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철판댄스 관련 이미지. |
‘철판댄스’, ‘꼬치구이아저씨체조’, ‘물물댄스’, ‘마술건강체조’ 등 이름도 유별난 이색 맨손체조가 일본에서 유행이다. 추운 날씨에 몸도 풀어주고 치매 예방효과에도 좋다는 것. 고령자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 편안하고 가벼운 맨손체조로 제격이다. 또한 체조 이름만큼 우스꽝스러운 동작이 많다는 점이 인기비결인 듯하다.
좌로 흔들, 우로 흔들. 괴상한 몸동작에 얼굴 표정도 망측하다. 이른바 ‘철판댄스’. 자신이 마치 철판 위에서 구워지는 오코노미야키(계란, 양배추, 고기, 해물 등이 들어가는 부침개 요리)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맨손체조를 하는 것이다. 커다란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재료를 넣은 뒤 반죽이 익으면 뒤집히는 부침개 요리를 있는 그대로 ‘몸으로’ 표현한다. 2010년 12월 도쿄의 요요기 체육관에서 열린 맨손체조 이벤트에서는 무려 6000명이 모여 함께 ‘철판댄스’를 추기도 했다.
‘철판댄스’는 2010년 9월부터 방영된 일본 공영방송 NHK 아침 드라마 <철판>에서 첫선을 보였다. 히로시마 현 오노미치시 서민 동네에서 손녀와 할머니가 단둘이 살며 오코노미야키 식당을 차려 성공하는 줄거리인데, 시청률이 19.4%로 꽤 높다. ‘시청자 참가형 프로그램’이란 기치를 내건 이 드라마는 매일 드라마가 끝난 직후 시청자가 직접 ‘철판댄스’를 추고 찍어서 보낸 영상을 내보내 ‘오늘의 댄스’로 소개한다.
드라마 배경인 오노미치시 골목에서는 실제로 아침마다 모여 삼삼오오 ‘철판댄스’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도 인기가 많아 12월 31일 방영된 노래자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서도 철판댄스가 방송됐다.
한마디로 현대판 포크댄스라고 보면 된다. 오코노미야키 위에 얹는 가다랑어 포가 되어 몸을 살랑거리거나 뜨거운 김을 표현하고자 양손을 둥글게 말아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한다. 또 옆 사람과 팔짱을 끼고 회전하며 따끈따끈한 반죽이 된다. ‘철판댄스’를 만든 아트 디렉터 모리모토 치에 씨는 이 춤의 주제는 ‘억압에서 해방’이라고 한다. 인간의 몸 중 유독 뇌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어깨를 펴고 심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취지라고 한다.
철판댄스가 인기가 좋아 양로원이나 노인복지시설, 아동보육시설는 물론 심지어 대학병원까지 매일 아침 건강체조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쉽지 않은 동작을 외워야 하기 때문에 체조를 끝냈을 때 성취감도 커서 뇌에 자극을 준다고 한다. 와카야마 현립 의과대학 건강개발연구소에서는 “몸의 여러 부분을 움직이는 전신운동이다. 가장 좋은 점은 움직임이 하도 독특해 많이 웃게 된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철판댄스’와 같은 발상인 ‘꼬치구이아저씨댄스’도 인기가 만만찮다. 이 맨손체조는 후쿠오카 시가 지방 명물 꼬치구이를 홍보하고자 만든 꼬치구이 노래를 틀어놓고 추는 춤이다. 여성 오카다 마키 씨(33)가 2009년 고안한 춤으로 반년 만에 유튜브 조회 수가 20만 건을 넘어섰다. 오카다 씨는 다이어트에 몇 번이나 실패하자 직접 자신이 나서서 꼬치구이아저씨춤을 만들었다고 한다. 닭 날개가 퍼덕거리는 모습과 구워지는 꼬치를 꽂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몸 전체로 포즈를 취한다. 허리와 어깨를 힘껏 펴는 동작으로 보통 때 안 쓰는 근육을 쓰기 때문에 특히 혈액 순환에 좋다는 평이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꼬치구이 아저씨 체조교실이 열리고 있는데, 아이부터 노인까지 참가 연령대가 폭넓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의자에 앉은 채로 하는 버전도 새로 나왔다.
이밖에도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 시에서는 목욕할 때 취하는 동작을 힌트로 고안한 체조 ‘물물댄스’를 보급 중이다. 바가지에 온천물을 떠서 몸에 붓거나, 머리를 감고, 타월로 등을 밀고 씻는 동작을 맨손체조로 한다. 이 ‘물물댄스’는 벳푸 지역의 전통민요를 아주 천천히 부르면서 하는데, 다치기 쉬운 무릎 등을 서서히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노인들에 적합하다.
한편 이용객이 줄어든 도시의 동네 목욕탕에서는 경영난 타개책으로 아침과 저녁 영업시간 외에 평일 오후 목욕탕 문을 열어서 지역 건강 체조 교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혈압측정을 해주는 등 간단하게 건강 검진을 하고 난 뒤 동요를 함께 부르며 노인들이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기초 맨손체조를 한다. 맨손체조만 하면 ‘별로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 많아 마술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곳이 많다. 마술사가 어렵지 않은 마술을 가르쳐 주고 나면 둥글게 모여 앉아 맨손체조를 한다.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려는 노인들이 모여 들면서 동네 목욕탕도 덩달아 부활하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