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곤증은 급격한 계절의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다. 주부들이 마트에서 춘곤증 퇴치 식품인 나물을 고르고 있다.(큰사진)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정이안 한의사(정이안한의원 원장)는 “때문에 신맛 나는 음식으로 간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쓴맛 나는 음식으로 심장의 기능을 북돋아주면 몸에 이롭다”며 “봄철에 나오는 달래나 냉이, 쑥, 두릅 등의 봄나물이 바로 이런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봄나물을 비롯한 신선한 채소, 과일에는 비타민이 충분히 들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봄이 되면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 비타민이 특히 많이 소모되므로 봄철에는 비타민이 보약보다 낫다. 겨울에 비해 봄에는 3~10배나 많은 비타민이 필요해진다고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우선 아침식사를 잘 챙겨먹는 것이 좋다. 허기가 지면 점심에 과식을 하기 쉽고, 과식을 하면 식곤증이 더 심해진다.
밥은 흰쌀밥보다는 잡곡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콩이나 팥, 조, 수수, 보리 등의 잡곡을 넣어 먹으면 흰쌀에 부족한 비타민 B1과 필수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다.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위의 소화능력이 저하되고 입맛도 떨어지게 된다.
보통 춘곤증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1~3주면 사라진다. 만약 식사, 운동 등에 신경을 쓰는 데도 춘곤증이 쉬 사라지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 병이 난 것은 아닌지 체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른하고 피로한 증상이 3주 이상 가거나 갑자기 체중 감소가 심할 때, 나른하면서 열이 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상선질환이나 지방간, 간염, 당뇨, 빈혈, 결핵 등일 때도 심한 피로감과 함께 이런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많이 먹는 데도 살이 안찌고 늘 피곤하면 당뇨병이 의심되고, 피로감이 오후에 심하면 간질환이 의심된다.
죽순
뻗치는 봄기운을 식탁으로
하루 최고 150㎝까지 성장할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닌 식품이 죽순. 대나무 밭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연한 죽순은 뻗치는 봄의 목(木) 기운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동의보감에는 “죽순은 맛이 달고 약간 찬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번열과 갈증을 해소하고, 원기를 회복시킨다”고 되어 있다. 또한 담을 없애주므로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다.
영양을 보면 죽순에는 2.5% 정도의 단백질과 함께 비타민 B·C가 들어 있어 나른한 봄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섬유질도 풍부해서 비만이나 대장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외에도 정신을 맑게 하고, 숙취를 해소하며, 피를 맑게 해서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다스리는 효과도 있으므로 현대인과 잘 어울리는 무공해 식품 중 하나다.
다만 죽순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손발이 유난히 찬 사람이나 속이 냉한 사람은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익히지 않고 많이 먹으면 배가 차가워지면서 아플 수 있다.
보통 4월 중순부터 6월 하순까지 죽순이 많이 난다. 키가 40~50㎝ 정도 자랐을 때 채취한 것이 가장 맛있다. 가늘게 찢어 고기와 함께 볶는 죽순채, 삶은 죽순을 잘게 썰어 밥을 짓는 죽순밥, 잘게 찢은 죽순을 넣어 된장국을 끓여 먹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으면 좋다. 또 삶아서 말려두면 어느 때나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도라지
불청객 황사가 걱정이라면…
봄철 불청객으로 찾아오는 황사가 걱정이라면 도라지가 좋다. 미세 먼지뿐 아니라 수은, 알루미늄, 비소, 카드뮴, 납 등의 유해 중금속까지 포함돼 있는 황사는 피부와 호흡기 등의 점막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황사가 시작되면 비염, 감기, 결막염 등으로 병원, 한의원 등을 찾는 이들이 평소보다 20%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미세 먼지가 폐에 들어가 기도를 자극해서 기침이 늘고, 가래나 염증을 일으켜서 숨 쉬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피부와 호흡기가 폐기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본다. 폐기능이 약한 사람은 감기는 물론이고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의 질환에 취약하고 오래갈 뿐 아니라, 피부도 약해서 황사 먼지 등의 외부적인 피부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폐를 튼튼하게 만드는 식품으로는 도라지나 배, 꿀 등이 대표적이다.
