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의발치로 인한 병역기피 혐의로 기소된 가수 MC몽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MC몽(본명 신동현) 공판의 쟁점은 지난 2006년 12월에 마지막으로 뽑은 35번 치아를 둘러싼 고의 발치 의혹과 2006년 7월 7급 공무원 시험을 빌미로 한 입영 연기, 2006년 12월 해외 공연을 이유로 한 입영 연기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 이전 발치와 입영 연기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내용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만 법정에서 박대환 검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들이지만 고의적인 입영 연기와 병역 기피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컴퓨터 화면 자료까지 동원해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2004년 MC몽 치아 발치를 담당했던 치과의사와 발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진료 소견을 내놓았던 치과의사 세 명 등을 증인 신청했다. 반면 임성철 판사는 “35번 치아를 발치한 치과의사 이 아무개 씨와 MC몽에게 이 씨를 소개해준 치과의사 정 아무개 씨 등을 먼저 증인으로 출석시키자”는 의견을 냈지만 박 검사가 “치과의사 정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편지를 공개하며 새로운 주장을 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혀 이들의 증인 출석 시기가 뒤로 늦춰졌다.
판사가 주요 증인으로 언급한 정 씨는 유일하게 MC몽이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발치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치과의사다. 그런데 더욱 눈길을 끄는 사안은 다른 치과의사들은 MC몽과 환자와 의사의 관계일 뿐인 데 반해 정 씨는 MC몽과 매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 또한 증인들 가운데 정 씨는 유일하게 MC몽의 치료에 개입하지 않은 치과의사다.
너무나 각별했던 두 사람이 왜 법정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을까.
사실 그 까닭은 이미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SBS 오락프로그램 <절친노트 2>에 출연했던 이수근이 “MC몽이 ‘주식이 좋은 게 있다’고 투자를 권유했는데 치과의사가 말한 거라 확실하다고 했다”며 “하지만 3800원에 산 주식이 280원으로 폭락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한 치과의사가 바로 정 씨다.
정 씨는 한 지방 도시에서 치과를 개원해 운영해온 전문의로 MC몽 외에도 여러 명의 연예인과 친분이 두텁다. 병원에 걸려 있던 병원 개업식 당시의 연예인들 사진을 봐서도 알 수 있듯이 정 씨는 한때 직접 연예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재테크로 주식 투자를 해오며 높은 수익을 올려왔다고 한다. 이런 탓에 MC몽이 “치과의사가 말한 거라 확실하다”며 이수근에게 얘기했던 것. 그렇지만 이수근이 투자한 주식이 폭락한 즈음 정 씨 역시 주식 투자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주식 투자를 위해 사채까지 끌어 썼지만 주가가 폭락하면서 거액을 날려 사채 빚에 쫓기는 상황이 된 것.
확인 결과 정 씨는 이미 지난 2008년 ‘평범한 치과의사가 사채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사건’으로 기사화됐던 인물이다. 병원운영비와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사채 5억 5000만 원을 빌린 정 씨는 주가 폭락으로 채무 변제가 어렵게 됐다. 결국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뺏기고 치과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그럼에도 사채업자의 압박이 계속되자 정 씨는 조직폭력배에게 해결을 부탁했다. 그런데 해당 조직폭력배 두목이 살인을 저지른 뒤 정 씨의 승용차를 빌려 도주하는 바람에 정 씨는 범인 도피 혐의로 구속됐다. 몇 달 뒤 풀려난 정 씨는 다시 치과로 돌아왔지만 2009년 10월 마약과 관련된 혐의로 체포돼 현재 구속된 상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씨의 후배로 MC몽의 35번 치아를 발치한 치과의사 이 씨 역시 “정 씨가 복잡한 사안으로 구속돼 있는데 그로 인해 나는 물론이고 MC몽과도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밝혔다.
