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뼈나 장기만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젊어서부터 연골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의 발달로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하면 20년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므로 젊은 나이에 연골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은 온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귀와 코, 팔꿈치, 무릎, 척추 디스크 등에도 다 연골이 있다. 연골이 움직이는 횟수를 세어보면 하루 평균 10만 회가 넘을 정도로 움직임이 많다. 때문에 많이 사용할수록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예를 들어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의 연골이 닳아 퇴행성관절염이 심해지면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움직이는 데 제약이 생기면 신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전신건강이 나빠지기 쉽다. 연골건강이 단순히 관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건강과 관련이 크다는 이야기다.
노화가 시작되는 중년 이후에는 관절의 노화가 빨라진다. 연골을 건강하게 지키려면 미리미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연골이 손상되는 요인에는 나이와 유전적인 경향 외에도 호르몬, 비만, 외상, 관절의 형태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이런 것들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이런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연골과 관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떨어져 쉽게 살이 찌는데, 이것이 퇴행성관절염의 주범 중 하나다. 갑자기 비만이 되면 관절염이 쉽게 생기고, 살이 찐 상태가 계속되면 관절에 무리가 가 연골이 빨리 닳는다. 체중이 1㎏씩 늘어날 때마다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은 4∼7배씩 증가한다고 한다.
평소의 습관도 중요하다. 무리하게 장시간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서면 일시적으로 무릎 통증이 생긴다.
박신이 강서나누리병원 전문의는 “이는 연골에 윤활액이 충분히 침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연골 손상을 줄이려면 일어날 때도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머리를 감을 때도 서서 하는 자세가 낫다. 머리만 따로 감으려다 보면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혀 머리를 숙인 채 감아야 한다. 이런 자세는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샤워를 하면서 선 자세에서 머리를 감는 습관을 들인다. 청소할 때도 마찬가지다. 쪼그려 앉아서 손 걸레질을 하지 말고 밀걸레나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것이 좋다.
잘 때는 연골을 생각한다면 침대를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자주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이불을 개서 옷장에 넣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무릎 연골의 움직임이 많아진다.
그렇다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연골 손상을 의심해야 할까. 연골이 닳아 없어져 무릎관절의 간격이 좁아지면 관절이 붓고 열이 난다. 걸을 때마다 관절에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심해지면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어 무릎을 펴거나 굽히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때 통증 때문에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않으면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이 약해져 걷는 게 더 어려워진다. 무릎관절이 변형돼 오자형 다리가 되거나 관절에 물이 고일 수도 있다.
다행히 연골 손상이 가벼울 때는 초기에 쉬면 좋아진다. 하지만 진행되면 쉬어도 낫지 않는 단계가 찾아오므로 관절에 이상신호가 있을 때는 미루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무릎을 구부리고 있거나 오래 앉아 있을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아프고 찌릿찌릿하다면 연골연화증일 가능성이 있다. 무릎 관절의 연골이 물렁해지면서 파괴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연골연화증을 방치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해 연골 손상이 적을 때는 자신의 혈액에서 뽑아낸 혈소판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여성들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킬힐 등 지나치게 굽이 높은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킬힐을 신고 걸으면 무릎이 쭉 펴지지 않고 약간 구부러져 편안한 운동화나 굽이 낮은 구두를 신을 때보다 무릎에 부담이 더 많이 간다. 그래서 높은 구두를 신는 여성들에게 슬개골연골연화증이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슬개골연골연화증을 방치하면 연골 손상은 물론 연골판 파열, 퇴행성관절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박신이 전문의의 설명이다.
일단 퇴행성관절염이 시작되면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데, 운동할 때 아프거나 날이 추우면 심했다가 좋아지기를 반복한다. 오랫동안 관절을 쓴 다음에 통증이 나타나므로 저녁 때 더 아프다. 이와 달리 류머티즘 관절염은 통증이 주로 아침에 나타난다.
검사 결과 연골 손상이 발견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잘 관리해서 인공관절 수술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 인공관절의 사용 기간은 20년 정도다.
미리미리 연골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적이다. 운동으로 주변 근육이 튼튼해지면 관절로 가는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운동을 할 때는 적어도 1주일에 3∼4회 정도 해야 효과가 있다.
관절의 유연성을 기르는 데는 특별한 도구 없이 맨손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체조나 스트레칭 등이 좋다. 어떤 운동을 하든 천천히,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고 뛰거나 급히 움직이면 안 된다. 꾸준히 유연성 운동을 해주면 관절막, 근육과 근막, 힘줄, 인대 등의 신축성이 좋아지면서 관절이 한결 유연해진다.
