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 전신마취 필수지만 위험률 낮아, 비용 30만~50만원…개껌 등 보조품 예방용일 뿐 주3회 이상 양치 권장
#노령동물 보호자들의 딜레마
사람에게 발생하는 가장 흔한 구강질환이 충치라면 개와 고양이는 충치 대신 치주질환을 앓는다. 특히 개의 경우 2세부터 치석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치석이 두껍게 치아를 덮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3세 이상의 소형견 70% 이상이 치주염과 치은염을 앓거나 앓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개의 입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박테리아가 있다. 이 박테리아가 치아 표면의 침과 엉겨 붙어 번식하면서 투명한 막을 형성하게 되는 것을 플라크라고 한다. 플라크들이 쌓이고 쌓이면 치아의 석회 성분이 녹아 세균이 침투할 공간이 만들어진다. 치태는 구강 내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결합해서 생기는 물질로 치아 표면이나 잇몸에 형성되는 연화 침착물을 말하는데 치태를 제때 제거하지 못 하면 치석이 된다.
치석이 쌓여 잇몸에 영향을 주게 되면 치주염, 치은염 등으로 이어진다. 치아를 고정하는 턱뼈에 염증이 생기면 이가 빠지기도 한다. 잇몸 질환을 방치할 경우 다른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질환으로 심장병을 유발하는 ‘심내막염’, 이빨 뿌리에 농이 생겨 눈이나 볼, 턱 쪽에 염증이 생겨서 곪는 ‘치근단 농양’ 등이 있다. 반려묘는 ‘만성 구내염’이나 치아가 녹아 흡수되는 ‘치아 흡수성 병변’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 동물병원에서는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권장하고 있다. 적정 주기는 6개월~1년에 한 번이다. 비용은 제각각이지만 수도권 동물병원을 기준으로 30만~50만 원선이다. 문제는 위험부담이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다르게 스케일링을 할 때 전신마취가 필수인데, 특히 노령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스케일링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정말 스케일링 전 마취는 노령견에게 위험할까. 이에 대해 김수정 수의사는 “건강이 좋지 않은 동물의 경우에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지만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마취를 못 할 이유는 없다. 노령동물이나 기타 질병을 앓고 있을 경우 심장검진, 호르몬 분석 등 추가 검사를 통해 문제가 없을 경우에만 마취를 진행하므로 마취 자체가 위험할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반려동물의 입안에 염증이 있거나 치주질환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엔 차라리 마취를 하고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령견이라거나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으로만 치료를 했다가 만성으로 악화되면 동물 입장에서는 더욱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염의 위험이 있어 마취가 필요한 다른 수술과 함께 진행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스케일링을 위한 마취를 진행할 때에는 기도삽관을 하게 되는데 이때 입 안에 있는 각종 세균이 수술 부위의 염증을 야기할 수 있는 까닭이다. 또, 수술을 위해 절개한 부위의 혈류로 세균이 들어가면 각종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치약 거부감부터 없애야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치석 제거를 돕는 보조용품도 다양하게 나왔다. 이 가운데 보호자들이 애용하는 것은 개껌이다. 반려견들이 껌을 씹는 과정에서 치아에 낀 음식물이 닦여 나가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예 치석제거용 덴탈껌도 출시됐는데, 껌 안에 플라크 제거 효소를 넣어 껌이 치아 표면을 긁고 문지르는 과정에서 치태를 제거하고 박테리아를 운반해 치석 형성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표면이 울퉁불퉁한 톱니바퀴 형태의 껌을 고르면 잇몸과 치아 사이사이에 낀 음식물 제거에 유용하다. 다만 물렁한 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보조용품들은 어디까지나 예방용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껌을 씹는 행위만으로 치아와 잇몸 사이 치주 포켓에 있는 세균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내외 수많은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효과적인 구강관리 방법은 양치질뿐이다. 전문가들은 일정 시간에 하루 한 번,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의 양치질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동물에게는 양치의 개념이 없으므로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양치를 거부하는 동물을 붙잡고 강압적으로 훈육을 하다 보면 오히려 보호자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칫솔과 치약에 익숙하지 않은 반려동물이라면 처음부터 칫솔을 이용한 양치질을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우선은 치약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 전용 치약은 대개 식용이므로 되도록 다양한 맛을 사서 반려동물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입맛을 알아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손가락에 치약을 소량 짜서 반려동물의 입이나 콧잔등에 살짝 묻혀 핥아 먹게 하면 된다.
치약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없어졌다면 손가락으로 동물의 잇몸과 치아를 직접적으로 마사지한다. 더 익숙해지면 거즈나 손가락 칫솔을 이용해 부드럽게 양치질을 시도해도 좋다. 양치는 거부감이 적은 송곳니부터 조금씩 어금니 쪽으로, 치아 안쪽보다는 치아 바깥쪽 위주로 닦아 나가는 게 좋다. 이때 치아를 닦는다는 느낌보다는 치아와 잇몸의 경계면을 청소해준다는 느낌으로 닦는 것이 중요하다. 거즈나 손가락 칫솔을 성공했다면 동물용 칫솔을 사용하면 된다.
김수정 수의사는 “치아가 건강하면 반려동물의 수명도 20%가량 연장된다고 한다. 양치질만 제대로 해준다면 병원에서 별도로 스케일링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하루 한 번 양치질을 해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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