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만에 열린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아시안게임 박태환 경기로 생방송이 아닌 중계방송되는 악재를 맞았지만 준수한 스타 참석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2008년 시상식 모습. |
몇년 전 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영화 관련 시상식을 개최했지만 대실패로 마무리된 바 있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대거 불참이 예상되면서 예정된 공중파 생방송까지 취소된 해당 시상식장엔 실제로 극소수의 배우만 참석했다. 당시 매스컴은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출연 섭외가 너무 늦어 배우들의 스케줄 조정이 힘들었고 상만 주면 참석할 거라는 섭외 마인드도 문제였다. 또한 공신력과 권위가 입증된 시상식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영화제는 후보작이 결정된 순간부터 한두 달가량 공식적인 스타 섭외에 들어가지만 그 전부터 상시적인 섭외도 병행되고 있다. 청룡영화제 관계자는 “공식 섭외는 후보작이 결정 이후부터 두 달가량 이뤄지지만 그 전부터 취재 기자들이 배우들에게 영화제 참석을 적극 권유한다”면서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영화제작사와 촬영 스케줄까지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의 경우 MBC에서 주최하는 터라 역시 높은 스타참석률을 자랑한다. 연예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중파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영화제인 터라 1회 때부터 높은 스타참석률을 기록해 왔다.
이 두 영화제가 거대 언론사와 공중파 방송사의 파워가 돋보인다면 부산영화제와 대종상 영화제 등은 영화인을 중심으로 짜인 전문 인력들이 상시적으로 스타 섭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상 여부
역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배우와 매니저들이 수상 여부에 무척 민감하다는 대목이다. 가장 성공적인 영화제 섭외는 후보에 오른 연예인들이 모두 참석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후보 가운데 한 배우만 참석하고 결국 그 배우가 수상해 미리 수상 사실을 알려주며 참석을 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영화제도 많았다. 이는 곧 공신력 문제로 이어지며 해당 영화제의 권위까지 손상시켰다.
따라서 요즘에는 섭외 과정에서 절대 수상 여부를 알려주지 않고 있는데 청룡영화제의 경우 아예 시상식 당일에 수상자를 결정해 사전 유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대종상 영화제 관계자는 “후보에 오른 영화제에 갔다가 다른 후보가 상을 받으면 들러리가 되는 것으로 여기는 매니저들이 많다”면서 “아예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배우들은 그해 영화제를 남의 파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고 말한다. 심지어 몇 해 전에는 신인여우상이 유력하던 한 여배우가 수상에 실패한 직후 시상식장을 떠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인맥
가장 확실한 스타 섭외 카드는 단연 인맥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서울충무로영화제의 경우 신생 영화제라는 핸디캡을 이덕화 집행위원장의 인맥과 노력으로 극복했다. 2회 영화제부터 스타 참석률이 급상승했는데 이를 위해 이덕화는 배우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영화제 참석을 권유한 것은 물론이고 소속사 대표와 담당 매니저 등에게도 빠짐없이 전화해 영화제의 취지를 설명하며 참석을 부탁했다. 3회 영화제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덕화는 눈물까지 보이며 “연기자 모으는 일 때문에 죽어버릴 것 같다”고 말해 스타 섭외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올해를 마지막으로 집행위원장에서 퇴임한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힘이 컸다. 국내 영화인은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을 섭외해내는 탁월한 섭외 능력을 선보였던 김 전 집행위원장은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섭외의 철학은 진심이다. 진솔하게 상대방을 대하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게 되니까 자연히 우리 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집행위원장이 떠난 내년부터 스타 참석률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청룡영화제 관계자는 “시상식을 하지 않는 터라 배우들이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교적 영화인의 축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꾸준히 높은 스타 참석률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권위
배우들의 영화제 참석 여부가 해당 영화제의 권위를 보여준다면 반대로 영화제의 권위는 배우들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대종상 영화제는 2000년대 중반 심사 비리로 권위가 크게 떨어지며 스타참석률까지 극도로 저조해졌다. 어렵게 이미지를 쇄신했지만 2009년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후보작이 발표되자마자 장나라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3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하늘과 바다>를 중심으로 논란이 야기된 것. 이로 인해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대거 불참했고 지난해 수상자들까지 여럿 불참했다.
반면 올해는 지난 4월 ‘영화인 하나되는 날’ 선포식을 갖고 영화계를 양분하고 있던 영화단체연대회의와 영화인연합회가 화합을 꾀하며 대종상의 권위도 달라졌다. 선포식에서 ‘영화인 하나되는 날’ 추진위원장인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이 대종상 영화제 총괄이사를 맞게 됐다. 이렇게 화합의 자리로 마련된 대종상 영화제는 지난해보다 높은 스타참석률을 자랑하며 권위를 높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반면 2년 만에 열린 대한민국영화대상는 아시안게임 박태환 경기로 인해 생방송이 아닌 중계방송이 되는 악재까지 맞았다. 그럼에도 주최사인 MBC의 파워로 인해 준수한 스타참석률을 기록했다.
때론 정치색도 섭외에 장벽이 된다. 이창동 감독은 정치적인 이유로 <밀양>에 이어 <시> 역시 청룡영화제를 보이콧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