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토건 인수 주체 유력…해외부문 등 경험 없어 한동안 대우건설에 위탁 경영 가능성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는 대우건설이 6위(8조 4132억 원)이고,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각각 15위(2조 1955억 원)와 35위(1조 2709억 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5월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중흥그룹은 자산 9조 2070억 원으로 47위다. 9조 8470억 원으로 42위인 대우건설보다 위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5310억 원, 세전이익 830억 원의 실적을 냈다. 자산은 현금성 자산 1371억 원을 포함해 8593억 원이다. 증흥토건은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 2조 1843억 원, 세전이익 2682억 원이다. 자산은 현금성 자산 1조 4661억 원을 포함해 3조 7588억 원이다. 자기자금만으로도 대우건설 인수 자금 대부분을 조달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된 재무건전성을 자랑한다.
대우건설과 중흥토건, 중흥건설 3곳을 합친 시공능력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번째가 된다. 그룹의 자산총액은 19조 540억 원으로 미래에셋(19조 3330억 원)에 이은 21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정창선의 중흥건설일까, 정원주의 중흥토건일까
중흥그룹은 1983년 설립된 중흥주택이 모태다. 하지만 중흥주택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76.74%)인 중흥건설과 정원주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중흥토건이 지배구조의 ‘투톱’ 체제다. 계열사들이 많지만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서류상의 회사) 계열사를 대거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을 쓴 결과다.
이렇게 확보한 일감을 계열사에 배분하면서 후계구도까지 완성했다. 지분승계가 아닌 매출 배분으로 후계자가 지배하는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중흥토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정창선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중흥주택 등 관계사에서 나왔다. 정원주 부회장의 두 자녀도 이미 중흥토건과 함께 다원개발과 새솔건설 지분 25%를 보유하며 후계를 위한 기본 포석을 갖췄다. 대우건설 인수 주체도 중흥토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우의 해외부문·브랜드 감당할 수 있나
중흥그룹은 국내 주택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상업용 부동산에도 진출했지만, 플랜트 등 엔지니어링 분야에는 경험이 없다. 중흥그룹 내에 관련 인력도 전혀 없다. 대우건설의 현재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택부문 경험이 있지만, 기획이나 마케팅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지역을 담당하는 조직조차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역시 대우건설의 기존 인력에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기업을 인수하면 재무와 인사는 지배주주가 직접 챙긴다. 대우건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부문의 자금흐름까지 살펴야 한다. 파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사 역시 제한적이다. 중흥 내에 대체인력이 없는 만큼 현 인력구조를 단기간에 바꿀 여력이 없다. 중흥으로서는 상장기업도 대우건설이 처음이다. 노동조합도 처음이다. 당분간은 대우건설 경영진에 위탁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대우의 '푸르지오' '써밋'보다는 중흥의 'S클래스'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
#중흥의 가격 수정…법적 문제는?
올해 6월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에 나서면서 구체적인 매각조건을 담은 입찰공고 방식이 아니라 매수희망자로부터 투자제안서를 받는 방식을 택했다. KDB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매각 주체라면 공공자산 매각에 준하는 공절차, 즉 입찰공고와 예비입찰 등을 거쳐야했겠지만,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내세워 이 같은 절차를 피할 수 있었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중흥그룹이 KDB인베스트먼트에 투자제안서 수정을 요청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처음에 값을 너무 비싸게 적어냈다고 뒤늦게 깨달은 중흥그룹이 가격을 깎으려 들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자칫 더 낮은 값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 팔릴 것을 우려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개경쟁입찰이라면 이례적 요구이지만 제안서 접수방식이어서 형식상 하자는 없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형평을 위해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도 투자제안서 수정기회를 줬다. 또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DS네트웍스 컨소시엄도 예비협상대상자로 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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