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들에 거액 투자 받은 코인 회사 대표 ‘수트’ 파문…“선취매” “시청자 선동” 비난 일자 투자금 반환 약속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건 유튜브 구독자 약 60만 명을 확보한 ‘노래하는 코트’(코트)의 사생활 논란이 터지면서다. 6월 18일 코트의 비서 역할을 했던 ‘쪼다혜’(다혜)가 코트의 사생활 관련 폭로를 시작했다. 비서 콘셉트 방송을 하던 다혜는 사실 코트와 연인 사이였다고 밝혔다. 이어 다혜는 코트의 외도 등을 이유로 코트의 무면허 운전, 성매매업소 출입, 타 BJ 비방 등 충격적 사실을 폭로했다. 또한 다혜는 코트가 타 BJ를 비방했다는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대화 녹취 파일 수십 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코트는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진실 공방이 시작됐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프리카 별풍선(후원금)을 수억 원씩 쏘며 소위 ‘회장님’으로 불리는 서현민 글로벌오더 대표(닉네임 수트)가 이 상황에 낀 것이다. 수트는 사업가로 알려졌으며 코트의 생방송마다 많은 별풍선을 쏴주면서 화제를 모았다. 수트는 코트 이외에도 이영호, 케이, 창현 등 인기 BJ들과 친분을 과시했다. 특히 수트는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아무렇지 않게 내거나 여러 대의 태블릿 PC를 무료로 주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6월 20일 수트는 자신이 녹취록을 들어봤는데 ‘다혜나 코트나 둘 다 똑같은 사람’이라며 사실상 코트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다. 디시인사이드 인터넷방송갤러리(인방갤) 유저들은 수트의 입장에 의아함을 가지게 됐고 수트 회사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수트 회사는 키오스크와 관련된 암호화폐를 주로 다루는 회사였다. 그때 다혜는 코트가 수트에게 전 재산을 투자했다는 얘기를 하게 된다. 6월 22일 수트는 입장문에서 “금전적인 문제는 하나도 없다. 미쳤다고 BJ와 문제 생길 돈거래를 하겠냐”고 반박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코트를 비롯해 많은 유명 BJ들이 수트에게 투자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수트가 여러 BJ에게 보낸 별풍선은 현금으로 환산했을 때 10억 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1억 원 이상 별풍선을 받은 BJ들이 수트와 투자로 얽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문제가 점점 커지자 스스로 수트에게 투자했다고 밝히는 BJ들이 나오게 됐다. 스타크래프트1 전 세계 최고 프로게이머였던 이영호, 약 70만 유튜브 구독자를 확보한 케이,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방송으로 유튜브 구독자 약 70만 명을 확보한 저라뎃 등이 수트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운영 중인 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액수는 억 단위라는 정도만 알려졌는데 BJ 가운데 10억 원 이상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까지 나오게 됐다.
수트가 대표로 있는 글로벌오더는 티오(T.O)코인을 운영하며 이 코인을 통해 호텔 예약이나 상품 구매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티오코인은 현재 T.O포인트 기반의 결제 커머스 앱(애플리케이션)이지만 추후 암호화폐를 발행할 예정이었다고 전해진다. 티오코인 광고 촬영장에 갔던 인기 유튜버 공혁준 씨는 “코트가 이 코인을 발행한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영상을 통해 밝혔다.
BJ들이 코인에 투자한 것을 두고 시청자들은 분노를 표출하며 ‘은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이것이 일종의 ‘선취매’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러 BJ가 수트에게 별풍선을 받은 뒤 수트를 회장님이라며 띄우거나 수트가 만든 회사를 치켜세웠던 행동들 역시 자신들이 투자한 코인 홍보의 일환 아니었냐는 주장이다.
일요신문은 암호화폐 업계에 티오코인에 관해 평판을 들어보려 시도했으나 티오코인에 대해 아는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한 관계자는 “티오코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포인트에 가깝고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간 것 같지 않아 ‘코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제대로 된 곳이면 서비스로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기술보다는 마케팅에 주력하는 곳은 결국 끝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23일 수트는 해명 방송에서 울먹이며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 및 코인과 관련하여 BJ분들에게 투자를 받았으며 아프리카TV 관계자 및 여러 시청자분들에게 물의를 일으켰다. 사과드린다”면서 거짓말을 했던 점을 인정했다. 이어 수트는 “프라이빗 세일에서 산 BJ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락업(일정 기간 판매금지)도 걸려 있다. BJ가 투자한 돈은 다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수트는 “코인으로 사기 친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사기꾼처럼 된 거 같은데 (BJ들은) 아무 잘못 없는데 나 때문에 피해를 보고 구독자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시청자들은 “수억 원을 투자하려면 원금이나 수익 부분에서 무언가 보장이 있었던 것 아니냐”, “결국 BJ들이 먼저 취득한 코인을 시청자에게 선동해 높은 가격에 물량을 넘기려던 의도로밖에는 안 보인다” 등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BJ들도 투자 철회를 요청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수트 해명대로 받은 쪽에서 투자 철회가 이뤄질 수도 있어 코인 투자는 일단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에 시청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미수에 그친 데다 암호화폐 특성상 BJ들이 형사처벌까지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특정 BJ들이 암호화폐를 선취득한 뒤 채널 시청자들을 선동하여 물량을 넘기는 행위는 일종의 시세조작으로 구체적인 기망이 수반된 경우라면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 근거가 없다”면서 “자본시장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발의된 ‘가상자산업권법’에서 자본시장법을 가상자산 관련 법규에 연계하려고 하고 있고,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암호화폐도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으로 포섭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곧 처벌의 공백이 메워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오더 측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대화에서 “현재 대표님이 밝히신 입장 외에는 드릴 말이 없다. 곧 추가적으로 오해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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