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모두 아킬레스건 존재…정규리그 1위 삼척보다 ‘슈퍼 에이스’ 보유 보령 또는 서귀포 우승 예상도
한편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보령머드 최정 9단은 순천만국가정원 장혜령 2단에게 13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14전 전승으로 개인다승 1위를 확정지었다. 이는 지난 2019년 10전 전승 이후 역대 두 번째 정규리그 전승이다. 최정 9단은 여자바둑리그 통산 95승 11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김채영 6단에게 패한 이후 19연승 행진 중이다.
#부광약품 막차로 포스트시즌행
통합라운드를 앞둔 관전 포인트는 과연 포스트시즌 행 마지막 티켓은 어느 팀의 차지가 될 것인가였다. 3위 보령 머드까지는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8승을 확보했지만 남은 한 장의 행선지는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론 7승 6패의 부광약품이 유리하지만 만일 부광약품이 패하고 6승 7패로 그 뒤를 쫓고 있는 섬섬여수나 순천만국가정원이 승리하면 동률이 되는데 이럴 경우 개인 승수가 부족한 부광약품이 탈락하기에 이 3팀의 경기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통합라운드 결과 부광약품이 이미 1위를 확정 지은 삼척에 2-1 승리를 거두고 여수와 순천만국가정원이 패하면서 4위 자리는 싱겁게 결정되고 말았다. 9월 9일부터 3위 보령 머드와 4위 부광약품이 맞붙는 준플레이오프는 3위 팀에 어드밴티지가 주어져 보령머드는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혹은 무승부)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반면, 부광약품은 반드시 두 경기 모두 잡아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4팀 4색, 강점과 약점
피를 말리는 승부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우승 고지까지 이르기엔 팀마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서현, 박지연, 정유진으로 구성된 4위 부광약품은 일단 팀 구성은 나쁘지 않다. 올해 처음 1지명으로 승격한 허서현이 정규리그 9승 5패로 기대만큼 해줬고, 여류국수를 지낸 2지명 박지연도 막판 분전을 거듭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했다. 3지명 정유진도 대국을 거듭할수록 강해져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당장 코앞에 닥친 보령머드와의 준플레이오프가 걱정이다. 한 단계 더 오르기 위해서는 보령머드를 잡아야 하는데 보령엔 정규리그 14전 전승의 최정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4위는 두 게임 모두 승리를 따내야 해 부광약품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일전이 될 전망이다.
2연패에 도전하는 보령머드는 올해 정규리그 3위에 머물렀지만 포스트시즌 우승후보론 첫 손가락에 꼽힌다. 지난해 우승멤버 그대로며 최정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팀 승리를 결정짓기 위해선 최정 외에 또 다른 1승이 필요한데 이것이 쉽지 않다. 2지명 강다정 5승 7패, 3지명 김경은은 3승 7패로 부진했다. 정규리그 1위로 치고 올라갈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된 것도 1지명을 받쳐줄 추진력이 부족해서였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4지명 박소율이 정규리그 막판 천금같은 2승을 보태면서 3위 자리를 지킨 것. 문도원 감독도 4지명이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소율을 전면에 내세워 최정과 함께 확실한 ‘2승 카드’로 활용할 것이 예상된다.
정규리그 2위 서귀포 칠십리는 묘한 색깔을 지닌 팀이다. 1지명 조승아가 13승 1패로 최정급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지만 정작 승부는 2지명 이민진의 활약에 따라 결정됐다. 3지명 이유진이 정규리그 내내 난조를 보이면서 이민진이 이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팀 승패가 나뉜 것. 정규리그에서 이민진은 9승 5패의 성적을 올렸는데 이는 정확히 팀 성적과 일치한다. 그러니까 서귀포 칠십리는 이민진의 활약 여부에 팀의 운명이 걸렸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승아가 건재하다는 가정 하에 부진했던 이유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살아난다면 우승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초반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며 13라운드에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은 삼척해상케이블카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2지명 조혜연이 10승 2패로 1지명급 활약을 펼쳤고, 김은선이 3지명 선수로는 유일하게 승률 50%를 넘기는 등(7승 5패) 막강 화력을 과시했지만 정작 1지명 김채영이 반타작 승률(7승 7패)밖에 거두지 못한 것이 못내 걸린다. 포스트시즌에선 팀 승리를 확실히 책임져줄 에이스의 존재가 필수 요소인데 그 역할을 해줘야 할 김채영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삼척 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과연 포스트시즌에서 김채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바둑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여자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팀마다 눈에 보이는 아킬레스건이 존재해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 개막 전, 삼척의 정규리그 우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았고 또 적중했지만, 포스트시즌 우승은 삼척이 아닌 슈퍼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였다. 그렇다면 최정을 보유한 보령이나 조승아의 서귀포가 유력하다는 얘기인데 과연 예상이 들어맞을지 끝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2015년 출범 이래 7번째 시즌인 2021 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이다. 이와 별도로 정규시즌의 매판 승자에게 130만 원, 패자에게 40만 원을 지급한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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