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인 멀린다가 이혼을 알리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게이츠 부부는 각자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혼을 알리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부부는 “우리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과 노력 끝에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지난 27년 동안 우리는 세 명의 놀라운 아이들을 키웠고,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글로벌 재단도 설립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 임무에 대한 신념을 계속해서 공유하면서 재단에서 함께 일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는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이혼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혼 사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어떤 이유에서 갈라서기로 결심했는지는 현재로선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부에서는 멀린다가 과거 인터뷰를 통해 게이츠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게이츠 부부와 가까운 한 측근은 “지난 몇 년간 부부는 관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전하면서 “그동안 부부 관계가 붕괴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귀띔했다. 게이츠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사장과 직원 사이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던 둘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으며, 그동안 부부를 넘어 자선 및 사회공헌 활동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더욱이 별다른 스캔들 없이 사이가 좋았던 부부였던 만큼 이번에 들려온 이혼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게이츠 부부의 재산은 1305억 달러(약 146조 원)에 달한다. 31세 때 이미 공식적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던 게이츠는 당시 역대 최연소 부호로 기록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현재 세계 1위 부호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1932억 달러, 약 217조 원)며, 2위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1801억 달러, 약 202조 원), 그리고 3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1662억 달러, 약 182조 원)가 각각 뒤를 잇고 있다.
게이츠 부부는 죽기 전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놓은 상태다. 세 자녀에게는 각각 재산의 극히 일부인 1000만 달러(약 112억 원)씩만 상속할 예정이다. 빌 게이츠 부부와 세 자녀. 사진=멀린다 게이츠 페이스북
게이츠 부부의 재산은 부부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가 전담해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미 부부는 죽기 전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놓은 상태다. 세 자녀에게는 각각 재산의 극히 일부인 1000만 달러(약 112억 원)씩만 상속할 예정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어쩌면 이미 이혼 발표 시점에 모든 재산 분할 작업이 마무리됐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또한 게이츠 부부는 혼전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재산을 분할하는 데 기준이 될 ‘협의이혼계약서’는 작성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이혼계약서란 이혼에 합의한 당사자들이 합의한 내용을 계약서 형태로 작성한 문서로, 자녀 양육 및 재산 분할에 대한 합의 내용을 비롯해 위자료 지급 및 액수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협의이혼계약서를 작성하면 부부가 법정에 갈 필요 없이 상호 합의 하에 원만하게 재산을 분할할 수 있다. 다만 합의가 깨지면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계약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다.
게이츠 부부가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분할할지에 대해서는 현재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부부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워싱턴주의 경우, 부부 공동 재산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결혼 생활 동안 획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다. 따라서 부부가 만일 50 대 50으로 재산을 분할할 경우, 게이츠의 세계 부호 순위는 17위로 하락하게 될 전망이다.
게이츠 부부의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증권이다. 가령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는 현재 500억 달러(약 56조 원) 이상의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회사로, 게이츠의 지분은 299억 달러(약 33조 67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게이츠 부부의 재산에서 22.4%에 달하는 규모다.
2000년 게이츠 부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 단체로 현재 500억 달러(약 56조 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반면 부부가 공동 소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분은 260억 달러(약 29조 원)며, 전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게이츠 부부가 보유 중인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여러 해에 걸쳐 게이츠 재단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실제 이혼 발표 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캐스케이트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멀린다에게 18억 달러(약 2조 원) 이상의 증권을 이전했다. 여기에는 캐나다 국영 철도 주식 15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와 미국 자동차 판매상인 ‘오토네이션’ 주식 3억 달러(약 3400억 원)가 포함돼 있다.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 주식 1410만 달러(약 159억 원)도 멀린다에게 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이츠 부부는 미 18개 주에 걸쳐 부동산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저택만 다섯 채며,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몬태나주, 플로리다주, 와이오밍주 등에 농지도 소유하고 있다. 가령 승마의 메카로 알려진 플로리다주 웰링턴에 위치한 목장의 시가는 현재 5900만 달러(약 63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승마 선수인 장녀 제니퍼를 위해 마련한 곳이었다. 웰링턴은 마이클 블룸버그, 스티브 잡스, 캠벨 수프 가족 등 여러 유명인사 가족들이 승마를 즐기기 위해 찾는 휴양지로 인기 높은 곳이다.
와이오밍에 있는 ‘이르마 레이크 로지’ 목장은 약 1400㎥의 부지에 다섯 개의 침실과 세 개의 욕실이 있는 메인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집, 오두막집, 마구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주에도 두 채의 저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그랜드 보그’라는 이름의 개인섬도 보유하고 있다. 이 섬의 시세는 현재 2500만 달러(약 28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게이츠 부부는 루이지애나, 아칸소, 애리조나, 네브래스카, 워싱턴 등 미 전역 18개 주에 걸쳐 상당한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게이츠 부부가 왜 이렇게 농지에 많은 투자를 했는지는 현재 알려진 바 없다.
