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최근 현역 의원들을 줄소환하면서 입법로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 국방위 김관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모습. doculove@ilyo.co.kr |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와 예산정국에 따른 후폭풍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검찰은 최근 현역의원들을 줄소환하면서 입법로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검찰의 수사 칼날이 비단 청원경찰 로비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국회 상임위 전체를 상대로 한 전 방위적인 입법로비 사건을 겨냥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특히 연평도 사태 이후 조성된 안보정국과 맞물려 국회 국방위원회가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검찰은 국내 대형방산업체인 A 사가 국회 국방위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정치후원금을 지원한 정황을 잡고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이 최근 국내 최대 방산업체 중 한 곳인 LIG넥스원과 4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방산비리 사건 수사를 재개한 것도 심상치 않다. 검찰은 A 사를 비롯한 방산업체들이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 국방위나 여야 정치권에 조직적인 로비를 펼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수사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12월 19일 한나라당 조진형·유정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데 이어 21일에는 같은 당 권경석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조·유 의원은 지난해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해 청목회로부터 후원회를 통해 각각 1000만 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고, 권 의원은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24일 민주당 최규식·강기정,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최 의원은 청목회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후원회 계좌로 수수한 의혹과 청목회 서울지회장 김 아무개(구속)씨로부터 감사패와 함께 10돈(37.5g)짜리 황금열쇠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의원과 이 의원은 청목회로부터 각각 불법정치자금 1000만 원과 2000만 원을 후원회 계좌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에 출석한 의원들은 한결같이 “청목회의 자발적인 후원금이고 대가성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들이 법안 발의 전에 청목회 관계자와 접촉했는지 여부 및 후원금의 대가성 유무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뒤 혐의가 드러난 의원들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를 마친 6명의 여야 의원 외에도 현재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에 연루된 현역 의원은 모두 38명에 달한다. 검찰은 이중 1000만 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 11명에 대해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날치기 사태를 규탄하며 전국순회투쟁을 진행 중인 민주당은 해당 의원(최규식 등)들에 대한 검찰의 출석요구를 전국순회 일정이 끝나는 12월 28일 뒤로 미뤄달라고 법무부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따라서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빠르면 연말 내지는 연초에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한결같이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고, 소액 후원금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검찰이 이들 의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검찰의 청목회 사건 수사는 정치권 사정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고 사정 타깃은 따로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12월 22일 기자와 만난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청목회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검찰이 겨냥하고 있는 사정 대상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 대상자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이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국회 국방위원들이 1차 사정 대상이고, 거물급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 상당수도 ‘사정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검찰이 최근 국내 대형방산업체인 A 사가 국회 국방위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정치후원금을 지원한 정황을 잡고 내사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A 사 경영진이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국방위원들에게 매년 약 1억 50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지급하게 하고 예산획득 및 각종 방위사업과 관련한 로비를 전개하고 있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A 사의 직원들은 사측의 강요에 따라 2008년 말부터 한나라당 A, B 의원에게 각각 2500만 원, C 의원에게 2000만 원, 민주당 D 의원에게 15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기부행위를 해오고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얘기도 나돌고 있다.
검찰은 A 사 외에 국내 방산 대기업들이 국방위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후원 로비를 지속해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LIG넥스원과 협력업체들의 방산비리 의혹과 관련해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이들 업체의 금융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재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LIG넥스원이 2004~2006년 해외부품 구매를 대행하는 협력사들과 짜고 부품 가격을 수십억 원 부풀려 군당국에 각종 방산장비를 납품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월 말께 횡령 자금의 사용처를 파악하고자 FBI에 수사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LIG넥스원과 협력사의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방산비리 의혹 사건을 전 방위적으로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6월 중순경 참고인 조사를 받던 LIG넥스원 전 사장 A 씨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잠시 수사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검찰이 최근 FBI로부터 넘겨 받은 자료에는 방산장비 부품가를 부풀려 수 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4개 협력사의 미국 본사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와 금융거래 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료 내용을 토대로 이들 업체의 한국지사와 본사 간 자금거래 상황과 횡령한 자금의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전개된 전 방위적인 방산비리 수사과정에서 LIG넥스원 등 대형 방산업체들이 부품단가 부풀리기 수법 등으로 챙긴 수백억대의 부당이득금 중 상당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국회 국방위와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 수뇌부는 이번 방산비리 사건을 LIG넥스원과 협력업체 비리 사건으로 마무리할지 아니면 이번 사건을 기폭제로 대형 방산업체들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작심하고 방산비리 사건을 수사할 경우 과거 정권 실세 및 참여정부 인사들이 최종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LIG넥스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당시 자살한 A 씨가 참여정부 중후반기인 2004년 중반부터 2006년 말까지 넥스원퓨처(LIG넥스원의 전신) 대표를 맡았다는 사실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과거 정권 실세들이 포함된 이른바 ‘넥스원 리스트’가 나돌기도 했다.
법부무가 새해부터 방산업체 비리를 비롯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각종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방산비리 뇌관이 폭발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법무부는 12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1년 업무보고회에서 공기업과 방위산업체의 납품단가 부풀리기, 비자금 조성 등을 중점 단속하고, 사회투명성을 저해하는 금융기관의 대출 관련 비리, 부실 상장기업의 법인자금 횡령 및 배임, 주가조작 등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청목회 사건으로 불거진 검찰의 입법로비 수사 불똥이 국회 국방위를 넘어 방산업체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으로 확전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