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 속 투썸, 교촌 이상 기업가치 평가 힘들 듯…이디야, 실적·가맹점과의 상생 고려해야
#투썸플레이스, 실적은 올랐지만 기업가치 측정이 변수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주요 증권사에 IPO를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증권가에서는 투썸플레이스가 별다른 변수 없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면 이르면 2022년 상반기 내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한 커피 프랜차이즈는 없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투썸플레이스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진입한 사례는 많지 않다.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이나 맘스터치 운영사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증권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기존 상장사와 합병하는 방식의 우회상장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직상장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2020년 말 상장한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가 유일하다.
커피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외식 산업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2000년대 이후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가 출범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봉민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경쟁 강도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외식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 외식 산업의 위험을 높은 수준으로 판단한다”며 “대형 외식 업체의 사업 확장을 제한하는 규제, 사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 부담 등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전했다.
CJ푸드빌이 2002년 설립한 투썸플레이스는 2018년 1000호점을 내는 등 국내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그러나 CJ푸드빌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결국 홍콩계 사모투자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에쿼티)에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했다.
CJ푸드빌은 2018년, 2019년, 2020년 세 차례에 걸쳐 투썸플레이스 지분을 매각했다. CJ푸드빌은 매각가로 2018년과 2019년에는 주당 400만 원, 2020년에는 주당 421만 원으로 총 4035억 5993만 원을 받았다. 앵커에쿼티 입장에서는 투썸플레이스 기업가치가 최소 4035억 원 이상으로 측정돼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투썸플레이스의 기업가치가 교촌에프앤비 시가총액인 48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의 2020년 매출은 3655억 원, 영업이익은 388억 원으로 교촌에프앤비의 매출 4476억 원, 영업이익 41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재무상황을 살펴봐도 2020년 말 기준 투썸플레이스의 자본총액은 400억 원, 부채비율은 624.62%에 달하지만 교촌에프앤비의 자본총액은 1535억 원, 부채비율은 49.51%다.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한 곳이 투썸플레이스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는 시각도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았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9년 1751억 원에서 2020년 1644억 원으로 하락했고 할리스에프앤비는 155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커피빈코리아는 2020년 183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둬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투썸플레이스의 영업이익은 357억 원에서 388억 원으로 늘었고, 매출은 3312억 원에서 3655억 원으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투썸플레이스의 경쟁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CJ그룹 계열사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투썸플레이스의 디저트류는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모바일 쿠폰 상품 구성을 강화하고,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IPO와 관련해서는) RFP를 발송한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디야, 가맹점과의 상생 집중?
이런 가운데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 매장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이디야의 IPO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창기 이디야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자 잠시 보류했던 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한 기틀을 다시 한 번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디야는 2018년에도 IPO를 추진했지만 점주들과 상생에 주력하고, 내실을 다진다는 이유로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이디야는 2020년 경기도 평택시에 자체 로스팅 공장 드림팩토리를 설립했고, 이천시에는 첨단 물류기지 드림 물류센터를 조성했다. 과거 이디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원두를 공급받았지만 드림팩토리를 통해 원두를 자체 생산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디야의 매출은 2019년 2208억 원에서 2020년 2239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인 반면 영업이익은 194억 원에서 141억 원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2020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87.52%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2019년 78.49%에 비해 9%포인트(p) 이상 늘었다는 점에서 좋은 신호는 아니다.
부진한 실적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문창기 회장이 IPO를 언급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이디야 상장과 관련해 별다른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프랜차이즈 산업은 경쟁이 심하고 경기의 영향도 많이 받는 영역”이라며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맹점 수 감소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디야 입장에서는 가맹점주와의 상생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이디야는 매장 대부분이 가맹점 형태로 운영된다. 이디야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가맹본부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가맹점주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다. 2018년 당시에도 일부 가맹점주가 이디야의 IPO를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이디야 관계자는 “문창기 회장은 장기계획으로 IPO를 언급한 것이고,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이 없다”며 “현재는 가맹점 지원에 집중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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