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았던 엔터사업 코로나19 탓 매력 ‘뚝’…비교적 저렴한 2000억대 매각가에도 흥행 가능성 낮아
이커머스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인터파크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이기형 인터파크 대표이사 회장의 지분이 매각 대상으로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3월 31일 기준 이 회장이 보유한 인터파크 지분율은 27.71%(2250만 주)다. 지난 21일 기준 인터파크의 종가 7830원으로 계산하면 이 회장의 지분은 약 1761억 원으로 평가되며,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2000억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통 시장의 인수합병(M&A)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 정도 매각가는 비교적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 44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인터파크의 인지도와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까지 인수하는 조건으로 2000억 원은 싸다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와 투자업계에서는 인터파크의 M&A 흥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인터파크의 사업 대부분이 시장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의 사업은 엔터(공연)·투어(여행)·쇼핑·도서로 분류된다. 이 중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엔터사업이다. 공연·티켓 예매 시장에서 인터파크의 시장점유율은 70%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인터파크의 엔터사업 부문 공연 편수는 2017년 1만 1867편에서 2018년 1만 2674편, 2019년 1만 3305편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4310편으로 확 줄어들었다. 최근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며 공연업계 회복 시기가 불투명해진 탓에 인터파크의 엔터사업마저 저평가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인터파크 매출 가운데 20% 정도를 차지하던 투어 부문도 코로나19 탓에 휘청거리고 있다. 2019년 1분기 매출 254억 원을 기록했던 투어 부문은 2020년 1분기 166억 원, 2021년 1분기 55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또 ‘여행·레저’ 플랫폼 ‘여기어때’와 ‘야놀자’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향후 성장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인터파크의 투어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52억 원으로 2019년 대비 85% 감소했다.
인터파크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플랫폼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 등 대형 쇼핑 플랫폼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인터파크가 뒤처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파크는 이커머스의 원조격이었지만 너무 오래된 기업이다보니 콘셉트·인프라·인터페이스·UI(사용자 환경) 모두 다소 뒤처진 이미지”라며 “그동안 엔터 사업이 잘 되면서 쇼핑 사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듯한데, 지금 와서 힘을 쏟는다고 해도 공룡 같은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서사업 부문도 사정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인터파크 도서사업 부문 매출액은 718억 원으로 인터넷 서점 주요 사업자인 교보문고(6941억 원)와 예스24(6129억 원), 알라딘(4294억 원)에 훨씬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의 도서 사업 전략에 아쉬움도 제기된다. 인터파크는 한때 매출 절반을 채워오던 도서 매출 비중이 2017년 30%대 수준까지 떨어지자 기존 도서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서적 도매업체인 송인서적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대형 서점들과 경쟁에서 밀리며 송인서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송인서적 인수는 전략적으로 굉장히 좋지 못했고 도서 사업부의 적자가 50억 원대에서 110억 원까지 확대되며 투어‧엔터 부문의 이익을 상쇄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터파크가 자신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문화와 예술에 특화된 플랫폼이던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을 인수하며 교양과 지식 확대를 시도했지만, 인수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릴 때 인터파크도 성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결국 경쟁사에 밀리면서 존재감이 흐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파크는 매각 과정에서 주력사업을 강화하고 어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인터파크가 투어·엔터·쇼핑·도서 중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엔터사업 부문으로, M&A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인수 후보자들은 온라인 유통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나설 테고, 엔터사업을 위한 카테고리 확장 차원에서 인터파크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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