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소화할 국내 매수세가 부족해지면서 주가 낙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비중 축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이 줄고 개인투자자와 연기금의 매수 여력도 제한되면서 주가 급락의 충격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AI 투자에 대한 불신이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업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KB증권은 13일 장 마감 보고서에서 “시장은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며 반도체를 성장주에서 커머디티 실적주(시클리컬)로 재평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기업의 이익과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로 보고, 이번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시장 급락으로 가격 및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5000포인트대 중반에서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16일 보고서에서 이번 하락에 대해 “추가 하락 대비 가격 되돌림의 기대값이 커진 구간이기에, 베이스 시나리오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수가 회복하는 경로”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통화정책과 중간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11월을 전후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반등론을 뒷받침한다. 변 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전날 국내 증시 급락은 미국 9월 물가가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10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우려를 당겨서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증시 단기 급락 상황은 11월 반등을 겨냥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등에 앞서 저점을 두 차례 확인하는 이른바 ‘W자형 반등’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은 16일 “10월 이후 리스크와 수급 환경은 개선되며 ‘더블 바텀(이중 바닥)’ 형성 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고 매수세가 개선되면 2027년 코스피가 1만 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중장기 낙관론도 제시됐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3일 보고서에서 “2027년 코스피는 AI·반도체 대표주의 실적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이익 대비 주가 수준과 수급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6000~1만 포인트 범위에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등 전망이 현실화하려면 반도체 장기 공급계약으로 이익 전망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주주환원으로 매수세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두언·임승미 하나증권 연구원은 15일 “장기계약은 판매 물량과 매출의 가시성을 높여 사이클 진폭을 완화하는 요인”이라며 “단기 수급의 전환에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 자체보다 앞으로 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지가 주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이익의 절대 규모의 증가 여부보다는 증가율 수준이 주가 수익률 결정에 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가 하락 여력이 제한적이더라도 고금리와 고유가 등 거시경제 부담은 반등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과거 위기 국면과 비교해 추가 하락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면서 “고금리와 고유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등 대외 경제 여건이 부담으로 작용해 강한 반등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외 환경과 기업 이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주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성근·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높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대외 환경이 단기간 내 호전되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도와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기까지는 매수 확대보다 위험 관리가 우선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15일 보고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적극적 비중 확대를 지양하며 위험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