▲ 지난 9월 정 씨가 MBC에 공개한 MC몽에게 보낸 편지. MBC 화면 캡처 |
‘동현아(MC몽). 오늘 변호사 통해 너의 입장 들었다. 서로 협조를 거부했다며? 알겠다’라는 내용이 편지 초기에 나오는데 뭔가 정 씨가 MC몽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변호사를 통해 거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말미엔 ‘서울지방청과 검찰에 진정서 내고 내 살 길을 갈 것이다’ ‘내 죗값이라도 덜어야겠다’는 문구도 있다.
종합해보면 죗값을 덜고 살길을 가기 위해 MC몽 고의 발치 관련 증언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정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가 있는 구치소를 찾았지만 해당 구치소 측은 “MBC 인터뷰로 인해 정 씨가 현재 관리대상자라 취재진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정 씨가 마약 관련 혐의를 받고 구속돼 있는 터라 항간에선 정 씨가 검찰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유죄답변거래) 제안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가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에 진정서를 내서 죗값이라도 덜어야겠다는 편지 내용으로 볼 때 정 씨가 MC몽 관련 증언을 해서 자신의 형량을 낮추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볼 때 관할 지청이 다른 데다 혐의 내용도 연관성 없는 사건의 증언을 두고 플리바게닝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취재 결과 마약 관련 사건은 이미 플리바게닝을 할 단계가 지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씨가 최근 또 다른 혐의로 피소돼 이를 두고 플리바게닝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 씨의 편지에는 ‘나만이 널 위해 진술, 증언해줄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라는 문구도 나온다. 실제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MC몽에 유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MC몽의 법률대리인인 박종범 변호사는 “정 씨의 인터뷰 기사는 봤지만 검찰 조사과정에선 그런 내용의 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다만 검찰이 정 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힌 만큼 진술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정 씨의 MBC 인터뷰가 MC몽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을 가능성도 있다. MC몽이 거부했다는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검찰에서 진술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는 것. 정 씨의 지인은 여기서 말하는 협조가 금전적인 사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사채로 큰 어려움을 겪은 데다 구속돼 지인이 치과를 급히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금전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 이로 인해 몇몇은 정 씨를 고소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검찰은 정 씨를 핵심 증인으로 여기며 추가 조사를 한창 벌이고 있고, MC몽의 변호인 측은 정 씨의 주장은 사실무근일 뿐이며 오히려 마지막 발치를 직접 한 치과의사 이 씨가 핵심 증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정 씨가 법정에선 어떤 주장을 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발치, 필요해서 권유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증인은 MC몽의 35번 치아를 발치한 치과의사 이 아무개 씨다. MC몽과 공범으로 기소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검찰은 “치료를 해준 치과의사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다 알았다고 보기 힘들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차 공판이 끝난 뒤 치과의사 이 씨를 찾아갔지만 끝내 정식 인터뷰는 거부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했다.
우선 왜 정 씨가 치과의사인데 직접 발치하지 않고 이 씨에게 소개한 것인지를 물었다. 정 씨는 자신이 후배 의사 이 씨에게 발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나도 정 씨가 왜 직접 발치하지 않고 내게 소개해 이런 일에 휘말리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한편 정 씨는 공개한 편지에서 “이 씨가 처벌 안 받으려 다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지금 내가 기자에게 뭔가를 얘기하면 공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모든 공판이 끝난 뒤에 자세한 얘길 해주겠다”고만 밝혔다. 다만 자신의 진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이 씨는 “2006년 12월 MC몽이 정 씨의 소개를 받고 병원에 왔는데 신경치료 결과가 좋지 않아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는 게 좋다고 권유했고 이를 MC몽이 받아들여 발치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 씨는 발치를 해준 뒤 MC몽에게 군 면제가 가능하다는 얘기와 함께 ‘병사용 진단서’를 어디서 발급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이로 인해 이 씨가 공범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이다. 이 씨는 “면제 관련 얘기를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나는 MC몽이 어떤 의도로 치료를 받으러 온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그를 기소하지 않은 이유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