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공판을 마치고 여주지원 법정을 나서는 김선교 의원에게 기자들이 질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보좌진이 기자의 촬영을 막아서는 모습.
[일요신문=여주·양평] “2017년 대선에서도 선거운동원들에게 추가수당 줬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여주시·양평군)과 회계책임자 경 씨(여·48)의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4차공판에서 충격 증언이 나왔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재판장 이병삼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2시 101호 법정에서 공판을 열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여주시·양평군 지역구 前 사무국장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사건 핵심증인으로 알려진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 씨(남, 39)의 외삼촌으로 알려진 A 씨(남, 61)는 김선교 의원과 친구 관계로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면서 2017년 대선 시기 지역구 사무국장과 회계책임자를 역임했다.
검찰은 김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A 씨가 다른 선거에서도 선거운동원들에게 불법 추가수당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양평연락사무소 회계책임자 B 씨의 경찰진술 번복에 대한 선거캠프의 종용 여부, 기관단체 후원금 모금, 김 의원과 조카 이 씨가 알게 된 경위 등을 캐물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그동안의 공판에서 불법 후원금 모금과 불법선거자금 살포, B 씨의 진술번복 종용 등을 전면 부인하고, 또 김 의원과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 씨는 잘 모르는 관계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재판에는 김 의원 측근 등 20여 명이 참석해 공판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 김 의원 지역구前 사무국장 A 씨 “2017년 대선에서도 선거운동원들 초과 수당 줬다”
김 의원 캠프, 법인과 단체에서 불법후원금 800만원 기부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이날 공판에서 검사는 A 씨에게 “사무국장 재임시 선거운동원들에게 초과수당을 준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고, A 씨는 “지역구 사무국장 겸 회계책임자를 맡았던 2017년 대선에서 선거운동원들에게 초과수당을 줬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사무국장인 내가 직접 12명의 선거운동원들에게 추가수당을 1일 3만 원씩 22일간 66만원씩 더 줬다”면서,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지역구 위원장인 김선교 의원에게 보고했고 승낙을 받고 집행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자 검사는 이번에 기소된 35명의 선거운동원 명단을 보여주면서 17년 대선 때 추가수당 준 명단이 있느냐고 물었고, A 씨는 3명을 지목했다.
또 검사는 사무국장 시절 기관·단체 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A 씨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성심회에서 미신고후원금을 기부 받은 적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인이 후원회를 통해 정치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은 가능하나 법인이나 단체는 특정 정치인에게 정치 후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검찰은 지난 총선 김 의원 캠프에서 성심회를 비롯 XX60FC, XX김씨 종중, XX중앙회, XX사친목회 등 법인과 단체 등에서 불법후원금 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캠프 차원에서 양평연락소 회계책임자 진술번복 종용했다”
양평연락사무소 회계책임자 B 씨의 진술번복과 관련해서는 A 씨는 “총선 선거대책본부장 한 씨가 전화통화에서 양평연락소 회계책임자 B 씨의 진술을 검찰에서 번복시켰다고 말했다”고 했다.
실제 B 씨는 경찰진술과 검찰진술, 법정에서 증언을 번복했다. B 씨는 최초 진술에서는 미신고 후원금 모금사실을 알았고, 회계보고 준비 중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 씨가 회계책임자 경 씨에게 미신고 후원금 지출 사실 및 미신고 후원금 잔액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으나 검찰과 법정 증언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검찰에서는 A 씨와 한 씨 간 ‘통화녹취록’과 ‘주변에서 경찰진술을 번복하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B 씨의 ‘검찰진술 영상녹화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 씨, 컨테이너가 아닌 목욕시설 등이 완비된 이동식주택에 거주
이 씨는 김 의원과 2017년 대선 때부터 알던 사이...캠프에서 사무과장으로 불렀다.
