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평소 술좌석이 많은 40대 초반의 Y 씨는 연말에도 이런저런 술자리 모임에 참석하다 건강에 탈이 났다. 과음을 한 후 손가락을 넣어 토했다가 가슴, 특히 명치 쪽이 심하게 아파 밤중에 응급실로 실려간 것이다. 가슴에 통증이 있으면 심장이 나쁜 것으로만 알고 있던 그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식도균열이었다. 음식물이 한꺼번에 올라오면서 식도의 압력을 높여 점막을 찢어놓은 것이다. 다행히 식도 파열까지는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질병에는 증상이 있다. 보통 우리 몸에 크고 작은 병이 생기면 쉽게 피로하면서 체중감소, 식욕저하 등 일반적 증상을 보인다. 이어 병이 더 진행되면 병이 생긴 특정 부위에 통증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심한 피로나 체중감소, 식욕저하 등 일반적인 이상 증상은 물론 부위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건강을 체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의 통증-숨 쉴 때 아프면 늑막역 가능성
등의 통증이 어떤지에 따라 여러 가지 질병이 의심된다. 단순한 등의 통증은 운동부족, 과다흡연, 과음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숨은 질병으로 인해 등에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숨 쉬거나 기침할 때, 몸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다면 늑막염이 의심된다. 등의 통증이 오른쪽 어깨까지 올라오고, 열이 나며, 복통과 구토를 동반하면 담석증 혹은 담낭염일 수 있다. 식후 2시간 후부터 통증이 나타나고, 신트림이 올라온다면 소화성 궤양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등의 오른쪽이나 왼쪽만 몹시 아프거나 피부에 물집이 생기면 대상포진이 의심된다. 대상포진은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만약 평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등의 통증이 심하다면 췌장염인지 봐야 한다. 췌장염이 있으면 통증이 심해 구부정한 자세로 잘 수밖에 없고, 등의 통증과 함께 복통·구토가 심하다. 소화성 궤양으로 우유, 제산제를 먹는 경우에는 갑자기 등의 통증을 느끼면 위 천공 등의 가능성이 있다.
▲ 현기증은 공황장애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가슴통증(오른쪽)이 잦다면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두통은 사실 새삼스러운 증상은 아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주의해야 되는 두통이 있다. 즉 머리 뒤쪽에서 목까지 이르는 부분을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두통이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심한 두통과 함께 목이 뻣뻣해지면서 구역질이 난다면 지주막하출혈(일종의 뇌출혈)의 증상으로, 위급한 상황이므로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한다. 또 녹내장, 축농증, 카페인 중독의 경우에도 두통이 생기기 쉽다. 때문에 두통이 자주 나타날 때는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경우 “편두통이 1개월에 3∼4회 이상 일어나거나 횟수가 1개월에 1∼2회이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는 조언한다.
현기증도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지나친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과다한 흡연과 음주, 운동 부족, 수면제·신경안정제 등의 약물 남용 등이 주된 원인이다. 예를 들어 한곳에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현기증이 생기는 것은 운동 부족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도 현기증과 관련이 있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현기증과 동시에 강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이 공황장애의 특징이다. 현기증은 오래 가지 않지만 머리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똑바로 걸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거칠어지며 맥박도 빨라진다.
