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성적 부담 덜어야…응원 필요하다”
당시 대표팀은 최용수, 윤정환, 이기형 등이 주축이었다. 팀을 이끌던 우크라이나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하석주, 황선홍, 이임생을 선택했다. 측면, 최전방, 수비에서 당대 최고 선수들만을 선발 한 것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직전 대회에서 연령 제한이 처음으로 생긴 이래 와일드카드 선발도 처음이었다. 처음 맞이하는 상황, 당시 선수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대한민국의 사상 첫 와일드카드, 하석주 현 아주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됐다.
하석주 감독에게 와일드카드 선발 당시를 묻자 처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부담'이었다.
"와일드카드라는 것은 정말 부담스러운 자리다. 올림픽 대표팀이 가장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해 그 자리에 베테랑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이지 않나. 성인 대표팀에서의 내 역할과 와일드카드로서 올림픽 대표팀에서 내 역할이 다르다. 더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하는 것이다."
당시 팀에서 최고참이었다는 점도 하 감독에게 부담을 더했다. 함께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황선홍, 이임생을 포함해 이임생의 부상으로 대체된 이경춘까지 모두 하 감독의 후배 선수들이었다. 그는 "특히 나는 부담감이 더 심했다"고 털어놨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 선배들이 합류하는 것이었기에 기존 선수들과의 융화도 중요했다. 그는 "기존에 올림픽팀에서 활약하던 후배들을 우리(와일드카드)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황선홍, 이임생과 함께 '편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편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선배이기에 분위기적으로 후배들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하려고 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와일드카드 선발 과정에서 선수들의 후배들과 어울어질 수 있는 성격적인 부분도 고려했을 것 같다. 황선홍이나 이임생 모두 부드러운 스타일이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성격 끝내준다"라며 웃기도 했다.
와일드카드 선배들의 노력 때문이었을까. 하석주 감독은 "팀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그에게 애틀랜타 올림픽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였다.
당시 대표팀은 가나, 멕시코, 이탈리아를 만나 1승 1무 1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 감독은 "8강을 바라봤지만 골득실차에 밀려 진출하지 못했다. 참 아쉬운 결과였다"면서 "1승 1무를 먼저 해놓고 마지막 이탈리아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올라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게 1-2로 패배해 결국 탈락했다.
자신의 올림픽은 조별리그에서 멈췄지만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둔 후배들에 대해서는 긍정적 결과를 전망했다. 하석주 감독은 "최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우리나라가 연령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홍명보 감독 시절에는 동메달도 따지 않았나"라고 짚었다.
올림픽을 놓고 국내외의 온도차 또한 우리나라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올림픽에 큰 비중을 둔다. 해외는 오히려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참가가 어려워졌다"면서 "한국선수들의 장점은 하려고하는 의지다. 특히나 이런 대회는 병역 혜택이라는 동기부여도 일부 작용한다.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의지는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향해 '부담을 가져선 안된다'는 조언을 남겼다. "지금은 우리 때와 다르다. 선수들이 해외 경험도 많고 여유가 있다. 기량도 좋다.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국민들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성적이 대한 부담을 너무 크게 갖기보다 가진 기량을 잘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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