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를 입욕제 대신 사용한 일본의 온천. |
빨간 분말의 고추기름 입욕제. 목욕물이 짬뽕 국물처럼 되면 어떡하나 걱정할 필요 없다. 물에 넣으면 바로 우윳빛 백색으로 변한다. 향도 좋다. 고추기름의 매콤하고 칼칼한 향이 아니라 고급스런 재스민 향이 난다. 2010년 일본에서 고추기름이 조미료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입욕제로도 나오게 된 것이다. 우동을 먹을 때 넣는 시치미(고춧가루, 산초, 진피, 마 씨, 양귀비 씨, 참깨, 파래 등을 섞어 만든 조미료)도 입욕제로 나왔다. 이런 조미료 계통 입욕제는 여러 향신료가 들어가 발한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카레 입욕제는 실제 카레 가루 대신 고춧가루 엑기스와 꿀, 사과 엑기스를 넣었다. 초콜릿 입욕제는 분말가루가 마치 코코아 같다. 카카오 향을 첨가해 초콜릿 냄새가 진하다. 특별히 뛰어난 효과가 있는 건 아닌데 목욕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재밌어한다.
완두콩 입욕제는 완두콩에서 추출한 엑기스를 재료로 해 아미노산과 펩티드가 풍부해 피부 탄력과 보습을 유지하는 데 좋다. 심황(深黃) 엑기스가 들어간 입욕제도 인기인데 피로를 푸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토마토 입욕제는 토마토를 가열해 분말로 만든 것인데 원래 미국 플로리다 등지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을 상품으로 개발한 것. 토마토에 들어있는 리코펜 성분이 피부노화를 막아준다.
한편 분말이 아닌 생과일이나 야채를 그대로 목욕물에 넣거나 입욕제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홋카이도현의 요이치가와 온천 등 일본 동북쪽 온천지에서는 대개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 노천온천탕에 지방 특산 사과인 부사를 입욕제 대신 넣는다. 부사를 넣으면 향이 특히 좋아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떨어지거나 부서져서 팔지 못하는 부사를 농가에서 받아와 남녀 욕탕에 각 20개 정도 넣는다. 가끔 아이들이 목욕탕에 들어와 사과를 먹기도 한다고.
무청도 입욕제로 쓰인다. 무청을 시래기 만들 듯이 볕에 3일 이상 잘 말려 잘게 부수어 작은 가제 주머니에 넣으면 훌륭한 입욕제가 된다. 무청에는 온천 성분과 같은 염화물과 유화 이온 등이 많아 보온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수족냉증이나 부인병 치료에도 좋다.
생강을 입욕제로 쓰면 감기 예방과 혈행 개선 효과가 있는데, 생것이나 말린 것을 둘 다 사용한다. 생것 생강은 한두 쪽을 강판에 갈아 가제에 넣어 목욕 때 쓴다. 마른 생강은 향이 잘 안 나기 때문에 표면을 부엌칼로 가볍게 두드린 후 목욕물에 들어가기 20분 전에 그대로 물에 띄우면 된다.
비타민C가 풍부한 레몬은 미백 효과가 있고, 구연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혈행을 좋게 해서 신경통이나 근육통, 관절염 등에 효과적이다. 또한 기미를 예방하고, 상쾌한 향이 뇌 집중력을 높여준다. 레몬을 통째로 둥글게 자르거나 레몬 껍질을 깨끗이 씻어 목욕물에 넣으면 된다.
유자 등의 감귤류는 리모넨(limonene)이라고 하는 향 성분이 있어 혈액 순환을 향상시킨다. 특히 리모넨이 많은 자몽이 효과가 큰데 자몽 껍질을 강판으로 잘 갈아 가제에 넣고 짠 즙을 천일염과 잘 섞어서 목욕물에 넣으면 된다.
감주도 입욕제로 쓰이는데 감주에는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는 비타민 B2가 있어서 좋다. 솔잎을 쓰면 스트레스 해소와 숙면 및 보온 효과가 있고 복숭아 잎은 소염효과가 있어 산전이나 산후조리 중 입욕제로 쓰면 좋다.
술을 목욕물에 넣으면 미백효과가 좋고 피부 노화를 막는다고 한다. 정종 같은 경우는 세정력이 좋다. 와인 중에서는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좋다. 화이트 와인에는 항산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들어가 있어 피부가 건조해질 우려가 있다. 일반적인 가정의 욕조라면 한 번에 1리터 정도를 넣는다.
이밖에 ‘야수 입욕제’도 화제다. 소설가 겸 AV배우 스기모토 아야(여·41)가 입욕제 회사를 설립해 내놓은 상품으로, ‘야수’란 AV에 자주 등장하는 온천의 섹스 신에서 성적으로 능동적이거나 공격적인 이를 완곡히 일컫는 말이다. 스기모토 아야는 직접 야수 입욕제 광고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검은 분말의 야수 입욕제를 넣으면 물이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계피 향과 유황 냄새가 난다. 몸에 좋은 성분이 딱히 있다기보다는 물이 칠흑같이 변하기 때문에 ‘에로틱하다’는 평가가 많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