또한 감기나 내이염, 청신경종양, 난시, 당뇨병, 뇌종양, 뇌혈관질환, 빈혈, 냉방병, 갱년기 장애, 노인성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이 있을 때도 현기증이 생길 수 있다. 또 높은 산 위에서 산소가 부족할 때 고생하는 고산병, 고도비행, 차멀미, 배 멀미, 비행기 멀미 때도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수족마비-가벼운 마비라도 검사 받아야
갑자기 수족마비를 보일 때는 말초신경이나 중추신경 장애, 중추신경 마비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지 중 한 곳만 마비된 경우에는 말초신경 장애일 수 있고, 오른쪽이나 왼쪽 중 한쪽만 마비된 경우는 뇌졸중, 뇌경색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당뇨병 때문에 수족마비가 오면 주의해야 한다. 신경장애는 당뇨병의 합병증 중 하나로, 초기에는 발의 진동각이라고 해서 진동을 감지하는 신경이 침범당한다. 그런데 이때는 별 증세가 없어 검사를 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병이 더 진행되면 먼저 발바닥이 마비되기 시작하고, 동시에 감각도 마비되어 버린다. 맨발로 돌멩이를 밟아도 아프지 않거나 뜨거운 물건에 닿아도 열을 감지하지 못한다. 심한 경우에는 화상을 입고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다가 발바닥뿐 아니라 발목까지 진행되고 손 전체도 마비된다.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 두 팔이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빈혈성 경추증 때문인데, 머리를 천천히 뒤로 젖히거나 뒤돌아보듯이 목을 비스듬히 돌리면 통증이 나타난다. 40세 이상에서 이 증상이 나타나면 노화에서 오는 변형성 경추증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마비가 점점 심해진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가슴의 이물감과 통증-협심증·심근경색증과 깊은 연관
목이나 가슴의 이물감은 목에 이물질이 있거나 신경을 쓰는 일이 있을 때 나타나기 쉽다. 실제로 목에 통증이 있다면 염증이 있는지 봐야 한다. 그러나 가슴의 통증은 그냥 넘기지 말고 반드시 체크해봐야 한다.
가슴통증을 만드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응급질환으로는 심근경색이나 식도파열, 급성 췌장염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중년 남성들의 가슴통증은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관련이 깊은 편이다. 평소 술·담배를 많이 하고, 고지방식을 많이 섭취하며, 혈압이 높은 사람들이 가슴통증이 잦다면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단을 오르거나 부부관계를 가질 때, 스트레스로 지나치게 흥분할 때, 겨울철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기온차가 심한 밖으로 나갈 때 가슴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가슴통증이 목이나 왼쪽 팔 쪽으로 뻗치면서 5분 정도 지속되다가 잠시 쉬면 진정된다면 협심증이 의심된다.
혈뇨·잔뇨감-50대 통증 없는 혈뇨면 악성
건강한 사람의 소변색은 맑고 노란색에 가까운 황색이다. 그러나 피로하거나 수면 부족, 몸에 열이 있으면 탈수로 인해 소변양이 적어지고 진한 황색을 띠게 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도 며칠씩 황색뇨가 계속되거나 적갈색을 띠면 간장질환이나 담도질환에 의한 황달을 의심해야 한다.
혈뇨는 핑크색, 붉은색, 흑갈색 등을 띤다. 주로 요도염, 방광염, 신장염, 결핵, 전립선염, 전립선 비대증, 요로계 종양, 갱년기 증후군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변을 볼 때 혈뇨가 비치면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는 방광염일 가능성이 있다. 을지대학병원 비뇨기과 박진성 교수는 “그러나 50세 이상의 남성에게서 통증 없이 혈뇨만 비칠 경우 악성일 우려가 있다”며 “그대로 지나치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결핵약을 복용했거나 마라톤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한 후, 혈뇨는 아니지만 소변이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소변의 시원스럽지 못하거나 잔뇨감이 강하게 남아 있을 때 의심해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질환은 전립선 비대증과 만성 전립선염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50세 이상에서, 만성 전립선염은 50세 이하에서 가능성이 높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비뇨기과 박진성 교수, 신경과 오건세 교수
스트레스 심하면 한밤중 눈 ‘번쩍’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을수록 잠이 없어진다는 이들이 많다. 다른 가족들보다 유난히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고 다시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깨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고, 결국 다음날 아침에도 또 일찍 눈이 떠진다. 이것은 노화에 의한 일종의 각성유지 능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잠이 들기 어렵고 한밤중에도 눈이 떠지는 일이 너무 잦아지면 무조건 ‘나이 탓’으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정신과 진단을 받아보고 원인을 찾아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비롯해 우울증, 불안, 음주, 흡연 등도 불면증의 한 원인이 되고 카페인 음료 섭취, 카페인이 포함된 약물 복용,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남용 등도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다양한 원인 중에서 자신의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내 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