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의혹 ‘갓뚜기’ 명성에 흠…장남 함윤식씨 경영승계 녹록지 않을 듯
눈길을 끄는 것은 오뚜기가 함윤식 씨의 보유 지분 매입 전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100% 자회사에 일감을 크게 늘려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가치를 끌어올린 점이다. 오뚜기는 함윤식 씨 지분을 매입하기 직전 사업연도인 2020년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100% 자회사 오뚜기에스에프에 대한 일감을 전년 289억 8887만 원에서 406억 8463만 원으로 40.3% 늘렸다. 내부거래율도 2020년 기준 78%로 전년 75%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오뚜기에스에프의 2020년 영업이익은 12억 1273만 원으로 전년 2억 5963만 원보다 38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에스에프의 가치 상승은 모회사인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오뚜기에프에스지주의 자회사는 오뚜기에스에프가 유일하다. 오뚜기는 지난 1분기 함윤식 씨가 가지고 있던 오뚜기에스에프지주 지분 13만 1000주를 98억 1500만 원에 매입, 100% 자회사로 했다.
일각에서는 오뚜기가 함영준 회장의 장남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기 위해 일감을 크게 늘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뚜기가 오뚜기에스에프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기업가치를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함윤식 씨가) 높은 가격으로 자신의 지분을 오뚜기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장사인 오뚜기에스에프지주는 지분 가치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해당 거래가 적절한지) 공정위 등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함윤식 씨 입장에서는 오뚜기에스에프지주 지분을 마지못해 넘긴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동안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많은 비판이 쏟아진 탓에 오뚜기는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으로 지목된 애드리치, 알디에스 등의 지분을 오너 일가로부터 잇달아 매입했다. 하지만 함윤식 씨의 오뚜기에스에프지주 지분은 남겨뒀다. 경영권 승계작업에서 이 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함윤식 씨가 오뚜기에스에프지주 지분을 처분하면서 향후 승계 작업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오뚜기는 오너 일가가 사업회사이자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오뚜기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형식으로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췄다. 함영준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오뚜기 지분은 지난 1분기 기준 50.3%다.
지금 구조에서 함윤식 씨가 경영권을 이어받으려면 오뚜기 지분을 늘려야 한다. 현재 함윤식 씨의 오뚜기 지분율은 2.11%로 친인척인 함창호(4.5%)·함영림(3.1%)·함영혜(3.1%) 씨보다 낮다. 그가 오뚜기에프에스지주를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매입할 수 있는 오뚜기 주식 수는 1만 8400여 주로 전체 유통주식의 0.5% 정도에 불과하다.
아버지 함영준 회장의 지분 상속·증여가 유력하지만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함 회장의 지분 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5000억 원이 넘어 2500억 원이 넘는 증여세(증여세 최고세율 50% 적용시)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를 마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함영준 회장 역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의 상속세 1500억 원을 아직 다 납부하지 못해(2017년부터 5년에 걸쳐 분납하고 있음), 이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 5만 8200주를 오뚜기라면에 매각하는 등 애쓰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함윤식 씨로 승계 작업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거액의 상속세를 내기로 하면서 ‘갓뚜기’란 애칭으로 이미지가 좋아졌지만 재계에서는 그동안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있는 그룹이란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공정위 조사가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는 함윤식 씨의 승계 작업에 불안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에스에프에 대한 일감을 2020년 갑자기 늘린 배경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면서 “(오뚜기는)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승계와 관련된 관측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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