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체제 유지냐 붕괴냐 충청-호남 표심에 달려…추석 직후 일부 후보 사퇴 따른 합종연횡 가능성
여당발 ‘가을 대전’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6∼8월이 일종의 몸풀기인 예비고사였다면, 가을 대전은 최종 승자를 결정짓는 본고사다. 특히 내년 3·9 대선 민심 바로미터인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경선판엔 전운마저 감돈다. 정치 구력이 있는 여야 중진 인사들은 “판을 흔드는 변수가 부상할 것”이라고 점친다. 1차 변곡점은 2강인 ‘명·낙(이재명·이낙연) 대전’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결과에 따라 10월 초 일부 후보 사퇴로 여권발 대선판이 새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두 차례 변곡점을 눈여겨봐라.”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대선 경선판에 관해 묻자 던진 말이다. 핵심은 이렇다. 여당발 대선 예비고사는 8월 중순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대선 경선 초반 전략을 점검한 6명의 예비후보는 이미 ‘마지막 필살기’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 무기는 8월 31일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막 오르는 순회 경선 기간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이 의원은 “8월 중하순 여론조사에서 이·이(이재명·이낙연) 구도가 흔들리거나, 나머지 4명 후보 중 일부가 3강 체제로 편입한다면 가을 대전이 요동칠 것”이라고 했다. 8월 말 개시하는 민주당 대선 경선은 10월 10일까지 이어진다.
1차 변곡점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4명의 하위권 후보가 치고 나오지 못하더라도 2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중 한 명의 지지도가 빠지는 경우다. 이른바 ‘1강-1중-다약 구도’다. 하위권 후보 중 다크호스 부상이 없더라도 2강 체제만 붕괴된다면 기존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박용진 의원 중 일부가 2강 체제를 위협하면서 이·이 구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는 민주당 대선 경선판이 가장 많이 흔들릴 수 있는 시나리오다. 마지막은 여름 대전과 변동이 없는 ‘2강-다약 체제’다. 이때의 변수는 결선투표제 여부와 반이재명 연합군의 합종연횡 파괴력이다.
1차 변곡점 이후 판세 변화는 각 후보들의 ‘중원 공략 역학관계’와 맞물려 대선 경선판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 표심은 역대 선거에서 ‘스윙보터(부동층)’ 경향이 강했다.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정책 등에 따라 움직였다. 중원 표심은 곧 캐스팅보트의 중심축이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JP) 전 대통령이 충청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의원내각제를 고리로 지역연합을 한 것이나,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여권 대선 경선만을 국한해서 본다면, 현재 충청 민심은 ‘무주공산’에 가깝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실 보좌관은 “충청권에서 대세를 형성한 후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8월 6∼7일 이틀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는 범진보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31.4%로 1위를 차지하고도 대전·세종·충청에선 이보다 오차범위 내 낮은 29.1%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적합도(19.8%)보다는 오차범위 내 높은 21.9%를 기록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적합 후보가 없다·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층은 27.3%에 달했다. 이는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32.2%, 이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중원 표심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여권 대선 경선에서 충청권 표심이 중요한 까닭은 호남 민심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어서다. 민주당은 9월 4일과 5일 대전·충남과 세종·충북 경선의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이는 같은 달 12일 발표되는 1차 선거인단 투표(5∼11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어 대구·경북과 강원을 거쳐 9월 21∼22일 광주·전남 등 ‘호남 대전’에 나선다. 직전(9월 13∼26일)에는 14일간 3차 선거인단을 모집한다.
여권 안팎에선 “호남 민심이 경선 첫 테이프를 끊을 ‘충청권 표심’을 보고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대망론이 중원을 휩쓸면 호남 민심은 이 지사에게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충청권에서 이·이(이재명·이낙연) 구도가 흔들리면, 호남 민심도 1강을 형성한 후보나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다크호스를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지지도 5%에 불과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인제 대세론’을 꺾을 수 있었던 이유도 광주에서 쓴 대역전 드라마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여당 대선 경선 판세가 ‘호남과 충청권’ 표심에 달렸다는 분석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2차 변곡점 관전 포인트는 일부 후보의 자진 사퇴를 통한 ‘합종연횡’이다. 시점은 추석 연휴(9월 20∼22일)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 한 관계자는 “3∼6위 가운데 뒤집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최소 1명 이상은 사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도 “승부가 51 대 49 싸움일 때 사퇴하는 후보의 2∼3% 지지도는 핵심 변수”라고 전했다.
선두 다툼을 하는 이재명·이낙연 캠프 일부 관계자들은 ‘3∼6위 후보 사퇴→지지 선언’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가 이 지사를 지지하는 그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최하위권보다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지지를 하면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두관·박용진 의원보다는 정 전 총리나 추 전 장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나리오는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와는 결을 달리하는 만큼, 여권 대선판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하위 그룹인 정 전 총리부터 박 의원까지 “중도 포기는 없다”며 완주 의사를 드러냈다. 반이재명 연합군의 핵심축인 ‘이낙연·정세균’ 연대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경민정 정세균 캠프 부대변인은 이 전 대표 측을 향해 “스토커 수준으로 들이대고 있다”며 단일화 제안을 거부했다. 정세균 캠프는 일찌감치 ‘이낙연 때리기’를 통해 2위에 올라서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전 대표 측은 인위적인 단일화보다는 결선투표를 통한 표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2강 체제가 흔들릴 공산이 크지 않은 만큼, 결선투표만 열리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낙연 캠프 일각에선 ‘이재명 과반 저지’를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여권 복수 관계자들은 경선 구도가 뒤바뀌는 시나리오가 발발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친문계 한 관계자는 “판 전략을 어떻게 짜도 대세를 형성한 바람을 뒤집긴 어려운 일”이라며 “이재명 대세론이 이낙연 대망론보다는 한 수 위”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일각에선 이른바 ‘명·낙(이재명·이낙연)대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진다. ‘경선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도가 상승하는 현상)’는커녕 오히려 본선에서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지사가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재개된 명·낙(이재명·이낙연)대전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당 내부에선 “불안한 휴전”이라며 “두 후보가 루비콘강을 건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원로 인사는 명·낙 대전에 대해 소탐대실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박용진 의원도 “명·낙 대전이 아니라 명·낙 폭망”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반이재명 연대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 대선 경선은 6자 구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 한 관계자는 “(양측의 극한 대치로 경선 후)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할 경우 정권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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