자신의 조카인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 씨와 관련해서는 “욕실 등이 구비된 이동식주택에 살았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만을 입는 경향이 있다”며, 그동안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동안 변호인 측은 “김 의원이 이 씨를 예전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라 가까운 지인의 조카여서 채용했던 것”이라면서, “이번 일은 후원회 회계책임자 B씨가 의원실 고위직을 원했지만 6급 비서로 발령 내면서 벌어진 일로 B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또 “이 씨가 지시에 잘 따르지도 않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무단결근을 하는 등 업무에 매우 불성실했다”면서, “외삼촌이 운영하는 공장 뒷마당에 있는 콘테이너에서 살고 있으며, 평소 옷도 잘 갈아입지 않고 다녔다”고 주장했었다.
A 씨는 이날 증언과 또 기자의 취재를 통해 “김 의원 캠프에서 정신이상자로 몰고 있는 조카 이 씨는 김 의원 캠프에서 2017년 대선 때부터 사무과장 등으로 함께 근무해왔다. 정신이 이상하거나 불성실하면 수년간 함께 근무했겠느냐”며, “김 의원 측이 조카를 불성실자로 몰아 진술의 신빙성을 희석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기간 중 딱 한 번 이 씨와 분식집에 갔다는 김 의원 측 주장에 대해서도 “2년여 동안 내 사무실을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로 사용했다. 조카는 평일엔 오후에, 공휴일에는 거의 매일 내 사무실로 출근해서 하루 종일 지역구 업무를 도왔다. 나와 김 의원, 조카가 함께 식사한 것만 해도 10여 차례 이상은 될 것”이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조카를 이번 총선에서 처음 기용한 것처럼 주장하는 김 의원 측 주장은 참으로 구차하다”고 말했다.
◇ 이 사건 최초 제보는 조카 이 씨가 아닌 김 의원실 내부제보자 “의원실 암투에 의한 것”
A 씨는 또 이 사건 최초 제보자는 후원회회계책임자인 자신의 조카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A 씨는 증인신문과 본지 기자의 취재에서 일관되게 “최초 이 사건 제보자는 따로 있다. ‘김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내부제보자의 경찰 진술을 보더라도 이 사건은 공식라인인 비서진과 비공식 특별보좌관 이 모 씨와의 내부 다툼에서 불거진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또 자신의 조카는 최초 경찰진술 조서에서 “미신고후원금을 모금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후 내부제보자의 제보에 따른 후원금 서류 등이 나와 어쩔 수 없이 미신고후원금 모금 사실과 선거비용 지출 사실 등을 자백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이어 “4월 15일 선거가 끝난 후 후임 회계책임자를 지정해 달라는 조카(이 씨)의 거듭된 요구에도 캠프에서 차일피일 미루자 어쩔 수 없이 6월 1일 공식후원금 내역과 함께 비공식후원금 회계서류 등을 김 의원 국회사무실로 내용증명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A 씨는 또 애당초 조카와 짜고 당선무효를 시키려고 했다는 김 의원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A 씨는 “제 처가 김 의원 처와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직장생활도 함께 해 친분이 두터워 함께 여행도 다닐 정도였다”면서, “또 제 처가 총선운동 기간 13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양평연락사무소에서 운동원들 점심을 해주는 등 자원봉사를 했다. 선거캠프 해단식에도 참석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A 씨와 정가에 따르면 이처럼 김 의원 사건은 4·15 총선 직후 캠프 내부 갈등으로 김 의원실 내부제보자의 경찰청 제보로 표면화됐으며, 이런 내용의 진술조서가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대선 때 선거운동원 추가수당을 줬고, 이 같은 사실을 김선교 의원이 당시 지역위원장으로서 알고 있었다’는 A 씨 증언에 대해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김선교 의원 역시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변호인 측은 대신 “세무조사로 3억여원의 추징금을 내게 됐는데도 김 의원이 도와주지 않았고, 또 조카가 의원실에 채용되지 못하자 앙심을 품고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게 아니냐”고 A 씨를 공격했다.