유연성 운동과 함께 헬스기구나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근육의 힘을 키우는 운동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또 하나! 걷기나 고정식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지구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처음부터 지구력 운동을 하면 근육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유연성 운동과 근육 운동으로 시작해 조금씩 지구력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를 탈 때는 발판이 아래에 있을 때 무릎을 곧게 펼 수 있을 정도로 안장을 약간 높인다. 안장을 너무 낮추면 무릎이 구부러지는 각도가 커져서 연골이 체중의 약 20배에 달하는 압박을 받는다. 또한 울퉁불퉁한 길은 연골에 충격을 주므로 포장도로에서 타거나 고정식자전거가 좋다.
수영을 할 때는 자유형과 배영은 연골에 무리를 주지 않지만 다리를 굽혔다 펴면서 세게 물을 박차는 평영은 무릎과 고관절 연골에 나쁘다. 접영도 관절에 부담을 주는 방법이다. 물속에서 걷는 운동도 좋다.
주변에 보면 건강 유지를 위해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이때 살이 찐 사람은 체중부터 줄여 관절 부담을 줄여야 한다. 비만으로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경우는 연골에 무리를 주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매끼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관절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알아두면 좋다. 콜라겐이나 콘드로이틴, 오메가-3 외에도 칼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이 그것이다.
콜라겐은 뼈와 관절, 인대를 구성하는 주된 성분이다. 관절 조직에 영양을 공급해 근육과 인대를 튼튼하게 만든다. 손상된 관절 조직을 회복시켜 관절염을 예방, 치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콜라겐을 잘 섭취하려면 멸치나 전어 등 생선을 통째로 먹는 게 좋다. 곰탕, 도가니탕, 돼지껍데기나 내장, 달팽이, 홍어, 가오리, 복어껍질 등에도 콜라겐이 많은 편이다.
콘드로이틴은 동물실험 결과 연골이 빨리 닳는 것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어나 가오리, 달팽이 등에 콘드로이틴 성분이 많다. 홍어나 가오리처럼 뼈까지 통째로 썰어서 회나 찜 등으로 먹으면 콘드로이틴과 함께 콜라겐, 칼슘까지 섭취할 수 있어서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칼슘도 관절건강을 위해 필요한 영양소다. 칼슘은 말린 새우, 멸치, 뱅어포 등에 많고 미역, 김, 치즈, 달걀 등에서도 섭취할 수 있다. 칼슘을 잘 흡수하려면 비타민 D가 필요하므로 하루 1~2시간 정도 햇빛을 쏘이는 것도 좋다.
여러 가지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는 신선한 과일, 채소도 충분히 섭취한다. 이들 영양소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뼈와 관절의 노화를 막고, 염증으로 인한 통증을 줄여준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을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높이는 데 좋다. 고등어, 참치, 연어 등과 같은 등 푸른 생선에 오메가-3 지방산이 많다. 다만 등 푸른 생선에는 퓨린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통풍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신이 강서나누리병원 전문의
‘지그재그’로 걸어라
요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면서 산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등산을 갈 때는 오랜 시간 동안 경사지고 울퉁불퉁한 바닥을 걸어야 하므로 주의한다. 철저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산에 오르다가는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40대 이후 중년이라면 관절의 노화가 진행 중인 상태이므로 무리한 등산이 되지 않도록 산행시간이나 지형 등을 잘 살펴야 한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을 풀어주는 것이 기본. 어깨와 무릎, 발목 관절 위주로 10~20분 동안 충분히 스트레칭을 한다. 약간의 땀이 날 때까지 하는 것이 좋다.
산에 오를 때는 직선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것이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방법이다. 올라갈 때 몸을 너무 굽히지 않고 허리를 적당하게 펴고, 발 전체가 지면에 완전히 닿게 해야 관절에 부담이 적게 간다.
내려올 때는 더 주의해야 한다. 올라갈 때보다 관절에 주는 하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때는 발의 앞부분이 지면에 먼저 닿은 뒤 발뒤꿈치가 지면에 닿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이런 신체 불균형 상태가 반복되면 관절에 미치는 충격이 커져 낙상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때문에 산에서 내려올 때는 속도를 내서도, 몸에 힘을 빼서도 안 된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환경을 둘러보는 여유로운 자세를 가지면 안전한 산행이 될 수 있다. 산행 도중 주기적인 휴식을 취해는 것도 중요하다. 약 50분 정도 걸은 후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는 중에는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자료 제공=강서나누리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