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지원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결과 드러나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63억 96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IPTV 상품을 자신의 이동통신 상품 등과 결합판매하는 과정에서 2016~2019년에 IPTV 판매수수료 중 일부를 대신 부담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지원 규모는 199억 9200만 원에 달한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상품이 SK텔레콤 대리점을 통해 팔릴 때마다 2016년 기준 건당 약 9만 원의 수수료를 대리점에 줬다. 문제는 결합상품의 전체 판매수수료가 올라가도 그 밖의 수수료 전액을 SK텔레콤이 지불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IPTV 판매수수료가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오르면 SK텔레콤 부담분만 41만 원에서 61만 원만 늘어나고, SK브로드밴드는 항상 9만 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전후 부당지원 문제가 외부에 노출될 우려가 발생하자 SK브로브밴드는 2016~2017년 비용 일부를 분담(약 109억 원)했으나,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에게 비용분담에 상응하는 광고매출(약 99억 원)을 올려줌으로써 SK브로드밴드의 손실을 보전했다. SK텔레콤 역시 이 같은 거래형태가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SK브로드밴드와 공유한 정황이 나왔다.
공정위는 “결합상품 판매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 시장을 지키면서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는 SK브로드밴드 IPTV 상품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게 배경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은 재무적 한계가 존재했던 SK브로드밴드의 상황을 고려해 판매수수료 일부를 대신 부담한 것이다. 즉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자금력이 SK브로드밴드로 전이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어 “SK텔레콤은 IPTV 위탁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자신의 조직평가 지표에도 포함하는 등 IPTV 판매에 직접 관여하면서 자금도 지원했다”며 “SK텔레콤 대리점을 통한 SK브로드밴드의 IPTV 상품 판매량은 2019년 기준 전체 판매량의 49%에 달할 정도로 가입자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SK그룹이 특정 시장의 선점효과(지배력)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계열사가 속한 다른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는 위법행위를 확인·시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임준선 기자
SK텔레콤은 공정위 조사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SK텔레콤은 같은 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상적인 시장경쟁 및 합리적인 계열사 거래를 ‘위법’으로 판단한 심의결과는 유감”이라며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가 유통망에 지급해야 할 IPTV 유치비용을 대신 부담한 사실이 없으며, 양사간 객관적·합리적 판매수수료 분담으로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지원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도 자사의 비용부담 몫을 모두 부담했고 사후정산까지 거쳤으며, 부당한 이익을 제공받은 바 없다. 공정위의 의결서를 검토한 후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