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향수의 용제로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화학성분인 디에틸 프탈레이트(DEP)는 중금속의 카드뮴과 같은 수준의 독성화학물질로 분류되는 성분으로, 이미 어린이 장난감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2006년 하버드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에틸 프탈레이트는 특히 남성의 정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디에틸 프탈레이트 외에도 향수 레이블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다른 성분들 역시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긴 마찬가지다. 향수의 독특한 인공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성분인 합성 갈락소리드와 토날리드는 특히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 등 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성분은 일단 체내에 들어오면 배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연구를 진행한 올가 나이덴코 박사는 “이런 화학성분들을 함유한 향수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 위험한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단, 자주 사용하면 해롭다는 것은 분명하므로 가끔씩만 뿌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성분들이 향수 레이블에 표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덧붙이면서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제의 성분들이 레이블에 표시되지 않은 이유는 향수라는 제품의 특성 때문이다. 특유의 향을 내는 향수의 성분들은 ‘비밀’로 간주되어 있으며, 화장품들이 전 성분을 표시하도록 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