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개정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 019년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일 기자단과 학계 등에 보낸 ‘주요 금융현안 10문 10답’ 서한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금법 개정안 논의에 대해 설명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핀테크‧빅테크에 대한 관리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에 대한 허가 및 감독‧제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와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갈등을 빚는 까닭은 ‘금융결제원’ 관할 문제 때문이다. 당초 한은이 금융결제원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었지만,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에 대한 관할권을 갖도록 한다. 이 때문에 한은은 금융위가 중앙은행의 권한을 침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개인의 거래 정보가 담긴 빅테크 기업의 내부 자금거래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급결제 관련 질문을 받고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라며 “통신사를 빅브라더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만, 여러 통신사가 가진 정보를 한 곳에 모아두고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은 빅브라더가 맞다”고 말했다. 앞서 은성수 위원장이 “통화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느냐”며 한은의 지적을 반박한 것에 대한 재반박이다.
이날 은성수 위원장은 “최근 빅테크를 통해 매일 엄청난 규모의 송금이 이뤄지고 있는데, 소비자보호를 위해 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가 중요해도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아 법안소위심사에서 합리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밥그릇 싸움’ 논란에 대해서는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금융위는 그동안 한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8차례 회의를 통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은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전금법 개정안 부칙에 ‘한은의 결제 관련 업무는 전금법 적용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금융위와 한은이 갈등을 빚으며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는 공청회를 거친 뒤 3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심사 여부를 재논의할 방침이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