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친권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친딸이 아이를 출산한 뒤 산부인과에 침입해 (아이) 바꿔치기를 감행했고, 사체가 발견된 뒤에는 자신의 행위를 감추려고 적극적으로 사체를 은닉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석 씨는 지난 2018년 3월~4월 경북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 김 아무개 씨(22)가 낳은 아이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가 낳은 친자의 행방은 2021년 8월 현재까지도 묘연한 상태다.
김 씨는 어머니 석 씨의 딸을 자신의 아이로 착각해 구미의 한 빌라에서 키우다가 지난 2020년 8월 세 살 난 아이를 집에 혼자 남겨둔 채 새롭게 만난 남자를 따라 이사했다. 아이는 빈집에서 홀로 지내다가 지난 2월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의 첫 발견자인 석 씨는 아이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하루 전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다 중간에 그만둔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초 석 씨는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으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DNA 검사 결과 김 씨와 숨진 아이가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경찰이 주변 인물들로 확대해 DNA 검사를 진행한 결과 석 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석 씨는 검사 결과를 부정했고 급기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세 번,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DNA·화학분석과에서 한 번 총 네 번의 DNA 검사를 진행했으나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당시 국과수 측은 "석 씨와 피해 여아의 친자관계 확률은 99.9999%"라며 검사 오류가 아님을 주장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지극히 반인륜적이고 죄질이 불량한 범행"이라며 "약취한 아동(친딸 김 씨가 낳은 딸, 석 씨의 손녀) 행방을 공개하지 않고 범행 수법도 수많은 사람에게 크나큰 충격을 준 만큼 엄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빈집에 방치된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은 평생 범행을 숨기고 살았을 것"이라며 징역 1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석 씨는 경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의 입장을 고수했다. 사체은닉 미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출산 사실과 아이들을 바꿔치기한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한편 숨진 아이의 언니이자 그를 홀로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던 석 씨의 친딸 김 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