게이츠 부부가 소유한 저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집은 워싱턴주 메디나에 있는 1억 2500만 달러(약 1400억 원)짜리 대저택이다. 사진=뉴스1/로이터
게이츠 부부가 소유한 저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집은 워싱턴주 메디나에 있는 1억 2500만 달러(약 1400억 원)짜리 대저택이다. 총 6131㎥ 대지 위에 지어진 이 저택은 7년간 6300만 달러(약 70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으며, 호수를 따라 지어진 만큼 그림 같은 전망을 자랑하고 있다. 건설 당시 소음과 교통 체증 때문에 이웃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게이츠는 무료 세차장을 지어 주민들을 달래기도 했다.
‘시민 케인’ 주인공인 찰스 포스터 케인이 살던 저택에서 이름을 따서 ‘제너두 2.0’이라고 이름 붙인 이 저택에는 침실 7개, 욕실 24개, 그리고 주방 6개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집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첨단기술 시스템이다.
저택을 방문한 손님들은 첨단 센서를 통해 개인 취향에 따라 실내 온도, 조명 밝기, 음악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입력한 데이터에 따라 손님들이 집안 곳곳을 이동할 때마다 그에 알맞은 온도와 조도, 그리고 음악이 바뀌게 된다. 음악은 벽지 뒤에 내장되어 있는 스피커를 따라 흘러나온다.
또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벽에 걸려있는 예술작품이 바뀌기도 하다. 이는 집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스크린 덕분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컴퓨터 스크린에 띄울 수 있도록 고안된 특수 시스템인 것이다.
실내 및 실외 수영장에는 수중 음악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수영을 즐기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트램펄린 방은 천장 높이가 6m에 달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체육실에는 사우나, 찜질방, 탈의실 등도 구비되어 있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리셉션 홀은 동시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며, 스탠딩 칵테일파티를 개최할 경우에는 총 200명까지도 수용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돔 지붕으로 이뤄진 도서관에는 두 개의 비밀 책장이 있고, 천장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인용구인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워 보여서 그걸 놓치는 일은 거의 없어 보였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개의 좌석이 구비된 홈씨어터에는 암체어, 소파, 팝콘 기계까지 갖춰져 있으며, 23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게이츠가 특히 좋아하는 수령 40년 된 단풍나무는 24시간 카메라로 감시되고 있다. 너무 건조할 경우 자동으로 물이 공급되도록 자동 급수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정원에 설치된 인공 하천에는 연어와 송어가 헤엄치고 있고, 호수를 따라 펼쳐진 백사장의 모래는 매년 카리브해에서 공수해오고 있다.
예술품 수집가인 게이츠 부부의 컬렉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인 ‘코덱스 레스터’다. 현재 가치가 1400억 원에 달한다. 사진=EPA/연합뉴스
예술품 수집가인 게이츠 부부의 컬렉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인 ‘코덱스 레스터’다. 게이츠가 1994년 경매에서 3080만 달러(약 345억 원)에 낙찰 받은 이 노트의 가치는 현재 1억 3000만 달러(약 1400억 원)에 달한다.
1998년 3600만 달러(약 400억 원)에 구입한 윈슬로 호머의 ‘로스트 온 더 그랜드 뱅크스’도 있으며, 1999년 2800만 달러(약 314억 원)를 주고 구입한 조지 벨로즈의 ‘폴로 크라우드’, 20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지불한 차일드 하삼의 ‘꽃의 방’ 등도 있다.
자동차광이자 스피드광인 게이츠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포르셰 930 터보, 재규어 XJ6, 페라리 348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값진 차는 전세계에 몇백 대밖에 없는 포르셰 959다. 게이츠 역시 13년을 기다려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을 만큼 희귀한 자동차로, 현재 경매에 내놓을 경우 최대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이츠가 가장 최근에 구입한 자동차는 포르셰 타이칸이었다. 2020년 2월 당시 게이츠는 한 인터뷰를 통해 “나의 첫 번째 전기차다. 지금 이 차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게이츠는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5분씩 쪼개서 하루를 계획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위해 개인 전용기를 종종 이용한다고 밝힌 게이츠는 현재 걸프스트림 G650ER 2대, 봄바디어 챌린저 350s 2대, 세스나 시플레인 1대, 그리고 헬기 1대를 소유하고 있다.
‘56조 기금’ 게이츠 재단의 향방은? 공동 의장·이사직 계속 유지 2000년 게이츠 부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전세계 사무실에서 1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 단체다. 재단의 이사회는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등 총 세 명이며, 현재 500억 달러(약 56조 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세계 보건 및 유아 교육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소아마비 근절, 말라리아 및 에이즈 확산 축소, 위생 및 금융시스템 투자 등 최빈층을 돕는 데 전념해왔다. 매년 세계 공중 보건 및 개발 분야에 기부하는 금액만 50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을 지출했으며, 코로나 백신 개발과 보급에도 힘을 쓰고 있다. 이 밖에도 게이츠 부부는 2010년 전세계 부호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도록 장려하는 ‘기빙 플레지’ 단체를 발족하기도 했다. ‘웰스X’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빙 플레지’의 가치는 오는 2022년까지 6000억 달러(약 67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게이츠 부부는 이혼 후에도 재단의 공동 의장 및 이사직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재단의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스탠퍼드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롭 라이히는 “게이츠 부부의 재단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자선 단체”라며 “때문에 부부의 이혼은 재단과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의를 표명했다. |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