변호인 측은 이어 A 씨의 조카인 이 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 무슨 일을 시키면 제때 하지 못했고, 캠프에서 야단맞고 며칠 씩 결근을 하는 등의 사정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A 씨는 “선거 때는 사공은 많고 일은 혼자 하는 구조라 일일이 다 들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조카의 학력을 보더라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맞지 않다”면서, “옷을 갈아입지 않고 다닌다는 등 개인 취향까지 폄하하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A 씨는 또 “사무국장 시절 중앙당 지원이 없어 거의 사비로 당 사무실 운영을 했다”고도 했다.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당협위원장인 김 의원의 사전선거운동 등 불법사항들을 많이 알고 있었을 텐데 이런 사안들을 고발할 생각이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 미신고후원금 모금과 선거운동원 초과수당 지급...김 의원 포함 선거캠프 56명 무더기 기소
김 의원은 지난 4.15 총선 기간 중 연간 1억5천만원으로 정해진 후원금 액수를 초과해 총 66회에 걸쳐 4,771만원을 모금한 혐의와 이렇게 초과 모금한 후원금 등을 선거비용으로 사용하면서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비용인 2억1천900만원을 초과해 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초과 지출된 선거비는 선거운동원들에게 하루에 1인당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인 7만원을 초과해 1,508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했으며, 연설원 등 3명에게 300만원, 김 의원 부인과 차남에게 각각 100만원씩 200만원, 당협운영위원 활동비로 430만원, 여주 선거사무소 운영비용과 자원봉사자 식대 등으로 300만원, 회계책임자 급여로 650만원, 유튜브 선거운동비용으로 900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과 함께 검찰이 기소한 56명 중 현재 의원직 박탈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의원과 회계책임자 경 씨 등 2명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며, 두 사람 공판이 끝나면 선거대책본부장 한 씨와 선거홍보기획단장 B 씨,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 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 할 예정이다.
이후 당협운영위원장 등 운영위원 11명과 유세단장 이 모 씨, 유세차량 운전기사 박 모 씨(김 의원실 7급비서), 선거연설원 3명, 선거운동원 35명 등 나머지 51명의 공판이 예정되어 있는 등 이번 재판은 세 갈래로 구분해서 진행된다.
◇ 김 의원과 회계책임자 경 씨, 선거법 위반 처벌 전력 부담…재판에 영향 미칠 가능성
김선교 의원은 지난 2007년 재선거에 출마해 양평군수로 당선됐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군수에 재선된 김 의원은 당시 군의원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3선 군수가 된 김 의원은 이번에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과 3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회계책임자 경 씨 역시 2004년 8월 수원지법여주지원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죄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정가에서는 이처럼 김선교 의원과 회계책임자 경 씨의 과거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월 4일 5차공판 증인신문…김 의원 불법후원금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 공방
2월 4일 오후 2시 20분으로 예정된 5차공판에서는 前 농협양평군지부장 이 모 씨와 전 모 씨, 김 의원 前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불법후원금 모금과 지출에 대해 김 의원이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간의 열띤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공식후원금 모금한도액 완료 이후에 미신고후원금 100만원을 기부한 전 농협양평군지부장 이 씨는 후원금을 기부한 날 김 의원에게서 감사전화를 받은 경위에 대해, 전 씨는 기부한 300만원이 최초 공식후원금으로 입금된 후 다시 반환받아 미신고 후원금으로 기부하게 된 경위, 前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비공식 후원금 모금 경위 등에 대해 물을 예정이다.
이 사건 핵심 증인인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 씨와 김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내부 제보자 최 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과 이 씨로부터 미신고 후원금 잔액 311만원을 받아 간 김 의원 비공식 특별보좌관 이 모 씨 증인신문은 5차공판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총선 캠프에서 중요 직책을 수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비공식 특별보좌관 이 씨는 검찰조사에서 311만원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다시 돌려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3선 양평군수 출신인 김 의원은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 21대 총선에 여주시·양평군 후보로 출마해 초선으로 당선했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의원이 이번 사건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 받거나 회계 책임자 경 씨가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무효 처리된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