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서비스·마이너스 수수료’ IPO 포석 해석…쿠폰 프로모션 경쟁·수익성 유지 쉽지 않아
#배달앱 진출에 마이너스 수수료
티몬은 최근 배달 서비스 기획·운영 담당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티몬은 올 하반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상장을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티몬은 앞서 연내 상장을 추진을 공식화했다. 티몬의 상장은 국내 증시에서 이커머스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적지 않다.
쿠팡은 2019년 쿠팡이츠 서비스를 시작해 주문 1건당 배달원 1명만 배정하는 단건 배달 시스템으로 급성장했다. 위메프 역시 2019년 '위메프오' 서비스를 선보이고 지난해 11월 독립법인으로 분사했으며 최근엔 쿠팡을 따라 단건 배달을 준비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에 배달이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으면서 티몬도 소비자가 웹 페이지나 앱을 통해 배송지를 설정하면 가까운 지역 거점 슈퍼마켓이 3시간 내 생필품과 신선식품 등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인 ‘슈퍼마켓’을 출범하고, 이와 별도로 배달 중개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송을 안 하던 티몬이 갑자기 한다는 것은 거래액 키우기로 해석된다. 중개만 하는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성장세가 높지 않고 차별점도 없어 앞으로는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 나오자 대비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네이버와 CJ가 제휴를 맺고 풀필먼트를 강화하는 등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티몬도 사업 영역을 배달앱 시장까지 확대해 거래 규모를 크게 보이도록 하는 동시에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티몬은 이커머스 본업 투자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지난 4월부터 단일 상품 판매자를 대상으로 선보인 '판매수수료 -1%' 정책을 8월 31일까지 연장 운영키로 했다. 정책이 시작된 전월과 비교할 때 4월 한 달간 단품 딜 수와 매출은 2배가량 증가했으며, 오픈마켓 등록 파트너 수는 50%가량 증가해 상품의 구색이 풍부해지고, 단일 등록 상품을 찾는 고객도 늘어났다고 티몬은 설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셀러들이 내는 판매중개 수수료를 받으며 이익을 내기 때문에 마이너스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상장을 앞둔 만큼 외부 투자자들로 하여금 티몬에는 매력적인 셀러도 많고 인프라가 뛰어나니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테슬라 상장(이익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높은 초기비용에 경쟁은 더 치열
티몬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배달앱 시장에 단순히 발을 담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앱 내 배달 카테고리를 하나 끼워 넣으면 된다. 문제는 진출 시기와 사용자 확보 능력이다. 자사 앱을 사용하는 상점주와 소비자를 늘리려면 대규모 쿠폰 프로모션 경쟁이 필요하다. 이런 부담을 안고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위메프오는 물론 지역 공공 배달앱과 경쟁해야 한다. 수수료를 인하 또한 수익성에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티몬의 새로운 전략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의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의 배달시장 진출은 초반 적자가 예상되지만 기업 가치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테슬라 상장이라는 미래가치를 보는 방식을 택한다면 당연히 배달시장 진출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배달 앱시장 진출도 상장을 위한 포석으로 형식적인 포트폴리오 늘리기에 그칠 것이라 본다. 리얼 플레이어로 싸우려면 단건 배달은 물론 마케팅과 광고홍보비로 돈이 상당히 많이 든다”고 전했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 역시 “배달 앱을 활성화하려면 쿠폰 프로모션 경쟁을 해야 하는데 영업이익 적자인 티몬이 선두 주자를 따라갈 만큼의 재정 능력과 차별화 전략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티몬이 배달 서비스 진출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고 배달비 등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것.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의 배달 서비스는 라이더를 직접 고용해서 배달 중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배달 솔루션과 제휴를 맺고 그 시스템을 사용, 티몬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 베이스로 영업하는 방식”이라며 “배달비가 올라서 점주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착한 배달'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이를 통해 식당주인들을 빠르게 포섭하면 배달앱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 상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의 상장 여부에 따라 경쟁 이커머스 업체의 가치 평가도 새로운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티몬의 전략이 맞아떨어져 상장에 성공한다면 위메프 등 다른 중견 이커머스 업체 상장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티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5월이므로 늦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외 상장 관련해 직접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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