도라지는 기관지를 편안하게 해주고 가래를 잘 삭혀주는 효능이 있다. 배는 폐에 이롭게 작용해 기침을 가라앉히고, 꿀은 건조한 성대와 기관지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이들 식품을 각각 섭취하는 것도 좋지만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도 괜찮다. 배의 4분의 1을 잘라내서 뚜껑을 만들고 남은 부위는 속을 파낸 다음 도라지와 꿀, 대추를 넣고 배 뚜껑을 덮은 다음 30분간 푹 찐다. 완성되면 배 속에 고인 물을 따뜻하게 차처럼 마신다.
쑥
기혈순환 도와 춘곤증 퇴치
쑥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주는 봄나물이다. 노곤한 봄날 신체의 기혈순환을 도와주어 춘곤증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있다. 쑥에는 특히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 A가 많고 비타민 C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감기 예방, 노화 억제 등에 도움이 된다. 식욕을 돋우는 쑥의 독특한 향기는 치네올이란 정유 성분 때문. 치네올은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해 식사 후 소화를 도와준다. 미네랄 중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한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
생리불순, 냉증 등으로 고생하는 여성에게도 쑥이 좋다. 만성적인 요통 등 각종 통증을 개선시키는 진통효과도 있다.
또한 술과 기름진 안주로 산성화된 피를 맑게 정화해주는 효과도 있다. 평소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이라면 쑥국 등으로 쑥을 자주 먹으면 좋다. 또는 다른 채소와 함께 녹즙으로 마시거나 쑥차, 쑥환 등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신경통과 요통에는 말린 쑥잎 100~300g을 망에 넣고 묶어서 목욕물에 넣는다.
달래
봄철 입맛 돋우는 덴 최고
쓴맛과 매운맛이 있는 달래 역시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좋은 식품으로,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해준다. 한의학에서는 달래를 산에서 나는 마늘이라는 뜻의 ‘산산’(山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달래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열이 많거나 열성 안질 또는 구내염으로 고생하는 사람, 위장이 약한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달래는 찌개나 국에 많이 넣는데 겉절이를 해먹어도 상큼해서 좋다. 고를 때는 잎의 색이 진하고 싹이 가늘며 뿌리가 하얄수록 좋다.
냉이
비타민A에 단백질까지…
냉이의 독특한 향이 입맛을 돋우고 소화액을 분비시켜 소화를 돕는다. 때문에 소화기관이 약하고 몸이 허약한 사람들뿐 아니라, 봄철 입맛을 잃은 사람들에게도 냉이가 좋다. <동의보감>에도 “냉이는 따뜻한 성질이 있어 소화를 돕고, 간을 이롭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냉이는 몸속에 각종 노폐물, 콜레스테롤 등을 제거해 준다.
영양을 보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채소에 속하고 칼슘, 철분 등의 미네랄도 풍부하다.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A가 많은데, 냉이 100g에는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A가 3분의 1이나 들어 있다. 또 간에 좋은 작용을 하는 콜린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 효과도 기대된다.
보통 국에 넣거나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몸이 찬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두릅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땐…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활력이 없을 때나 입맛이 없을 때는 두릅이 좋다. 두릅의 독특한 향과 맛이 잃었던 입맛을 돋우고, 쓴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이 피로회복을 도와 활력을 되찾아주기 때문이다. 혈당을 낮춰주기 때문에 당뇨가 있는 경우에도 좋다. 또한 신경을 안정시키는 칼슘이 많아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험생이나 샐러리맨들의 건강식으로도 일품이다.
두릅순은 어른 엄지 손가락만 한 크기를 고르면 연하다. 순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후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비타민 손실이 적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이안 한의사
대나무의 잎으로 만든 죽엽차는 대나무의 시원한 기운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심장과 위장의 열을 식혀주는 데 효과적이다. 머리가 아프고 불면증이 생길 때 죽엽차를 마시면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고 잠도 잘 온다. 우울증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오지 않을 때도 마시면 좋다.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어 열이 있거나 얼굴이 붓거나 입 안이 헐었을 때도 효과가 있다. 5∼6월에 딴 어린 대나무 잎을 찌고 말려 만든 찻잎을 90℃ 정도의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신다. 찻잎을 우려내면 연한 대나무 색을 띠며, 마셔보면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살짝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