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을 피해 대피소로 피신한 연평도 주민들. 사진제공=옹진군청 |
인천에 사는 대학생 유지웅 씨(25)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전쟁에 대한 불안감에 싸여 있다. 내년 1월에 가려던 군 입대까지 연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유 씨는 유사시 대비책에 대해서는 방법도 모를뿐더러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단지 전쟁이 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암담한 그림만 그릴 뿐이다. 그는 지정 대피시설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다. 유 씨는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우리 주변에 지정 대피시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지정 대피시설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내 주변 친구들도 비슷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씨의 발언은 우리의 유사시 대비체계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유 씨의 경우처럼 지정 대피시설 존재조차 모르거나 존재는 알아도 위치는 잘 모르고 있다. 유사시 대비체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피시설의 위치파악은 국민들의 생존 여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소방방재청 민방위과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전국 지정 대피시설은 모두 2만 5724개소가 있고 면적 규모로 따지면 약 7000만m²에 이른다. 서울에는 2000만m² 규모에 3924개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대피시설은 벽의 두께, 넓이, 화생방장비 구비 여부, 깊이 등을 기준으로 크게 1~4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 대피시설은 벽두께 1m 이상, 넓이 660m² 이상, 지하 2층 이하로 화생방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공격과 화생방공격까지 방어할 수 있지만 전국에 10개소만 있을 뿐이고 서울에는 없다. 부산과 경기도에 각각 2개소가 있고 광주, 울산,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등에 각각 1개소가 있다.
2등급 대피시설은 넓이 660m² 이상, 지하 2층 이하로 1등급과 동일하지만 벽두께가 1m가 안 되고 화생방장비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 재래식 무기는 버틸 수 있지만, 핵공격과 화생방공격에는 취약하다.
3등급 대피시설은 지하1층 이하, 넓이 660m²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 주변 대피시설 대부분은 2~3 등급에 해당한다.
나머지 4등급은 60~660m²의 소규모로 주로 저층 일반건물 지하실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소방방재청 국가재난정보센터는 홈페이지(www.safekorea.go.kr)를 통해 전국의 지정 대피시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전국 대피시설 을 시·군·구 지역단위로 분류하여 위치와 수용 규모 등 세부정보가 담겨있다.
12월 1일 기자와 만난 소방방재청 민방위과 이정택 담당관은 “국민들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소방방재청 홈페이지를 통해 지정 대피시설 위치를 잘 숙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전에 지정 대피시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이 발생하면 지정 대피시설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건물 지하로 들어 가야 한다. 차에 있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미사일 공격에 의한 고립위험도 있지만, 외부에 있을 때보다 지하에 있는 것이 확률상 안전하다. 또한 지하 진입 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고립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보완점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현재 지차체 대피시설 관리는 매우 미흡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시설 대피소는 창고로 쓰이는 경우가 다반사고, 해충들의 아지트로 보일 만큼 비위생적인 곳도 허다하다. 정부는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 담당관은 “최근 연평도 도발 이후 서해 5도 지역과 접경지역에 대피시설을 증축하기로 했다. 또 각 지자체에 대피시설 관리에 관한 지침도 몇 차례 내려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자체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홍보가 아쉽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대피시설에 관한 정부의 보완책과 더불어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3척 중 1척 이미 ‘꼴까닥’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은 서해 5도를 중심으로 대포병 능력과 함께 해군의 지원 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해 5도 해역은 동해와 달리 남북한 해상전력이 집중되어 있는 한반도의 화약고다. 그럼에도 이번 연평도 포격 당시 해병대 자주포 6문 중 3문만이 작동할 정도로 전투 장비 점검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유사시 해군 전투정을 도와야 하는 전투근무지원정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상 전투라면 이지스함이나 구축함 고속함 잠수함 등 전투함만이 전쟁을 벌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 전투함이 무리 없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투근무지원정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전투근무지원정은 군항 경비는 물론 적 잠수함 및 정보 탐색, 전투함의 입출항 지원, 도서지역이나 전투함에 물과 유류를 공급하는 등 각종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예산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투근무지원정은 모두 351대. 이 가운데 29.3%에 해당하는 103척이 이미 수명을 초과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레이더와 소나를 갖추고 군항과 관할 해역을 경비하는 항만경비정의 경우 31대 가운데 7대(22.6%)가 노후화됐다. 차량과 탄약, 인원 등을 도서지역 부대에 수송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군수지원정은 6대 가운데 3대(50.0%)가 수명을 초과했고, 고속정을 돕는 고속정지원정은 11대 중 4대(36.4%)가 노후화됐다.
대형 전투함의 안전한 입출항을 도와주는 예인정의 경우 28대 가운데 수명을 넘긴 배가 10대(35.7%)나 된다. 전투함들이 군항에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계류지원정도 158대 중 66대(41.8%)가 수명을 초과해서 운항하고 있다. 항만 유지를 위한 사무와 보안 등을 맡고 있는 항무지원정은 28대 가운데 7대(25.0%)가, 도서지역 근무 장병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청수정은 4대 중 1대(25.0%)가, 바다 위의 이동 주유소인 유조정은 2대 중 1대(50.0%)가 이미 수명을 넘겨서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