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이 협주곡은 1932년 작곡돼 당대 프랑스 최고의 플루트 연주자 마르셀 모이즈에게 헌정됐다.
초연은 1934년 모이즈의 플루트 독주, 플루티스트 출신 지휘자 필립 고베르의 지휘,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뤄졌다. 전체 3악장이며, 마지막 악장에서는 플루티스트에게 고난도의 까다로운 기교를 요구한다. 곡의 유명세에 비해 전곡이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 편이라 실황으로 만나볼 좋은 기회다.
협연을 맡은 조성현은 일찍이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고, 세베리노 가첼로니 국제 콩쿠르 우승,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독일, 영국 등 유럽 다양한 무대에 초청받아 그 기량을 발휘했고 카라얀 아카데미를 통해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으로서 사이먼 래틀, 주빈 메타, 리카르도 샤이, 안드리스 넬슨스, 엠마누엘 파후드, 안드레아스 블라우 등과 작업했다. 그가 속한 목관 오중주 바이츠 퀸텟은 카를 닐센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새바람을 일으켰다.
미국 오벌린 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뮌헨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그는 현재 연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바이츠 퀸텟 멤버, 일본 산교 플루트 아티스트 등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공연 후반부는 관현악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과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제2번’으로 장식한다. 두 작품 모두 인상주의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선명한 색채감과 라벨의 빈틈없는 구성력이 돋보인다.
대구시향 제467회 정기연주회 공연 모습. 대구시립교향악단 제공
먼저 ‘어미 거위’는 원래 한 대의 피아노를 두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 연탄 모음곡이었다. 동화집에서 가져온 5가지 이야기를 소재로 두 어린이가 연주할 수 있도록 피아노 모음곡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1911년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위한 파반느’, ‘난쟁이’, ‘파고다의 여왕 레드로네트’, ‘미녀와 야수의 대화’, ‘요정의 정원’까지 5곡으로 이뤄진 관현악 모음곡이 편곡됐고, 1912년에는 ‘전주곡’, ‘물레의 춤과 정경’, 4개의 간주곡을 덧붙여 발레 음악으로 확장 편곡됐다.
아동용 연주곡에서 출발해 단순 간결하고, 기교적인 부분도 비교적 쉽다. 그러나 라벨의 작품답게 내용을 함축시켜 교묘하게 단순화시켰을 뿐, 이 단순성에는 어린이 특유의 감각과 신선함, 자유로운 상상력이 깃들어 있으며, 공상의 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마지막 곡은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제2번’이다. 양치기 소년 다프니스와 소녀 클로에의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로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관현악법의 극치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 단장 디아길레프의 위촉을 받아 1912년 3부로 이뤄진 발레 음악이 완성됐고, 발레 초연은 같은 해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이뤄졌다.
라벨은 이 발레 음악의 완성 전후로 두 개의 모음곡을 만들었다. 1911년 모음곡 제1번, 1913년 모음곡 제2번이 간행됐는데, 두 모음곡 중 발레의 제3부 음악을 분화시킨 모음곡 제2번이 더 유명하고 자주 연주된다.
모음곡 제2번은 ‘새벽’, ‘무언극’, ‘모두의 춤’으로 구성된다.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재회, 목신 판과 님프 시링크스의 사랑을 그린 두 사람의 몸짓, 제단 앞에서 모두가 함께 추는 열광적인 춤으로 마무리된다.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연주를 앞두고 “프랑스의 근대음악가 뒤카, 이베르, 라벨은 자유로운 상상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의 회화성’도 빼놓을 수 없겠다. 몽환적인 화성과 뛰어난 관현악법으로 완성한 감각적인 프랑스 근대음악을 골고루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영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