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부회장 해외사업 확장 과정서 차입금 급증…구미현 씨 경영 정상화 위해 구지은 씨 선택 가능성
구지은 씨는 일찌감치 아워홈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2015년까지만 해도 사실상의 경영 실세였다. 그런데 2016년 구본성 부회장이 경영에 뛰어든다. 아워홈 지분구조는 구본성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씨 19.28%, 구명진 씨 19.6%, 구지은 씨 20.67%다. 구미현 씨가 오빠 편에 서면서 임시주총에서 패한 구지은 씨는 본인 몫인 캘리스코(사보텐 운영회사)로 밀려나고, 구 부회장이 경영을 장악한다.
지난해 이사회 구성을 보면 구자학 회장과 부인인 이숙희 씨(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의 딸), 장남 구본성 부회장, 세 딸인 구미현·명진·지은 씨가 모두 참석한다. 2020년 2월 이사회 때까지만 해도 비상근인 구명진·지은 씨만이 다른 가족들과 의결권 행사가 달랐다. 하지만 3월 말 열린 임시주총 소집과 임원인사규정 개정 안건부터 구미현 씨가 불참 또는 기권으로 중립에 선다. 회사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리고 지난 4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미현 씨 등 세 자매가 의결권을 합해 이사회를 장악,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한다. 구미현 씨의 태도 변화를 가져온 이유가 무엇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구자학-이숙희 부부는 외아들에 등을 돌리려는 맏딸을 왜 설득하지 못했는지도 관심을 끈다.
구인회 LG 창업자의 손자이자,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외손자인 구본성 부회장은 체이스맨해튼은행과 LG전자 뉴욕 미주법인, 삼성물산 국제금융팀장과 삼성카드 전략기획실 임원을 역임한 이른바 글로벌 경력을 자랑한다.
아워홈 경영을 맡은 후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섰다. 2018년 미국 국제선 기내식 공급업체인 하코르(Hacor) 지분 100%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마곡식품연구소 투자, 김포물류센터 토지매입, 급식 및 외식 신규 확장에 나선다.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17년 279억 원이던 차입금은 2020년 말 8834억 원으로 급증하며 자기자본(6082억 원)을 추월한다. 지난해 말에는 빚을 갚기 위해 처음으로 35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증권(CP)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1600억 원을 기존에 빌린 돈을 갚는 데 썼다.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이던 회사가 빚더미에 앉은 셈이다. 매출액은 2017년 1조 6000억 원에서 2019년 1조 9000억 원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타격까지 겹쳤다. 해외사업 확장 과정에서 외환 비중이 커지면서 관련 손실도 상당했다.
구미현 씨는 세 자매 중 유일한 아워홈 사내이사다. 경영관리를 맡고 있어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다. 구미현 씨의 남편은 의사로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동생 구지은 씨의 손을 들어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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