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반면 그에 대한 인정률은 하락세다. 인정 또는 불인정으로 결론 난 사건을 기준으로 전국 인정률은 2023년 44.6%에서 2024년 49.8%로 높아졌지만, 2025년 37.0%로 떨어졌다. 올해 7월까지는 34.8%에 그쳤다. 2023~2024년과 2025~2026년 인정률을 비교할 수 있는 10개 시도 중 경북과 전남을 제외한 8곳에서도 인정률이 하락했다.
특이한 점은 지역별로 편차가 극명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인정률은 2023년 12%, 2024년 17%, 2025년 14%로 3년 연속 10%대에 머물렀다. 반면 전북도의 인정률은 같은 기간 각각 81.8%, 90.0%, 78.6%였다. 특히 2024년에는 제주에서 인정 1건·불인정 5건이 나온 반면 전북에서는 인정 9건·불인정 1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유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폭언·모욕은 2023년 142건, 2024년 180건, 2025년 18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한 업무지시는 2023년 68건, 2024년 65건, 2025년 63건이었다. 업무배제·따돌림도 35건에서 44건으로 증가했다. 행위 유형별 구성비가 대체로 비슷한 상황에서 인정률만 하락한 셈이다.
지자체마다 괴롭힘 인정률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제주와 전북 모두 공통적인 갑질 판단 지침 등을 적용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조사·심의 절차에 차이가 있었다.
제주도는 청렴감찰관실에서 신고를 접수한 뒤 피해자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과정에서 사건이 종결되거나 신고가 취하되기도 한다. 정식 조사를 원하는 경우 감찰부서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3명 이상에게 자문을 구한다. 전문가 과반수가 갑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감사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넘겨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제주도 청렴감찰관실 관계자는 “(제주에서) 자체적으로 임의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동료 간 다툼이나 일회성 폭언 등은 갑질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 문턱이 낮아지면서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도는 감사부서가 직접 신고 사건을 조사한 뒤 심의 절차를 진행한다. 전북도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가장 흔한 사유는 증거 불충분”이라면서 “참고인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정확한 증거자료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인정된 사건은 대부분 징계로 이어지지만, 경미한 사안은 훈계나 주의로 마무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북도의 높은 인정률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과 판단 기준이 특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신고 사건의 특성이 달라서 그런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자체별 심의 운영 실태를 행안부가 별도로 점검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조사·심의 방식은 조례나 규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행안부가 개별 지자체의 갑질 조사와 심의 절차를 일괄적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인정률 하락 원인에 대해서도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심의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울산 북구에서는 신규 공무원의 괴롭힘 신고가 인정되지 않자 공무원노조가 부실 조사를 주장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노조는 1차 조사에서 여러 명의 피해 진술이 확보됐지만 외부 전문가의 조사 대상은 최초 신고자 1명으로 제한됐다고 주장했다. 북구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조사했으며 신고 외 부적정 행위에 대해서는 처분을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판단이 뒤집힌 사례도 있다.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부장급 직원이 회식 중 부하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애초 기관은 해당 사건을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검찰이 가해자를 폭행 혐의로 약식기소한 뒤 새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약 8개월 만에 결론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공통 기준이 마련돼 있더라도 조사·심의 과정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판단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소 노무법인 HRS 대표노무사는 “동일한 사실관계라도 누가 조사하고 심의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사 담당자의 괴롭힘에 대한 인식과 교육 수준, 사건 처리 경험 등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의 운영 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이미소 노무사는 “일부 심의위원회에서는 비밀유지를 이유로 사건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고 당일 현장에서 열람하도록 한다”면서 “짧은 시간에 방대한 증거자료를 검토하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괴롭힘은 고의성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아닌데도 이를 요구하는 심의위원이 있는 등 전문성 차이도 크다”고 덧붙였다.
박정현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은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전국 인정률이 동시에 떨어지고 지역별 편차까지 크다는 건, 심의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호”라면서 “행정안전부는 지자체별 심의위원회 운영 체계와 심의 현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공무원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미소 노무사는 기관에 재신고하거나 별도의 복무규정 위반 신고, 소송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불인정 결정 자체에 불복하는 절차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고 사건의 조사·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판단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