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수 증감 따라 수수료·계약 여부 정하는‘개편안’에 반발…적자에도 오너 일가 중간배당 뒷말도
대교는 올해 초 눈높이 러닝센터 센터장을 대상으로 운영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업성 강화 및 운영 전문화를 위해 시장 상황에 따라 러닝센터 진단·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수수료(임금)를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즉 센터장에 돌아가는 수수료를 3개월간 월 300만 원으로 보장하되 이후에는 러닝센터 회원 증감에 따라 책정하고, 1년마다 진행되는 센터장 재계약에 심사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750여 명의 센터장은 개편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본사에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전국학습지노동조합(학습지노조) 대교지부에 대거 가입하는 등 단체행동을 벌였다. 대교 측은 “센터장 모두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개편안 도입을 잠정 유보했다. 이후 대교 측은 센터장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 지난 7월 개편안을 다시 수정해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신제도에 따르면 센터장들은 기존 '3개월간 월 300만 원'에서 '1년간 월 250만 원'의 수수료가 보장된다. 이후에는 회원 수 감소에 따라 임금에 영향을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비대면 수업 강화로 회원 수가 급감하는 추세에 비춰 볼 때 기존에 20~30년 장기근무를 했던 센터장도 월 250만 원 이하의 임금 수준이 예측된다. 센터장 재계약과 관련해서도 센터 총원이 증가하지 않거나 퇴회율(회원 탈퇴율)이 6.5%를 넘을 경우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지부(대교노조·지부장 정난숙)는 사측의 일방적인 강행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와 교섭하지 않고 전국에서 10여 명의 센터장을 물색해 공청회를 실시했다는 것.
정난숙 지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시기인데 총원 증가에 따라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임금 삭감이 내포된 내용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필요할 때는 관리자와 똑같이 일을 시키면서 어려울 때는 위탁계약직이니 쉽게 내보내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급여 체계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뜻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센터장뿐 아니다. 일선 교사들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제도 하에서는 일선 교사들을 향한 센터장의 실적 압박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러닝센터 소속 교사 A 씨는 “회원 실적에 따라 센터장에게 수수료가 지급되면 교사는 또 센터장으로부터 실적 압박을 받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입회율이 줄면 교사가 자비를 들이거나 시간외근무라도 해서 영업을 뛰라고 센터장이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사 B 씨도 “러닝센터는 회원 한 명 한 명이 교사 수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영업직에 가깝다”면서 “본사 방침에 결국 센터 소속 교사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눈높이 러닝센터는 학생들이 학습지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하는 학원이다. 센터장은 소속 교사와 회원, 각종 행사와 센터 운영 등을 총괄 관리한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신분이지만 본사에서 위탁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업부제 계약 형태다. 학습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본사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정규직 직원들과 섞여 일하기도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퇴직금과 사회보험 등 사내 보상·복지체계에서도 배제된다.
노조 관계자는 “대교 45년 역사에서 눈높이를 위해 애써온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 과연 고통분담인가”라고 호소했다.
대교는 학습지 교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8년 약 290명의 눈높이 교사가 학습지노조에 가입해 본사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대교가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대교는 학습지 교사가 위탁계약을 맺은 자유소득자이므로 근로자가 아니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본사가 상당히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했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대교는 항소했으나 지난 5월 27월 고등법원에서 또 다시 패소했다. 현재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대교 사측이 재계약 심사제 이전부터 일부 직원들의 계약을 의도적으로 해지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 지역본부에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업무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 지난 5월 말에 계약을 해지했다”며 “고용이 불안정한 점을 이용해 노조를 결성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자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계약 심사제는 기존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을 제도화했을 뿐”이라며 “조합원들이 부당하게 계약 해지되는 일은 빈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교는 운영체계 개편에 대해 사업성 강화라는 취지를 밝혔지만 학원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방문 서비스가 위축되고 비대면 수업이 강화되면서 대교에서 장차 러닝센터의 비중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학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장 트렌드는 지면에서 탭수업으로 넘어가는 ‘디지털 전환’이었다”며 “최근에는 앱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거나 온라인 강의가 흔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 업계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눈높이는 여전히 방문교사와 센터에 상당히 의존하는 구조라 내부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탓에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교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기준 62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특히 영업손실이 286억 원 발생하며 설립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올해까지 지속돼 1분기 44억 원, 2분기 1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적자 폭은 개선되고 있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2분기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었고, 적자사업 개편과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로 손실 폭 축소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노조는 대교가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주주 배당을 지속하면서 오너 일가의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교는 지난해 중간과 결산을 합쳐 85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지난 7월 26일에도 25억 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정난숙 대교지부장은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당보다 영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가족들에 대한 주식 배당이라는 것이 다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교 1대 주주는 지주사 대교홀딩스(54.51%)이고, 2대 주주는 강영중 회장(8.43%)이다. 대교홀딩스는 강영중 회장(82%)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대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교 관계자는 “고배당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데다 대교 주주와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경영 실적을 고려해 배당 규모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과 관련해서는 “배당 정책은 전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지 특정 주주를 고려해 결정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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