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성→김대환 대표 교체…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도 지분 확보, 주주환원 정책 요구 거세져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 중인 BYC는 지난 6월 30일 대표이사 교체 소식을 전했다. 고윤성 전 대표가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갑자기 물러나면서 재무통으로 알려진 김대환 신임 대표가 BYC를 이끌게 된 것. BYC 관계자는 고윤성 전 대표 사임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고윤성 전 대표가 사퇴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3세 승계 본격화를 위한 교체라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의 등장과 맞물린 소액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에 따른 대표 교체라는 관측도 나온다.
BYC 소액주주들은 지난 13일 김대환 대표에게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소액주주들은 주주서한을 통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증액 △액면분할 등을 요구했다. 이번에 주주서한을 발송한 소액주주들은 BYC 보통주 1만 8510주, 우선주 3만 9912주(지분율 6.96%)를 보유하고 있다. 조신희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BYC는 투자자의 자금으로 사업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동업자를 홀대하는 대주주의 도덕성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요시 여기는 소비문화로 인해 남양유업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2015년께부터 BYC를 ‘자산주’로 평가해 매입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지지부진한 주가에 불만이 증폭되던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본업인 내의 사업보다 부동산 자산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BYC가 주가 견인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2016년 3월 주총 전 ‘슈퍼개미’로 알려진 조문원 씨는 BYC 주식 3만 2868주(지분 5.26%)를 매입하며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대표적 자산주지만 자산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못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개인투자자들은 BYC가 전국에 보유한 40여 개 건물과 부동산 목록을 분석해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BYC의 투자부동산은 4942억 원으로 시가총액 2467억 원(22일 종가 기준)의 2배가 넘는다. 투자 부동산 규모만 전체 자산(6791억 원) 가운데 72.7%를 차지한다. 이를 통해 BYC는 안정적으로 임대수익도 올리고 있다. BYC는 △섬유제품 △건설‧분양/임대 △광고대행으로 사업부문이 나뉜다. 섬유제품 부문의 영업이익은 76억 원(매출액 1221억 원), 건설‧분양/임대 부문의 영업이익은 153억 원(396억 원)이다. 광고대행 부문은 영업손실 2902만 원(매출 12억 원)을 기록했다.
소액주주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부동산 자산가치 저평가다. 1983년 이후 자산재평가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재평가적립금으로 45억 원이 명시돼 있다. BYC는 주석을 통해 ‘연결실체는 1983년 1월 1일을 평가기준일로 하는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유형자산의 재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BYC 소액주주들은 “BYC가 2020년 말 4500억 규모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2900억으로 현저히 저평가돼 거래되고 있다”며 “특히 재평가되지 않은 부동산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실제 순자산은 1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의 적극적 움직임과 함께 행동주의 사모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등장하면서 BYC는 주주환원 요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월 24일 장내매수를 통해 BYC 지분 5.79%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보유목적은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로 향후 주주행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활발한 주주행동을 전개 중인 한 BYC 소액주주는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3월 BYC 주주총회에 참석할 정도로 BYC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잘못된 ESG, 특히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된 회사에 투자한 만큼 어떻게든 바로 세우려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1월 설정한 ‘ESG레벨업증권자투자신탁’을 운용하며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회사의 자체적인 포트폴리오 변화 및 신규 투자로 ESG 개선이 나타나거나 펀더멘털이 양호하면서 주주활동 등 외부충격으로 인해 ESG 개선이 가능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펀드는 KCC와 태광산업, BYC 등에 각각 8.3~8.8%의 비중을 두고 투자 중이다.
BYC는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했다. 만약 소액주주들의 우려처럼 BYC가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눌러왔다면, 이제는 그럴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2004년 6월 24일에 설립돼 도소매업과 부동산업을 영위하며 의류, 메리야스, 잡화 등을 주요 상품으로 판매하는 신한에디피스는 오너 3세 한승우 BYC 상무가 지분 58.34%를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BYC 지분 18.43%를 보유한 신한에디피스는 지난 3월 29일 기존 최대주주인 남호섬유의 지분 매각으로 인해 추가적인 지분 취득 없이 BYC 최대주주가 됐다. 신한에디피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 65억 8369만 원 가운데 특수관계자와 매출이 23억 371만 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34.9%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대표이사 교체 이후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앞의 소액주주는 “대표이사가 BYC 주식 본주와 우선주를 모두 매수했다”며 “(대표이사 교체 후) 조금 더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시에 따르면 김대환 대표의 BYC 지분은 2020년 5월 0.06%에서 지난 4월 16일 0.07%로 증가했다.
소액주주들에게 남은 고민은 BYC와 관계사 신한방의 합병 가능성이다.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신한방은 오너가 2세 한석범 BYC 사장과 부인 장은숙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BYC 관계사다. 지난 2월 신한방에서 투자사업부문이 분할돼 한승홀딩스가 신설되면서 존속회사 신한방은 부동산임대사업을 영위하는 부동산 회사가 됐다. 때문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BYC가 보유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높은 신한방을 합병할 경우 오너 일가는 헐값에 BYC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반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BYC 관계자는 “신한방은 관계사라 관련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BYC와 신한방 합병 가능성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발송한 주주서한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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